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초 Oct 28. 2022

사업을 짓는 건축가, Business Developer

BD가 일하는 원리와 원칙에 관하여 (사업개발)

얼마 전 싱가포르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2018년쯤 출장으로 다녀오고 4년 만의 방문이었는데요. 싱가포르는 건축물과 교통 인프라, 관광지, 그리고 자연경관까지 ‘인간의 손’에 의해 고도로 개발된 도시국가입니다. 국토의 25%가 간척지이고 무려 축구장 8천 개에 달하는 면적에 달한다니, 대단하죠? 도시의 광경 그 자체 보다도 이런 발전을 이뤄낸 싱가포르 사람들에 대한 경이로움이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개발할 것이 많이 남았는지 공사 중인 구역들이 도시 곳곳에 있었습니다.



사실 이번 휴가의 가장  목적은  간의 회사 생활을 회고하고  업에 대해서 정리해 보는 것이었습니다. 여행하는 동안 보고 느낀 외부의 것을 나의 내면, 특히 ‘ 대한 철학을 정리하는 재료로 쓰고자 했는데, 이곳저곳 공사 중인 싱가포르를 보면서 나의 직무인 ‘사업개발 비슷하다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특히 우리 팀의 상위 직속 리더인 대표님께서 ‘사업 건축, 도시 개발에 자주 비유하셨던 영향도 컸습니다.


1. 땅을 고른다 
2. 건물을 짓는다
3. 건물에서 돈이 나온다 (운영수익)
4. 건물을 확장해서 운영수익을 늘린다
5. (혹은) 건물의 가치를 높여서 매매한다


여기서 “에는 [시장], “건물 [사업] 대입하면, Business Developer(BD),  사업개발 직무가 하는 일과 일맥상통합니다. 진출할 시장을 고르고, 사업체를 지어서 안정적으로 운영수익을   있는 상태를 만들고, 사업  자체의 가치를 높여나가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1. [시장] 고른다 
2. [사업] 짓는다
3. [사업]에서 돈이 나온다 (운영수익)
4. [사업] 확장해서 운영수익을 늘린다
5. (혹은) [사업] 가치를 높여서 매매한다


BD 하는 일의 원리를 위처럼 아주 단순하게 정의하고 나서, 제가 현업에서 일하며 마음에 품게  나름의 원칙에 대하여 정리해 보았습니다. 길지 않은 경험이기 때문에 글로 쓰는 것이 부끄럽기도 하고, 지키지 못하고 있는 원칙들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커리어를 이어가면서 계속 마음에 새기고 싶은 것들을 글로 남겨보고자 합니다. 아래의 내용은 제가 직접 겪은 것들  아니라 여러 멘토분들과의 대화, 그리고 읽은 책에서 얻은 것들이 많다는 점을 미리 밝힙니다.

 



1. 내가 산다고 생각하고 지어야 한다. (Infinite Game Mind-set)


내가  집이라고 짓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완전히 다른 결과를 만듭니다


사업 초기에 대표님과의 미팅에서 가장 강조하셨던 말입니다.

우리가 집을 구할 때 주인집이 산다고 하면 안심하는 이유는, 주인이 사는 집이니 “허투루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사후 관리가 잘될 것이다”라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수도나 전기배선처럼, 당장은 괜찮더라도 생활하면서 문제가 드러나고, 뜯어고치기 굉장히 힘든 류의 것들 말입니다. ​


사업 초기에 세팅해야 하는 수익모델, 표준계약서, SOP(표준 운영 프로세스), 상품기획, 가격 설계,  문화, 파트너(거래처)들과의 관계 또한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MVP 만들고 이를 다듬어 나가는 과정이 있겠지만,  최종 지향점은  요소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최상으로 작동하는 것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읽은 책인 사이먼 시넥의 <Infinite Game>에서 전달하는 메시지와도 연결되는 데요. 이 책은 기업 경영에 있어서 무한게임(Infinite Game)식 사고방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책입니다. 사업을 시작과 끝, 승자와 패자가 있는 유한게임이라고 생각하면 ‘단기적인 성과’를 우선시하게 됩니다. 그래서 장기적인 성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더라도 단기적인 성과만 나올 수 있다면 그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하게 되죠.

BD 목표 또한 단기적인 목표,  사업체 “구축에서 그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BD라면 사업을 지을 , 내가 지은 사업에 직접 들어가 지속적으로 영위할  있어야 한다는 기준이 있어야 합니다.



2. 혼자서는  짓는다.  빌딩이 전부다. (Team-building)


초기 사업체에서의 멤버 구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사업의 토대와 기둥을 함께 세우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저도 작년 여름에는 혼자였지만, 이제는  7명이 구성원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든든하고 고마운, 우리 사업을 지탱하는 기둥들입니다.

