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부터 파주를 가고 싶었지만 <위대한 계약>이라는 다큐 영화를 보고 당장 파주에 가고 싶어졌다. 출판단지가 있다는 것만 알고 있었는데 영화 속에서 소개하는 파주는 훨씬 입체적이고 매력적인 곳처럼 다가왔다. 다양한 장면과 모습을 담아놨지만 내가 직접 가서 파주를 느껴보고 싶었다.
파주에 가고 싶다고 말했는데 친구가 같이 가자고 해서 엄청 빠르게 계획을 세웠다. 운전을 못하는 나를 대신해서 친구가 렌트를 해서 파주에 갔다. 4월 말이었는데 도로를 달리면서 본 산의 색감이 너무나도 아름다웠던 기억이 난다.
첫째로 도착한 곳은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이다.
평화누리공원에서는 이 바람개비들이 가장 유명한 것 같다. 사실 예쁘게 사진 찍히는 걸로 유명한 것 같은데 포토존이라고 하기엔 많이 크지 않은 규모였다. 알고 보니 이 바람개비들은 <바람의 언덕>이라는 작품이었다. 약간은 쌀쌀할 정도로 바람이 많이 불던 날이라 형형색색의 바람개비들이 신나게 돌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엄청 거창한 볼거리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탁 트인 공원을 걸을 수 있어서 좋았다. 넓은 잔디를 헤집으며 연을 날리고 있는 아이를 보았는데 자유로워 보였다. 공원 초입에 연을 팔고 있으니 오랜만에 연을 날리고 싶은 사람들은 하나 사봐도 좋을 것 같다. (나는 이곳에서 연을 날려보고 싶은 마음을 참았다가 경주에 여행을 가서 연을 날렸다.)
평화누리공원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바로 여러 명의 사람이 서있는 것 같은 작품이다. 작품명은 <통일 부르기>이다. 멀리서 걸어오면서 볼 때 모아이 석상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돌로 만든 작품이 아니어서 신기했다. 어느 각도에서 봐도 멋있었던 작품이라 여러 장 찍어두었다~
이곳저곳을 차로 이동하면서 나는 카카오맵을 봤는데 개성이 보였다. 개성과 진짜 가까이 있다는 게 지도를 보면서 실감이 났던 것 같다. 정말 가까이에 있지만 가볼 수 없는 곳이라는 생각이 드니까 더더욱 궁금했다. 나는 죽기 전에 가볼 수 있을까? 그런 생각도 들고.
사실 여행 글을 쓸 때 먹거리 코스를 브런치에 함께 표시하지는 않지만 파주는 도깨비 촬영지였던 카페 지노에 간 것도 중요한 코스 중에 하나였기 때문에 넣어봤다. 이 카페 1층과 2층에서 꽤 많은 씬을 찍었다. (1층은 캐나다 스테이크, 2층은 회장님 방?)
그리고 여기 카페의 초코 음료가 너무 맛있었다. 얼어 죽어도 아이스를 마시는 사람이라고 해도 무조건.. 따뜻한 음료를 마시는 것을 추천한다. 한 잔에 만 원이었는데 아깝지 않았다. 그리고 원래 가려던 곳이 재료 소진이었나? 브레이크 타임이어서 중간에 화목칼국수라는 칼국수집을 들렀다. 내 입맛에는 비빔칼국수가 맛있었음!!
그다음에는 헤이리 예술마을에 들렀다. 나름 해가 비췄었는데 이때부터는 날씨가 많이 흐릿해졌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마을 안에 있는 작은 천이 더 축축해 보였다. 우리는 이미 카페도 가고, 밥도 먹은 상황이라서 편집샵만 두 곳 정도 가고 산책을 했다.
지도를 켜서 보면서 걷는데 좀 큰 호수 같은 게 있어 보였다. 그래서 거기 한 번 가볼까? 하며 친구랑 걷는데 나는 냇가를 가득 덮은 풀들을 본 게 너무 좋았다. 심지어 한창 봄일 때 가서 만개한 꽃과 함께 위아래로 있는 풀 사진을 찍어서 너무 좋았다. 만족스러운 예쁜 풍경이다.
여기가 작은 호수(?) 사실 큰 곳은 아니어서 엄청난 볼거리는 없었지만 그래도 가볍게 산책하기는 좋을 것 같은 곳이었다. 헤이리 예술마을을 오기 전에 이미 다른 곳에서 밥을 먹고 음료도 마시고 와서 그런지 좀 아쉬웠다. (아니면 내가 더 많은 구경거리를 찾지 못한 걸 수도..ㅠㅠ)
다음은 명필름아트센터에 갔다. <위대한 계약> 영화에도 나오기도 했고, 내가 개봉을 기다리는 영화 <싱글 인 서울> 덕에 꼭 와보고 싶었던 곳이다. 근처에 도착하니까 거리 이름도 영화3사거리인 게 괜히 신기했다.
정말 가볍게 둘러보았다. 이곳의 더 많은 공간을 둘러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이날은 1층 북카페만 가보고 3층을 못 가봐서 아쉬웠다. 그렇지만 다음에 또 가면 되니까!!!!!
마지막 코스는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이었다. 전시가 꼭 보고 싶었다기보다는 이 뮤지엄의 건축이 꼭 보고 싶어서 왔다.
가운데에 잔디 회복을 위해서 밟지 말라는 표시를 해놔서 좀 아쉬웠다. 그리고 이곳의 후기를 보면 꼭 해가 드는 날에 오라고 하는 말이 있는데 해가 없는 것도 너무 아쉬웠다. 해가 들고 그림자가 지는 것까지 같이 보는 게 훨씬 멋있다고! 혹시 가볼 사람들은 날씨 체크해서 조금이라도 더 좋은 날 가기를 추천한다.
전시보다는 내부 건축물 감상!! 건물 외부도 내부도 곡선의 미가 잘 느껴지는 건축이었다.
마지막으로는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에서 나와 심학교 사거리에서 한강으로 이어지는 작은 천을 구경했다. 출판단지라 그런지 지나가는 건물의 열린 창문으로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볼 수 있었던 것도 즐거웠다. 영화 <위대한 계약>에도 나왔던 심학산을 마지막으로 보고 친구와 함께 서울로 발길을 돌렸다. 당일치기로 이곳저곳을 가보느라 템포를 빠르게 하며 구경을 했다. 그 점이 조금 아쉬웠지만 운전을 못하지만 가고 싶은 곳은 많은 내가 친구 덕에 렌트해서 이렇게 빠르게 파주 여행을 할 수 있었던 게 너무 해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