<최작가, 그녀가 사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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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의 어느 곳
누구에게도 마음 붙일 수 없어
바다로 온 거야
너무 많은 것보고 싶지 않아
듣고 싶지 않아
예까지 온 거야
너무 많은 말들을
하고 싶지 않아
혼자서 온 거야
아 어떻게 설명할까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은
이 작은 가슴의 불길
물 위에 앉아
조용히 식히고 싶어
바다로 온 거야
미역처럼 싱싱한 슬픔
파도에 씻으며 살고 싶어
바다로 온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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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향하는 이유는
제각각 다르지만
바다가 힘이 되는건
늘 변함이 없다.
바다가 보이는 집앞에 사는
할머니께 물은적이 있다.
'365일 바다를 보면 어떠세요?'
'뭐, 어때. 좋지. 바다가 고향이고,
한평생 바다에서 살았으니 못 떠나지.'
어쩌면 바다에서 태어나지 않아서 다행이야.
떠나야하는 곳이 아니라, 떠나는 곳이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