사실 저는 혼자 일하는 것이  익숙한 사람이었는데요. 모르는 일은 배워서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손으로 만드는 것이  편하다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사업의 규모가 커지고 역할이 많아지면서, 팀의 리더로서 구성원들과 “함께 잘하는 방법 대해 고민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성과를  내는, 좋은 팀을 만들기 위해 리더가 해야  역할은 무엇일까요? 책을 읽다 가슴에 와닿는 부분이 있어 발췌했습니다.


리더는 결과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 아니다. 결과에 책임이 있는 직원들을 책임지는 사람이다. 조직의 성과를 극대화하려면 정보를 원활히 공유할  있고, 실수를 공개할  있으며, 서로 돕는 문화를 만드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다.  사람들이 안전함과 소속감을 느낄만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리더의 책임이다. - <인피니트 게임>, 사이먼 시넥


한 워크샵에서 "리더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았었는데, 정확히 제가 "리더는 결과에 책임을 지는 사람입니다"라고 답변을 한 적이 있어서 더 와닿았습니다.

물론 회사에서 실제로는 리더가 결과에 책임을 져야  확률이 높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직 운영에 있어서는 "리더는 결과에 책임이 있는 직원들을 책임지는 사람이다"라고 스스로 생각하는 것이, 리더로 하여금  나은 조직 운영 방식을 택하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개인적으로 조직 구성원의 ‘심리적 안정감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여기서 심리적 안정감이란 팀원들에게 심리 상담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필요하다면 전문가에게 도움을 받아야겠지만), 리더가 조직원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방법은 개인의 강점, 성향, 목표를 파악하고 이를  발휘하여 성취감을 느낄  있는 업무와 역할을 부여하는 , 문제가 발생했을  우선순위를 숫자나 성과가 아닌 사람에 두고 해결하는 , 건전한 피드백이 오갈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다양하고 복합적인 것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물론 안전함과 소속감을 느낄 만한 ‘환경’은 회사 차원에서 조성해주고 있는 부분이 큽니다. (채용, 교육, 조직 문화 등) 그리고 저희 회사는 환경이 잘 마련되어 있어서 아직 중간관리자로서 경험이 부족한 저에게는 정말 다행인 일입니다.

또한 우리 팀에 꼭 필요한 훌륭한 팀원들의 존재 그 자체 또한 저에게는 큰 행운이자, 이 사업을 계속 끌고 나갈 수 있게 하는 큰 원동력입니다. (팀원들에게 “저는 인복이 참 좋은 것 같아요”라고 이야기하면, 팀원들은 “그러게나 말이에요. 저희가 생각해도 그래요”라고 격하게 동조합니다) 팀장으로서 부족한 점들이 스스로도 많이 보이지만, 항상 지지해주는 팀원들에게 이 글을 빌어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


3. 주변 환경자원과의 연결성이 중요하다. (Infrastructure)


주변 환경자원과의 연결성은 1번과 마찬가지로 대표님께서 직접 강조하셨던 이야기입니다. 역세권이거나 주변에 학교, 쇼핑몰 등이 있으면 부동산 가치가 높아지죠. 사업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건물(회사 내의  사업) 짓는 건축가라도, 도시 전체의 지도(회사 전체의 조직, 기능) 파악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건물의 운영수익과 가치가 달라질  있습니다.


구체적인 예로, 제가 맡고 있는 와디즈의 파트너사업을 들어보겠습니다.  사업의 가장 중요한 환경자원은 와디즈의 메인 비즈니스인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사업입니다. 파트너사업은 펀딩을 하기 위해 필요한 콘텐츠 제작, 마케팅 수요가 있는 “메이커라는 잠재고객의 물줄기와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리고 고객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자원 – 풍부한 파트너 , 내부 시스템과 정보 접근성, 마케팅 데이터 자원  – 또한 플랫폼 외부의 다른 경쟁자들은 접근할  없는, 우리 사업만이 활용할  있는 전략 자원들입니다.

 외에 와디즈  다른 기능을 하는 팀들과의 연결성 또한 사업의 중대한 경쟁력이라   있습니다. 우선 주변에 어떤 자원이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먼저일 것이고요. (그리고 편의상 '자원'으로 표현했지만, 결국 모든 것이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다른 이해관계자의 목표와 정렬(align) 되는 있는 협업 구조를 만들고,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 '자원 연결을 위한 작업'이라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설득과 협상,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BD에게 있어 가장 핵심적인 역량  하나인 듯합니다.



