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 <컨티뉴어스>를 읽고
그러니까 어떤 일을 꾸준히 한다는 것은, 그저 하지 않고 지나가는 날 없이 지낸다는 것뿐 아니라, 하고 싶지 않게 하는 현실과 마음을 넘어서는 뭔가가 있다는 뜻입니다.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 최인아
스무 살 이후로 10군데가 넘는 곳에서 월급을 받아봤다. 그중 아르바이트, 과외를 제외하고 ‘직장인’으로서 산 횟수만 따져도, 졸업 전 인턴 3번, 졸업 후 정규직으로서 4곳, 총 7곳이었다. 비교적 짧은 회사생활을 거쳐 현 직장에서는 4년 넘게 일하고 있고 그렇게 서른두 살, 8년 차가 되었다.
그 과정 속에서 나에게 일이란 생계의 수단이자, 그 자체로 즐거움과 행복함(성취, 소속감)을 주는 존재이자, 그다음 스테이지로 나아가는 디딤돌이었다. 당연히 일 하기 싫을 때도 있고 슬럼프에 빠질 때도 있었다. 그럴 땐 스스로 구슬리고 타일렀다. 하지만 그 빈도 이상으로, 회사에서의 시간이 야속하리만큼 빨리 흐르거나 얼른 출근해서 머릿속에 있는 것들을 실행에 옮기고 싶어 한 날들도 많았다. 그러다 문득 찬물에 밥 말아먹듯 하루를 급하게 욱여넣었다는 느낌이 들면 스위치를 끄는 연습을 했다.
2년 전, 회사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사업의 팀장이 되었다. 시작할 땐 잘 몰랐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한 사업의 리더로서 일한다는 것의 무게를 깨달았다. “사업이 되게 만드는 것”, “매출을 늘리는 것”, “팀빌딩을 하는 것”, “서비스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 같은 개별 과제를 잘 해내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사업과 조직이 [계속해서] 생존하고 자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일하는 나의 지속, 조직의 지속, 사업의 지속… 되돌아보면 인생에서 대체로 ‘시작과 끝’이 있는 스프린트를 해 온 나에겐 ‘지속성’이란 좀 생소한 주제였다. 그리고 30대 초반에서 중반으로 넘어가는 이 시점, “나는 왜 일을 하는가?”, “왜 ‘이 일’을 하는가?”, “이다음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스스로 치열하게 찾아야 하는 시기임을 온몸으로 느꼈다.
이 시점에 만난 2권의 책,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 <컨티뉴어스>는 그 갈증을 해소하고 생각을 정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두 책이 결을 같이 하는 부분은 결국 “오래오래 잘 일하는 것”에 대한 것이고 내가 하고 있는 고민과 상당히 일치했다. ‘가늘고 길게’가 아니라 매 순간 치열하고 뜨겁게, ‘그만하고 싶은 마음’을 잘 다스려 온 사람만이 줄 수 있는 경험담이 담겨 있었다.
“저는 계속 마음속으로 일의 의미를 찾았습니다. 일이 쏟아질 땐 그 안에 파묻혀 있느라 이런 생각에 빠질 겨를이 없었어요. 하지만 바쁜 시기가 지나 시간이 생기거나 좋지 않은 성과로 슬럼프가 찾아오면 제가 하는 일의 부족한 면, 채워지지 않는 면이 떠올라 지속적으로 괴로웠습니다” -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
“프로님은 ‘의미’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시네요” 한 동료가 해 준 이야기이다. 그렇다. 나는 ‘의미’가 중요한 사람이다. 내 역할과 직무가 바뀔 때면 글로서 내 업의 지니는 의미를 정의하였다.
그럼 현 직무인, ‘사업개발’에 대한 나만의 정의는? 사업개발은 지속가능한 사업시스템을 만들고 운영하는 것이다. 새로운 사업이 만들어진다는 것은 가치와 돈의 흐름이 새롭게 만들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업의 탄생과 변화는 누군가의 밥벌이, 혹은 크고 작은 순간에 영향을 주게 된다. 사업개발자는 내 사업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을 더 가치롭게 만들어야 하고 매출과 같은 재무적 성과는 그 성적표다.
