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쓰다 2

걱정은 배송을 늦출 뿐

by 조르지

갈림길에서

하몽과 바게트 무한 리필로 배를 두둑이 채우고 다시 하루가 시작되었다. 아침부터 갈림길에 맞닥뜨린다. 이제 사나흘이면 다다를 산티아고 콤포스텔라로 향하는 두 개의 길이 표시된 이정표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왼쪽 길로 들어서면 오늘 밤은 San Xil이라는 마을에서 묵게 될 것이고, 비교적 가뿐하게 12km를 걷게 될 것이다. 반면, Samos라는 마을로 향하는 오른쪽 길을 택할 경우, 20km를 걸어가야 한다. 걷기 30일 차에 접어든 우리는 자그마치 8km를 더 돌아가야 하는 이 길에 일말의 망설임 없이 왼쪽 화살표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한쪽을 택하고 나니, 갈림길의 나머지 그 길이 궁금해졌다. 일주일 만에 길 위에서 반갑게 다시 만난 Ben을 따라 오른쪽 길로 갈 걸- 끝내 아쉬움이 엉겼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는 수많은 갈림길을 마주한다. 종착지로 향하는 노란색 화살표만 따라 걸으면 될 뿐, 나는 이 길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길 위해서도 순례자들은 여전히 선택의 기로에 놓이고, 택한 것과 택하지 못한 것 사이에서 걱정이 끊이지 않는다. 예컨대, 이런 것이다. 오늘 저녁에 알베르게(순례자를 위한 숙소)에 도착하면 가볍게 와인 한잔을 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 것인지, 아니면 기분에 따라 여러 잔을 마실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이 선택에 따라 다음날 아침의 발걸음의 무게가 결정된다. 또 길에서의 동행을 사귀면 함께 걷는 기쁨과 안정감을 누릴 수 있다. 그에 반해 동행이 곁에 있기 때문에 나를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 있을 수 있다. 이처럼 단순하다고 생각한 이 길 위에서도 나는 수많은 선택의 갈림길에 놓이고, 그에 따른 득과 실을 따지고 있다. 그 결정에 따라 뒤따라 올 걱정은 덤이다. 모든 길이 인생과 닮아 있듯, 결정과 선택의 원리는 이 길에서도 적용되고 있었다. 언제나처럼 걱정도, 책임도 내게 돌아올 몫이다.

작가의 이전글두 번의 장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