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지가 오묘한 보랏빛의 꽃을 피우다.

씨앗부터 키운 보리지의 꽃을 보다.

by 최은진
0.jpg 3월 26일

씨드키퍼 선물을 받고 키우는 것 중에 가장 잘 자라는 게 보리지였다. 3월 말부터 꽃이 곧 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4월 5일 식목일 때까지만 해도 꽃이 아직 피지 않은 상태였다. 5월의 첫날이 된 지금 보리지는 이미 어마어마한 수의 꽃을 주었고, 여전히 진행 중이다. 오늘은 우리 집 보리지가 어떻게 꽃을 피웠는지 적어보려고 한다.


KakaoTalk_20220501_154811113.jpg 4월 11일

이날 약속을 마치고 저녁에 집에 돌아왔는데 믿을 수가 없었다. 꽃이 하나가 피어있었기 때문이다. 드디어 첫 꽃이 피었구나! 싶었다. 내가 씨앗부터 키운 식물이 꽃을 피울 수 있다니! 너무나 놀라웠다. 나는 총 세 개의 보리지 화분을 가지고 있었는데 가장 크고 굵게 줄기를 형성한 화분에서 난 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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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2일

다음 날 아침에 바로 보리지를 또 확인하러 갔다. 밤새 보리지는 더 많은 꽃을 피워냈다. 오묘한 보랏빛이 너무 아름다웠다. 며칠을 지켜보니 꽃이 완전히 피게 되면 조금 짙은 파란색이 되는 것 같고, 피고 있는 도중이면 자주색 빛이 도는 듯했다.


KakaoTalk_20220501_154811113_04.jpg 4월 15일

그리고 처음 꽃을 피운 후로부터 4일이 지난 4월 15일에는 첫 수확을 했다. 정말 감격스러웠다. 검색해보니까 얼음틀에 물과 함께 보리지를 넣어 보리지 얼음을 만드는 분도 있었고, 비빔면에 보리지를 넣어 먹는 분도 볼 수 있었다. 나는 씨드키퍼의 허브 키트에서 나온 만큼 뜨거운 물에 넣어 차처럼 먹어봤는데 맛이 엄청 좋다거나 하진 않았다. (사실 임팩트가 없었다.) 보리지가 여러 가지 좋은 효능을 갖고 있었지만 이 이후로 나오는 꽃들은 그냥 관상용으로 감상만 하고 있다.




KakaoTalk_20220501_154811113_05.jpg 5월 1일

그리고 얘는 두 번째 화분이다. 사실 처음에 보리지 화분 세 개를 키웠는데 얘는 뿌리가 잘려서(?) 죽을 줄 알았다. 그런데 잎이 너무 멀쩡하길래 흙에다가 줄기 부분을 넣어놨는데 죽지 않고 잘 자라서 꽃까지 피웠다. 한 번의 고비가 있었고, 몸집도 첫 번째 화분보다 거의 3분의 1은 작은 보리지이기 때문에 죽지 않고 자신의 삶을 살아낸 것만으로도 감격스러웠다. 근데 결국 꽃까지 피워내다니!


KakaoTalk_20220501_154811113_07.jpg 5월 1일

작은 보리지도 더 많이 꽃을 피워내려고 하는 듯 보였다. 사실 화분 세 개 중에 죽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 이 친구는 살아내서 꽃을 피웠고, 무난히 잘 자라겠다고 생각한 보리지 화분 하나는 죽어버렸다. 보리지를 키우며 이것저것 검색했을 때 분갈이에 민감하다고도 본 것 같은데 분갈이가 문제였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언제까지 초보 집사 일지는 모르겠지만 여전히, 아직도 식물 친구들을 키우는 게 너무 어렵다.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을 보고 직접 봉선화로 물을 들여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씨앗을 사두었다. 민들레 홀씨를 심으면 정말 민들레가 자랄까 하는 궁금증이 들어 몇 가닥을 주워왔다. 그리고 토끼풀은 마디에서부터 뿌리를 내려 번식한다는데 나도 집에서 키워볼 수 있을까? 하는 식물에 대한 궁금증과 달리 내가 식물에 대해 가지는 지식은 여전히 제자리 수준이다.


내가 데려와서 못 키우면 죽는 엔딩이기 때문에 이런 궁금증들을 당장 해결하려는 마음은 버렸다. 나의 욕심만큼 아직은 따라주지 못하니까. 일단 지금은 키우는 것부터 잘 키워보는 것이 목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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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글을 보았다. 이상적인 취미생활은 생산하는 취미와, 소비하는 취미를 각각 가지는 거라고. 나 또한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의 생산하는 취미는 식물이었다. 물을 주고 흙을 갈아주면 줄기가 자라나고, 꽃을 피워주니까! 그리고 또 그런 식물 집사로서의 나의 이야기를 브런치에 적으며 글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내가 계속해서 잘 키운다면 보리지 포스팅의 다음은 보리지 열매 수확이 아닐까 싶다. 내가 식물을 키우는 과정을 담은 브런치 매거진의 이름을 '능동적 관심군'이라고 정했는데 오종길 작가의 <무화과와 리슬링>이라는 책에서 발견한 말이다. 나는 자연을 관찰하고, 탐방하는 수동적 관심군에 해당한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요즘의 내 모습은 자연에 있어 수동적 관심군과 능동적 관심군 둘 다에 해당한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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