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에 관하여
사람 사이의 관계가 마음대로 풀리지 않을 때 혹은 그 끝이 예감될 때 우리는 관계를 이전으로 돌이키기 위해 무던히 노력한다. 관계의 지난한 능선을 내 힘으로 넘기에 역부족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단계에 이르면 크게 두 가지 태도를 취할 수 있다. 체념하거나 혹은 기다리거나. 전자는 말 그대로 상대방과의 관계에 종지부를 찍는, 포기의 상태를 의미한다. 여기에서 관심은 후자에 두기로 한다.
사람이 기다림을 시작하는 것은 상대방이 변하기를 기다림으로써 지금의 사태 즉, 상대방과의 관계 자체가 변하기를 바라는 것이라는 와시다 기요카즈의 책 <기다린다는 것>의 한 글귀가 떠오른다. 관계의 열쇠는 나의 변화가 아닌 상대방에게 달려있다는 의미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일은 언젠가 그 관계를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내포한다. 기다림의 시작은 내 마음대로 일지 언정 그 끝은 가늠할 수가 없다. 이미 기다리기로 작성한 나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 그래서 나도 알아채지 못할 만큼 깊숙하게, 기다린다.
마침내 기다림을 멈추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지금, 이제는 관계의 끈을 놓아야 한다는 나의 소리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 그러므로 현재 완료 상태, 기나긴 기다림은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