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서울 산책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은진 May 13. 2023

반포한강공원에서 동작대교와 서울을 보다.

반포한강공원 서래섬 유채꽃 축제, 동작대교 노을

sns를 스크롤하다 발견한 한강 사진이 내 눈길을 붙잡았다. 노을을 등지고 한강 앞에 앉아 있는 분들의 사진이었다. 몇 번이나 가본 한강이지만 이번엔 사진 속과 똑같은 곳에 가보고 싶었다. 다리를 단서로 검색한 결과 반포한강공원이라는 답을 얻었다.


작년에 씩씩하게 전국을 돌아다닌 것과 달리 올해는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붐비는 곳에 가면 에너지가 급속하게 소진되는 것이 그 이유였다. 여전히 대중교통을 타는 것조차 힘들지만 지금 아니면 안 갈 것 같다는 마음에 다녀왔다. 큰 결심이었다.




서래섬 유채꽃 축제

잠수교 남단 초입에 내렸다. 동작대교와 가까워지고 싶어서 발걸음을 옮기다 보니 서래섬에 도착했다. 마침 도착한 서래섬은 유채꽃 축제가 열린 첫날이었다. 어쩌다 유채꽃 축제에 발을 들인 나와 달리 이미 많은 이들은 유채꽃 축제를 목적으로 온 듯했다.


쓰레기 버리는 사람 ♥바♥보♥


아이폰 6로 촬영

혼자 오기도 했고 유채꽃에서 사진 찍을 마음도 없어서 그냥 서래섬을 거닐었다. 한강 사이에 있는 자그마한 섬이다 보니 사이에 작은 습지(?)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초록색을 띠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사진을 예쁘게 찍어보고자 아이폰 6도 가지고 나왔는데 최고의 선택이었다. 구형 아이폰이 요즘 인기인 것을 이해할 수 있는 사진이라며 친구들에게 보냈다.


내 취향은 아니지만 토끼 모형과 바람개비도 있었다. 하늘이 조금만 더 맑으면 좋았을 텐데 싶었다. 사진을 몇 장 대충 찍고 나머지 시간은 벤치에 앉아 쉬었다. 4시 30분이었기 때문에 일몰 예정 시간 7시 30분까지는 3시간이나 남은 상황이었다.


그 세 시간 동안 딱히 한 건 없다. 그냥 앉아서 노래를 들으며 한강을 바라보고 바람을 맞았다. 가만히 앉아서 몇 시간이고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완벽한 봄이 돌아와서 좋았다. 너무 오래 기다렸으니까!




동작대교의 노을

좌) 오후 7시 4분, 우) 오후 7시 7분

드디어 지기 시작한 해가 동작대교에 걸리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2019년에는 한강철교, 작년에 퇴근하고 달려간 잠수교, 그리고 올해는 동작대교까지 생각해 보면 나도 모르는 새에 한강의 다리를 좋아하고 있었다. 이 글을 읽은 사람이라면 지금까지는 다리에 관심이 없었다고 해도 앞으로는 한강의 다리를 유심히 보게 될 것 같다. 생각보다 모양이 제각기 다르고 각자만의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동작대교는 이 아치형이 멋있다.


오후 7시 14분


좌) 오후 7시 15분, 우) 오후 7시 17분

이날 강 앞에 앉아 rm의 seoul을 한 곡 반복으로 들었다. 라임 때문도 있겠지만 rm은 seoul이란 곡에서 ‘너무 많은 한을 품는 한강들과’라는 가사를 썼다. 맨날 듣던 가사인데 이날은 ‘한강들’이라는 표현이 귀에 꽂혔다. 한강을 한강들로 표현했구나.


어디서 보느냐에 따라 한강은 너무 다르다. 뚝섬에서는 왼쪽으로 잠실야구장과 롯데월드몰, 오른쪽으로는 서울타워가 보인다. 망원에서 현석나들목 쪽으로 걸을 땐 국회의사당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반포한강공원에서는 정면으로 남산서울타워, 왼쪽은 동작대교, 오른쪽엔 잠수교가 보인다.


그래서 한강이 아니라 한강들이라 말해도 무방하다 싶었다. 파리에서 처음 에펠탑 앞에 앉아 바라볼 때 이 철덩이 하나가 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는구나 생각했었는데 서울에서는 한강들이 그 일을 나눠하고 있는 것 같다고 느꼈다.


오후 7시 18분

해가 거의 다 넘어간 것을 보고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멋진 풍경과, 멋진 사진, 혼자 보낸 3시간의 시간이 너무나 만족스러웠다.


노을을 배경으로 유채꽃과 사진 찍는 사람들, 그리고 강변을 따라 걷는 사람들을 봤다. 혼자도, 여럿이서도 좋은 한강이다.


최근 서울의 새로운 슬로건 'Seoul, my soul'이 정해졌다. 너무 마음에 들었다. 나는 이전 슬로건 'I SEOUL U'를 투표할 당시에도 'Seoul mate'에 투표했을 정도로 '서울 seoul'과 '소울 soul'이라는 단어의 조합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서울은 사람이 너무 많다는 가영이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그럼에도 서울을 벗어날 생각은 못하고 그 안에서 조용한 곳을 찾아 도망 다니는 걸 보면 내가 어지간히 서울을 사랑하긴 하는구나 생각했다. 'seoul' 가사는 너무 인정하기 싫지만 매연과 역겨움, 청계천의 비린내, 선유도의 쓸쓸함, 돈만 있으면 살기 좋다던 어느 택시 기사의 그 한숨까지도 사랑한다고 말한다.


나에게 있어 서울의 가장 싫은 점은 가끔은 지긋지긋하게 느껴지는 번잡함이다. 그렇지만 서울은 분명 그 속에 고요함을 가지고 있다. 서울이 복잡해서 싫다는 사람에겐 서울도 조용한 곳이 있다고 말하게 되고, 다른 도시에 비하면 서울은 괜찮다고 낙관적으로 말하는 사람에게는 서울의 시끄러움에 대해 말하게 된다. 가끔은 나도 내 마음을 모르겠지만 그래도 확실한 건 난 서울을 사랑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인왕산 바위의 기운을 느끼러, 무무대와 수성동계곡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