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ABI Jul 25. 2021

여성은 버리고 간다

손아람 작가 오피니언



여성가족부폐지는 대통령 선거 1호 공약이 될만한 의제인가? 



내용보다 순서가 더 의미를 갖는 순간이 있다. 국민의힘 대통령 경선의 첫번째 의제로 여성가족부 폐지가 돌출한 것은 두가지 사실을 드러낸다. 첫째로 젊은 세대 남성들이 느끼는 여성가족부의 '적대적 위상'이 마침내 끝판왕 단계에 도달했다는 것. 둘째로 그 근간이 되는 페미니즘에 대한 반감이 제1야당을 먹여살리는 정치적 금광이 됐다는 것. 무슨 고정금리처럼 5% 근처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 20대 여성 지지율과 불과 1년 만에 20% 이상이 대이동 해온 20대 남성 지지율을 동시에 목격한 국민의힘으로서는 눈앞에 놓인 위험한 선택지의 유혹을 거부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가는 길은 막다른 길, 그것도 되돌아오기 어려운 막다른 길이다. 



정치는 유권자의 삶을 개선하겠다는 약속의 대가로 생명을 얻는다. 이것은 정치의 정의에 다름없다. 삶을 약속하지 않고 카타르시스만을 충족시키는 정치는 결코 지속가능하지 않다.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 여성을 군대에 보내겠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들이 청년 남성을 겨눠 내세운 공약에는 정작 남성이 등장하질 않는다. 청년 남성의 경제적 박탈감을 해소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보다는 여성의 권익을 함께 박탈하는 쪽이, 병역의 고통을 줄기이 위해 모병제 전환을 논의하는 것보다는 여성을 몽땅 군대에 보내버리는 편이 더 손쉬운 접근이기 때문이다. 기성 지지자들에게 좌표 혼란을 일으키는 것보다는, 그간 뭘 해도 응답하지 않았던 여성표를 내다 버리는 게 낫다는 셈법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세계 지성에게 10년 생존 전략을 묻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