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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독讀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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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BI Aug 24. 2015

뉴욕 3부작_폴 오스터

'살아가는 것'에 대해. 

주말은 꽤 화창했건만, 스타벅스 한 구석에서 '뉴욕 3부작'을 붙들고 있느라 그럼 화창함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스물 살 쯤이었을 까, 이 책을 전부 읽었던 '기억'만 선명하게 남아있는데 신기하게도 줄거리 따위는 전혀 기억나지 않고 어떤 영상 하나만 뿌옇게 떠오르곤 했다. 뉴욕 한 복판에 한 남자가  좁디좁은 상자에 들어가 며칠이고, 몇 달이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그런 영상. 영상과 동반되어 답답함까지 동반되는 현상은 매번 '뉴욕 3부작'을 떠올리면 따라다니는 것들이었다. 무심결에 책장에서 뽑아 든 이후엔 줄곧  이 책을 새로 읽고 있는 독자모드가 되고 말았다. 


유리의 도시 


바벨탑을 온 인류가 함께 세웠던 시절이 있었다. 언어는 하나였으며, 그 사건 이후 언어가 갈리게 된 인간은 '인류의 언어'를 찾기 위해 남 몰래 고군분투했다. 인간이 지닌 '언어'에 대해 각자의 다른 시선으로 풀어낸 소설. 


언어의 불완전, 인간의 나약함, 인간의 이기심이 이 단편소설 속에 소름 끼치도록 잘 담겨있다. 


'퀸'은 소설가다. 추리소설을 가볍고, 쉽게 써내면서 생계를 이어내는 작가로 평범한 생활을 유지하다, 우연찮게 걸려온 전화를 시작으로 가짜 사설탐점 역에 빠지게 되었다. 의뢰를 맡긴 피터 스틸먼을 만나면서 일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인간의 언어를 배워야 되는 어린 시절 '언어'와 '빛'에 갇힌 피터 스틸먼의 이야기는 역사 속에서 '인류의 언어'를 되착기 위해 태어난 아기들을 감금시킨 인간들의 말도 안 되는 욕심과 욕망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어린 시절 스틸먼을 직접 감금시킨 미친 언어학자 그의 아버지가 출소되는 날, 피터 스틸먼을 찾지 못하게 주시하는 역을 하게 된 '퀸'은 빠져나오지 못하는 늪에 들어온 것 같이 사설탐정 역에 점점 발을 뺄 수 없게 된다. 결국 스스로를 상자에 가두면서까지 감시를 하는 그의 모습으로 소설은 막을 내린다. 




인간의 자아는 한없이 나약하고, 그것이 한 번 무너지기 시작하면 더욱더 속수부책으로 와르르 산산조각 날 수 있다.


잠겨 있는 방 


그런 것일까? 어느 날 인생을 뒤돌아 봤을 때, 그때 그 전화를 받지 않았다면. 그때 그를 만나지 않았다면. 그때 부탁을 거절했다면. 그런 후회되는 일들이 있겠지. 그것들이 내 인생 전체를 송두리째 바꿔놓고 난 아주 후에야 깨닫겠지. 난 확실히 이 단편을 읽으며 팬쇼를 더 지지했다. '삶을 음미하려고 했던 그'의 삶을 난 더 지지했다. 부인을 버리고, 가장 아꼈던 친구를 곤경에 처하게 했지만. 


3개의 단편이 교묘하게 맞물려있다. 인간의 지닌 본성, 정체성에 대해 작가는 묻기도 하고, 답을 내어주기도 하며, 또 다시 질문을 던진다. 각자의 사건들은 독자들이 스스로 답을 내리도록 한다. 


'살아내고', '살아가는 것'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요즘. 


타인에 의해 쉽게 흔들릴 수 있는 환경에 살고 있는 우린. 언제고 갑자기 어떤 사건으로 인해, 혹은 어떤 작은 시작으로 인해 와르르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것을. 


어떤 나를 만들기 위해, 혹은 어떤 삶을 만들기 위해 이렇게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가는지에 대해. 

좀 더  세세하게, 주도 면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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