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ABI Aug 11. 2015

하찮은 자랑

철봉에 오래 매달리는 일은 이제 자랑이 되지 않는다

'철봉에 오래 매달리는 일은 이제 자랑이 되지 않는다.' -박준, 슬픔은 자랑이 될 수 있다-


그 어린 시절 각자에게 자랑이 될만한 일들은 무엇이었을까. 달리기를 잘했고, 철봉을 오래 매달리기도 했으며, 공기 놀이를 잘했을 수도. 그런 하찮은 자랑들이 주변에 널려있던 것 같다. 시인이 읊조리는 '철봉에 오래 매달리는 일은 이제 자랑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 현실과 하도 멀어 그곳까지 도달하는데 꽤 걸렸다. 그런 하찮은 자랑은 모조리 어디로 숨은 것일까.  


"지금이 좋다, 나는. 돈도 제일 없고, 힘든데 그래도 예전보다 지금이 좋아. 돈도 벌만큼 벌어봤지만, 왜 그때는 그렇게 행복하지 않았는지 알겠어. 살면서 무엇이 중요한지 알았다고나 할까." 

어느 날 친구 S가 말했다. 우리가 모여 '진짜'를 찾는 일에 열을 올릴 때, 무엇이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을까를 같이 이야기할 때 나눴던 순간. 난 S가 지닌 생각들이 좋아 항상 칭찬을 던졌다. S가 스쳐지나 왔던 시간들과 슬픔들 속에 그는 훌쩍 자라 있었고, 그렇게 세상에선 '자랑'이라고 불리지 못하는 것들을 가지고 있었다. 보이지 않고, 잡히지 않지만 분명 그건 자랑할만한 것이다.  


괜히 낮부터 시집을 들춰보아 마음이 이리저리 갈라진다. 옳다, 그르다 목에 핏줄 세우며 얘기하고 싶지도 않고, 그냥 둥그렇게 둘러앉아 하찮은 자랑만 각자 늘어놓았으면 좋겠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