​​4.  직접 살아보면서 고쳐 나가야 한다. (Operation & Maintenance)


 번째로 언급하긴 하지만, BD 간과하기 쉬울  있기에 순서와 상관없이 매우 강조하고 싶고,  스스로 마음에 계속 새기고자 하는 부분입니다.  건물에 입주해서 실제로 살다 보면 건물을 지을 때는 몰랐던 문제가 나타날 것입니다. 물론 설계를 잘하는 것이 가장 Best 겠지만, 신이 아닌 이상 완벽한 설계란 없습니다. 특히 MVP 바탕으로 빠르기 시작하고 고쳐나가는 방식으로 사업을 빌드업해야 하는 환경에서는, 사업운영과 보수는 어쩌면 사업을 짓는   자체보다도 중요합니다.


사업은 신박한 개편이 아니라 작은 수정의 반복이다 – 사업은  버는 시스템을 만들고 운영하는 것입니다. 창업을  했을 때는 그리고 아무것도 없을 때는 어떤 생각이든 무조건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간단히 스케치만 하고 일단 삽질을 시작해야 합니다. 하지만 기본적인 시스템이 완성되고 시스템이 돌기 시작해 단계별로 전환율 데이터가 나오고부터는 대대적인 변화 대신  필요한 지점만 정확하게 찾아서 수정을 해야 합니다. 이때부터는 루틴,  반복이 중요해집니다 - <창업가의 습관>, 이상훈


고쳐 나가는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리더십과 팀원들의 Grit(투지)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만든 시스템을 반복적으로 작동해보면서 나타나는 문제점에서 보완하고,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한 공사에 착수해 나가야 합니다. 그런데,  단계가 되면 빠르게 성장하는 것이 익숙하고, 계속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어 하는 신규 사업팀의 특성상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운 단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결국 ‘루틴에서 사업을 영위할  있는 근본인 ‘수익 창출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번째에서 말한 바와 같이 사업을 짓고,  안으로 실제 들어가 수익을 창출하는  까지가 BD 역할이기 때문에  또한 훌륭한 BD 되기 위한 훈련이자, 마땅히 해야  책임입니다. 물론 사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BD 올라운더로서 하던 역할이 점점 기능별로 분화하여 채용을 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전까지는 루틴을 반복하면서 ' 나음' 만들어나가는 꾸준함도 필요하겠습니다.



5. 좋은 감리(멘토, 전문가)  필요하다. (Risk Management)


건축 공사에서 말하는 감리는 건축사가 설계도에 따라 해당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행위입니다. 감리자의 확인 없이는 준공 검사를 받을 수가 없고, 추후 사고가 나면 감리사도 같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해요. (출처: 네이버지식 백과). BD에게도 이런 감리사 역할을 해줄 좋은 멘토, 전문가가  필요합니다.


저의 경우, 사업 전체와 조직운영과 관련해 대표님과 부사장님께서 직접 멘토 역할을  주고 계세요. 그리고 수익성  회계처리에 대해서는 재무회계팀, 계약과 정책과 관련해서는 법무팀에서, 우리의  제품인 콘텐츠, 마케팅에 대한 Quality Control 위해서는 콘텐츠팀, 마케팅팀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업이 커지면서는  튼튼한 사업을 짓기 위해 정보보안팀, 운영기획팀, 서비스팀   많은 팀들과 협업이 필요해지고 있는 단계에  있습니다.


이렇게 훌륭한 전문가, 그리고 멘토와 같이 “ 사업을 함께 지을  있다 것이 회사 안에서 사업개발을 하는 것의 가장  장점이 아닐까요? 내가 밖에서 혼자서 사업을 시작했을  보다도 빠르고 안전하게 시작할  있고, 실패하거나 사고가 났을 때에도 함께 해결할  있는 동료가 있으니까요. 저는  땅에 헤딩할 만큼 용감한 사람도 아니고, 그건 무모한 행동이라고 봅니다. 회사는 내가 최소한의 기본 장비가 갖춘 상태에서 현장으로 뛰어들  있게 하고, 사업성이 보이기 시작하면  장비를 점점  업그레이드할  있습니다.


가끔은 그런 생각도 듭니다. “내가  장비를  벗어 버리고도, 야생에서 살아남을  있을까?” 물론  안전지대 안에서 평생 있을  없겠지만,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경험 자체로 귀한 자산이라 생각합니다. 협업을 하면서 어제 몰랐던 것을 오늘  알게 되고, 오늘 몰라서 버벅거렸던 것을 내일은   유연하게 하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언제가   아직 모르겠지만, 이런 경험들이  사업을 하게 되었을  많은 시행착오를 줄이는 장비가 되어줄 것이라 믿습니다.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

우선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리프레쉬 휴가기간 동안의 1 목표가 " 일에 대한 철학을 정리하고 글로 남기자"였는데요. 숙제를 마치고 나니 후련합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BD 하는 , 원칙을 단순화해서 정리하기 위해 비유를 많이 사용했는데요. 설명이 부족하거나  맞지 않는 부분도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글을 얼마나 보게   모르겠지만, 보시고 느낀 점이나 다른 의견이 있다면 남겨주세요. 견해를 넓히는   도움이   같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