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화단에서 자라던 미니미와 보리지의 이사 일기
오늘 오랜만에 집에 있는 주말을 맞아 화분을 뚫고 나와버릴 듯 자란 보리지를 분갈이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가장 먼저 분갈이해 줄 큰 화분에 담겨 있던 오래된 흙을 버리러 집 앞 화단으로 나갔다. 화단 한 구석 흙이 모여 있는 곳에 오래된 흙을 버리는데 웬 작은 식물이 보였다. 가까이에 가봤다.
이틀 전에 평창동에 가서 미니 화분으로 쓰려고 술잔을 샀다. 그래서 언젠가 미니 다육이 생기면 심어주려 했는데 이 아이를 심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몇 개를 조심스럽게 화분에 옮겨서 데려왔다.
미니 식물을 발견한 게 너무 기뻐서 집에 올라와서 바로 지피 팰릿 하나를 꺼내 물에 불렸다.
화분 위에 얹어 와서 흙이 많이 묻어있는 상태였다. 물이 안개 같이 분사되는 분무기로 흙을 살살 털어주었다.
불린 팰릿의 흙을 반쯤 넣어주고 기다란 뿌리를 넣어주었다. 중간 과정도 사진으로 야무지게 남기는 나는 프로 브런치 작가!!
그리고 완성된 미니 화분이다.
위에서 보면 크기가 잘 체감이 안 됐을 텐데 이렇게 손에 둔 사진을 보면 작은 게 더 잘 느껴질 것 같다. 도자기의 디자인과 너무너무너무 잘 어울린다. 미니 화분 만든 일이 오늘 했던 일 중에 가장 뿌듯한 일이다. 도자기가 반질반질 거리는 것도, 갈색과 파란색의 조화도, 모양도 너무 마음에 든다.
며칠 전 정동 산책을 하며 산 미니 선인장 화분에게 드디어 친구가 생겼다.
+) 홍릉숲에 가서 이 식물의 비밀을 알게 되었다. 이 아이는 바로 '돌나물'이었다. 돌나물은 이렇게 계속 작은 모습이 아닌데! 앞으로 훨씬 커질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초보 식물 집사 인생에서 실패한 순간 중 하나이다. 이 친구는 현재 집에 없다 ㅜㅜ
보리지는 지금까지 다이소 1호 화분에 심어져 있었다. 1호 화분이 너무 좁다고 온몸으로 보리지가 외치고 있어서 분갈이를 해주기로 마음먹었다.
보리지가 정말 빨리 자라는데 내가 자라는 과정을 다 지켜봐 주지 못했다. 보리지 씨앗이 세 개가 싹을 틔웠는데 그중에서 이 친구가 가장 빨리 자랐다. 처음 싹을 틔우고 자라던 초반에는 줄기가 계속 흔들렸는데 이제 와서 보니 줄기가 은근 단단해지고 굵어져 있었다. 이런 줄기도 목질화 됐다고 말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만약 아니라면 어떤 표현을 써야 하는 걸까)
이게 큰 화분에 분갈이해준 모습이다. 겨울을 힘겹게 난 다른 식물들과 다르게 보리지는 그래도 쉽게 겨울을 났다. 이제 와서 찾아보니까 보리지는 추위에 상대적으로 강하고 더위에 약하다고 한다.
허브 종류이고 항우울 효능이 있어 심신의 긴장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잎과 꽃을 다 이용할 수 있다고 하는데 줄기랑 잎에 가시가 너무 많아서 도저히 먹어보고 싶은 마음이 안 난다. 그리고 혹시나 보리지를 만질 때는 꼭 얇은 거라도 장갑을 끼는 것을 추천한다. 나는 장갑 찾아오기가 귀찮아서 맨손으로 했는데 너무 따가웠다.
그리고 분갈이를 하고 보니 이 녀석 곧 꽃을 피우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들었다. 잘 자라고 있는 것 같아서 뿌듯하다. 이 친구도 다육이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화분에서 자리를 잘 잡았으면 좋겠다. 잎에 가시만 없었으면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잎이 건강히 잘 자랐는데 잎은 두고 꽃 피면 꽃을 수확할 예정이다. 그때까지 꼭! 잘 자라주길 바라며 오늘의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