흔히 “현타”라고 하는, 내가 몸 담고 있는 사업이나 비즈니스모델에 대한 의심이나 평가절하를 하는 시점이 올 수 있을 것이다. 그땐 내가 하고자 하는 큰 그림에서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어떤 가치가 있는지 되새겨 보자. 그 질문의 답이, 정말 ‘의미가 없다’라는 결론이라도 괜찮다. 그 자체로 Next Step으로 발걸음을 옮길 수 있는 추진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하는 일에서 확고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면 든든한 ‘백’을 가진 거나 다름없습니다. 긴 시간 일하다 보면 때때로 흔들리는데, 내가 찾은 내 일의 의미는 그럴 때 뿌리까지 흔들리진 않도록 우리를 잡아줍니다.” -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
“몇 날 며칠 한 가지를 생각해서 답을 찾아본 사람들은 다르단다. 깊이 생각해 본 시간만큼 깊은 뿌리가 생기거든. 반대로 잔머리를 많이 굴린 사람은 얄팍하지. 뿌리가 얕거든" – 컨티뉴어스
“급속도로 성장시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지속하는 것… 그건 아무다 하는 일이 아니다” - 컨티뉴어스
“그러니까 어떤 일을 꾸준히 한다는 것은, 그저 하지 않고 지나가는 날 없이 지낸다는 것뿐 아니라, 하고 싶지 않게 하는 현실과 마음을 넘어서는 뭔가가 있다는 뜻입니다.” -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
“달리는 것들은 속도를 유지해야만 한다. 계속되어야 하는 기세, 모멘텀이다.” - 컨티뉴어스
흔히 강점으로 인재를 나눌 때, 0 to 1을 잘하는 사람과 10 to 100을 잘하는 유형으로 나눈다. 나는 스스로 0 to 1을 잘하는 유형에 속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요즘은 이런 사람들을 Hustler라고 하는 것 같다. 그런데 그다음은? 또 다른 0을 1로 만드는 일을 하면 되는 걸까? 그건 결국 1까지만 할 수 있는 사람에 그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물론, 이 ‘1’을 어디까지로 생각하느냐에 따로 매우 달라질 것이다.)
그래서 탁월한 허슬러는 단지 0 to 1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이런 사람은 생각보다 흔하다!) 1) 급속도의 성장 그 이후까지 그리며 기반을 닦을 줄 아는 사람 2) ‘더 나음’을 위해 기존의 것을 파괴하고 다시 0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인 것 같다. hustle 그 자체의 의미를 두고 새로운 것이 주는 신선함, 내가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는 뿌듯함에서 그치지 않고 겸허하게 정진해 나가는 태도를 지닌 사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오래도록 퍼포먼스를 내며 자기 분야에서 괜찮은 브랜드가 된다는 건 산전수전 다 겪는다는 뜻입니다. 세상이 우리에게 보내는 도전이나 고비에 어떻게 반응하는가, 어떤 태도를 갖는가에 따라 그 이후의 길이 확 갈리죠” -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
“지속가능성을 생각해 보지 않고 출구 없이 일하면 결국 내가 걸었던 길은 미로가 되어 내 손으로 그 길을 폭파해야 한다” - 컨티뉴어스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사람은 그 일을 하는 순간에 반짝반짝 빛난다. 동료들과 손발이 척척 맞을 때, 창의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였을 때, 어려운 순간을 극복할 때, 고객으로부터 인정을 받았을 때… 그런 순간들은 직업인으로서의 자존감뿐 아니라 인생을 바라보는 태도도 활기차고 긍정적이 어진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시기도 찾아온다. 예전만큼 동료들과 마음이 맞지 않는다고 느낄 때, 내 힘으로는 버거운 문제를 마주했을 때, 어려운 순간이 큰 상처로 남았을 때, 내가 가치 있는 것을 만들고 있는 게 맞는지 의심이 들 때. 결국 그 시기를 이겨낼 만한 원동력이 얼마나 강한가 가 일하는 사람으로서의 지속가능성을 결정하는 것 같다. 그 원동력은 여러 가지가 될 수 있겠지만, 고민이 깊던 시기에 내가 깨달은 건 “출구(Exit) 전략”이 필요하단 것이다.
흔히 Exit이라고 하면 창업자, 투자자들이 많이 쓰는 용어지만, 내가 몸 담고 있는 회사나 역할에 대한 Exit도 분명히 고민해야 하는 주제라고 생각한다. 내가 이 자리를 뒤로하고 떠날 때 어떻게 떠나고 싶은지, 어떻게 떠나기 싫은지를 그려보는 것이 현재 나의 선택과 행동의 이정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최선의 Exit과 또 다른 시작, 그리고 그 이후의 Exit을 그려보니 다시 가슴이 뛰기 시작했고 도리어 현재와 지금 하는 일에 더 집중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생겼다.
나처럼 일을 사랑하지만 일의 의미와 지속하기 위한 원동력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내 출구 전략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면 좋겠다. 물론 인생이란 게 내가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가 많지만, 적어도 그 고민을 통해 얻은 깨달음이 쌓여 더 깊이 있는 사람이 된다고 생각하면, 손해 볼 건 없진 않은가.
“그런 밀도의 차이는 결국 10년 뒤 능력과 퍼포먼스의 차이로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처음부터 능력이 달랐던 게 아니라 일을 바라보는 시선, 일을 바라는 태도가 달랐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 시선과 태도가 있었으므로 경험과 인사이트도 축적되며 눈에 띄는 격차를 만들어 냈을 겁니다”-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