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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정원 Nov 12. 2017

시작하는 기업의 임직원이 절대 해서는 안 될 말

정말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한 하나의 약속

※ 현재 저는 삼분의일에 몸담고 있지 않습니다. 아래 내용은 삼분의일 초기 때, 제가 주장했던 '일하는 방식'과 결과물 등 정리한 것입니다. 현시점에서는 아래와 같이 일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으니 참고 바랍니다. 



제품 정식 출시 전후로 여러 사람과 만나고 대화를 나누다 '스타트업 임직원이라면 저런 말을 하면 안 될 건데'하며 느낀 것이 있습니다. 그중 두 가지 사례를 소개하고, 이에 대한 삼분의일만의 해결책(약속)을 소개합니다. 




지난여름 첫 제품을 출시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여름의 열기는 식었고 따뜻한 침대 속이 그리운 계절이 찾아왔다. 사무실 인원이 2배로 늘어나서야 그간 있었던 일들을 정리할 약간의 여유가 생겼다. 하나씩 되짚어보면 가장 고마운 것은 역시나 고객이다. 


이어서 주변 지인들에게 참 고맙다. 좋은 제품이라고 항상 자신감 넘치게 알렸기 때문일까. 축하와 응원 만으로도 고마운데, 구매까지 해 준 지인들이 있다. 저렴하지 않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나를 믿고 선뜻 지갑을 열어준 그들을 보며 행복감이 밀려왔다.


'나 지금까지 잘 살았구나'


반면 이런 일도 있었다. 어찌 알았는지 평소 연락 안 하던 지인이 연락 와 '너는 어차피 매트리스를 공짜로 쓸 수 있으니, 나 하나만 줘'하고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참 놀라운 발상이다. 몇 십만 원 가치의 회사 자산을 그냥 달라고 할 수 있다니. 


더 놀라운 것은 '내가 매트리스를 공짜로 사용한다'라고 인식한 것이다. 물론 '회사에서 복지 차원으로 제품을 줄 수도 있지 않냐'하며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일이 아니다. 


나는 그에게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물었고, 다시 한번 깜짝 놀랐다.




절대 하지 말아야 할 말 (외부)


그의 대답은 '주변 아는 스타트업 모두 그러던데?'였다. 직접 만든 제품을 임직원들이 공짜로 사용하면서 이를 주변에 서슴없이 말한다는 것이다. 그 스타트업 임직원들이 정말 한치의 망설임 없이 그런 말을 했는지, 아니면 그가 강요 아닌 강요로 캐물어 대답을 들었는지는 알 수 없다. 


사정이 어찌 됐던 그 스타트업 구성원들은 평소 이렇게 말하고 다녔을 거다.


정말 열심히 만든 제품입니다.
믿고 돈 내고 써보세요.


나도 그렇다. 정말 열심히 만들었다. 세계 최고의 제품이라 말하기에는 부족한 면들이 있지만, 세상에 자신 있게 내놓을 정도로 잘 만들었다. 그래서 믿고 구매해 달라고 말한다. 


나뿐만 아니다. 스타트업에 몸담고 있는 임직원 대부분 비슷하게 말할 것이다. 그리고 고객은 이들의 노력과 열정, 그리고 광고든 블로그 글이든 어떤 설득 과정을 거쳐 구매를 결정한다. 


이제 위 문장에서 한 문장을 덧붙여보자. 


믿고 돈 내고 써보세요.
그런데 나는 공짜로 사용합니다


제품을 구매하고 싶은 욕구가 사라진다. 그들이 스스로 돈 내고 사고 싶을 정도의 제품을 만들었는지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해당 회사의 임직원과 어느 정도 친분이 있다 해도 '지인인데 하나 사줘야지'보다는 '나도 하나만 줘'라는 욕구가 절로 든다. 


비약이 심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회사 성장에 도움되는 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말들을 서슴없이 하는 스타트업 임직원들이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스타트업은 하나의 제품에 의해 회사의 존폐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구매 욕구를 떨어뜨릴 수 있는 발언은 함부로 하면 안 된다. 혹여나 실수로, 외부에서 이와 같은 발언을 하지 않도록 임직원 모두 조심하고 또 조심하는 것이 좋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절대 하지 말아야 할 말(내부)


앞의 이야기를 정리하면 회사 밖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은 잠재 고객일 수 있기 때문에 구매 욕구를 떨어뜨리는 발언은 함부로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반대로 회사 안에서 하면 안 되는 말도 있다. 


TV CF도 했을 정도로 한때 잘 나갔지만 지금은 존폐 위기에 처한 한 스타트업이 있다. 그곳에 오랜 시간 몸 담았던 지인이 다른 회사로 이직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잠깐 짬을 내 그를 만나, 이직 이유를 물었다. 곰곰이 들어보니 성장세 하락 등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인상 깊은 것은 '대표의 발언'이었다. 


회사 성장이 꺾이자 대표는 직원들을 불러 모아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그러니깐 내가
OO(해당 회사의 제품)을 안 쓰지


대표가 어떤 의도로 위 발언을 했는지 모른다. 강한 질책으로 동기부여를 이끌려고 했을 수도 있다. 의도가 좋든 나쁘든, 나는 위 말을 듣는 순간 해당 제품을 사용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대표 본인이 사용하지 않는 제품을 왜 고객이 사용해야 하는지 납득이 안 되기 때문이다.


임원 이상(특히 대표 및 공동창업자)은 혹여나 본인이 자신들의 제품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그 사실을 내부에 알리면 안 된다. 직원들의 제품 개발 욕구와 사기를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혹여나 그 발언이 외부에 알려지면 회사 성장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해야 하는 행동.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한 하나의 약속


이런 일을 겪고 공동창업자인 나를 비롯해 삼분의일 대표는 회사의 성장 여부와 상관없이 한 가지는 꼭 지켜 나가기로 약속했다.


회사 제품은 무조건 내 돈 주고 산다.


약속 후, 그동안 집에서 개인적으로 사용했고 사용한 모든 시제품을 회사 돈이 아닌 (고객의 입장이라 생각하며) 개인 돈으로 지불해 구매했다. 어찌 보면 별거 아니고 괜히 돈 낭비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몇 가지 이점이 있었다.


제품을 객관적으로 평가-개선하고

새로 합류한 구성원에게 우리가 함께 만들 브랜드 미션을 당당하게 설명하고 

진심을 담아 제품을 믿고 사달라 말하고

망설임 없이 고객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

 

여러 이점을 말했지만, 분명한 것은 약속을 전후로 조금씩 더 나은 제품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 삼분의일은 큰 예산을 동원해 광고 홍보 등을 한 적이 없다. 지난 분기에 사용한 광고 예산은 수십만 원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렴하지 않은 제품을 500여 명이나 구매하고  '만족도 99%'라고 평가 남겨준 것을 보면, 우리의 약속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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