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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은진 Jun 21. 2022

'삼릉숲'의 소나무 사이로 느끼는 경주의 아침

경주 여행 아침 코스로 추천하는 삼릉숲

지난 4월 안동에 다녀온 지 채 한 달이 되지 않았던 5월, 경주로 여행을 다녀왔다. 경상도는 어릴 때 수학여행 이후로 와본 적이 잘 없었는데 이렇게 한두 달 새에 두 번이나 올 수 있구나 생각했다. 오늘 갑자기 왜 그동안 여행을 어렵게 느꼈을까 생각했다. 교통이랑 숙박만 해결하면 그냥 어떻게든 되는 것이 여행이었다.


경주 수학여행 때 불국사와 석굴암을 간 기억이 남아있었다. 이번 여행은 뚜벅이로 황리단길, 대릉원 등 유명한 곳 위주로 갔다. (그런데 역시 나는 사람 많고 유명한 곳보다는 걷다가 얼떨결에 발견한 곳이 훨씬 좋았는데 이것도 곧 적어보려고 한다!) 무튼 걸어서는 못 가고 조금 멀리 있지만 내가 꼭 가보고 싶다고 한 곳이 있었다. 바로 '삼릉숲'이다. 나는 삼릉숲이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촬영지라고 해서 알게 되었다. 요즘 브런치에 <미스터 션샤인>을 많이 언급하는 이유는 <미스터 션샤인> 촬영지를 하나씩 가보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 곳곳에 있는 멋진 곳이란 멋진 곳에선 다 찍은 드라마이다.


숙소에서 아침에 나와 택시를 타고 '삼릉숲'으로 이동했다. 국립공원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면서 보던 반달이가 현수막 안에서 우리를 반기고 있었다. 국립공원 관리하시는(?) 분들이 계셨어서 산불 방지 반달이 배지도 받았다. 그리고 한 분이 지나가시는데 키링을 달고 계시길래 너무 귀여운데 사진 하나만 찍어도 되냐고 여쭤보고 사진을 찍었다. 내가 진짜 진짜 갖고 싶은 키링이다 ㅠ.ㅠ


경주국립공원에서는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었다. 삼릉숲으로 가면서 곳곳에 달려 있는 퀴즈를 맞히면 선물을 준다. 우리도 퀴즈를 참여하고 선물을 받았다. 근데 선물보다 더 좋았던 것은 삼릉숲을 다 보고 내려와서 해설사님께서 들려주신 경주국립공원에 대한 설명이었다.


경주국립공원은 지리산에 이어 1968년에 두 번째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나는 <미스터 션샤인> 촬영지로만 알고 왔는데 경주국립공원을 오게 된 게 신기했다. 언젠가 한 번 국립공원을 다 다녀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삼릉숲이 있는 곳이 경주 남산이었는데 남산인 이유가 '월성'을 기준으로 남쪽에 있기 때문이라고 알려주셨다. 서울의 남산은 경복궁 일대를 기준으로 남쪽에 있어서 남산이라고!


더욱 많은 것들을 소개해주셨지만 머리에 확실히 기억에 남는 건 이 두 가지였다. 아마 해설을 듣지 못했더라면 이것마저 알지 못하고 지나왔겠지 하는 생각에 해설을 들을 수 있어서 너무나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간 때는 새벽은 아니고 아침이어서 안개를 볼 수는 없었다. 심지어 전날 흐린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날은 해가 쨍쨍 비춘 날이라 멋진 햇살이 비치는 삼릉숲을 만날 수 있었다.


삼릉 도착! 세 왕릉이 나란히 있어 삼릉으로 불린다. 서쪽으로부터 각각 신라 제8대 아달라이사금, 제53대 신덕왕, 제54대 경명왕 등 박씨 3왕의 능으로 전하고 있다고 한다.


삼릉숲을 걸으면서 SY이가 소나무숲이 왕릉을 지키고 있는 것 같지만 왕릉이 소나무 숲을 지키고 있는 거라고 알쓸신잡에서 봤다고 말해줬다. 진짜 왕릉이 없었다면 이 소나무 숲은 진작에 없어졌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뭔가 이 방향으로 소나무들이 가장 빽빽하게 있어서 여기서 <미스터 션샤인>을 찍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이곳에 어울리는 BGM은 단연 이방인! 안개가 없어서 드라마에서 봤던 장면보다 훨씬 쨍한 느낌이지만 그래도 물결처럼 제각기 자란 소나무의 그림자를 볼 수 있어 좋았던 것 같다.

 

나는 이렇게 계속해서 나무를 찍었는데 동생은 폼폼푸린 사진을 찍고 SY이는 탐조를 했다. 나는 이름도 모르는 새이지만 SY이는 특이한 새를 본 것 같다고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나도 이제 SY이 덕분에 어디 나무 많은 곳에 가면 눈뿐만 아니라 귀도 연다. 새소리가 자연스럽게 들린다. 그리고 참새나 비둘기, 까치를 제외한 새로운 새를 보면 사진을 찍기도 하고! 다른 이들과 함께 여행을 하며 어느새 나도 모르게 그들의 취미와 취향까지 흡수하는 게 참 재밌다.


경주 황리단길 근처에서 삼릉숲까지 택시를 타고 와도 부담스러운 금액은 아니다. 드라마 촬영지로, 출사 스폿으로 유명하지만 확실히 다른 코스보다는 사람들이 덜했다. 경주의 아침을 가득 느끼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날 수 있고, 차도 있다면 새벽에 가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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