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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判讀用書> 세상에서 책 쓰기가 가장 쉬웠어요

<글쓰기-4> A4 한 장 쓸 힘이면 책이 된다(1)

by 조창완

나에게 많은 이들이 질문을 한다.

“어떻게 하면 책을 그렇게 많이 쓸 수 있어요.”

답은 간단하다. 생각했던 것을 쓰면 책은 그냥 써진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작하지 않는다.

천리 길도 한걸음 부터다. 로또 당첨된 이를 아무리 부러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자신은 로또를 사지 않는다. 로또를 사지 않은 이들이 로또를 당첨하게 하는 일은 하느님도 하지 못한다.

나는 그간 17권 정도의 단행본을 냈다. 아내와 공동명의로 쓴 책을 포함한다. 공동필자로 참여한 책은 휠씬 많다. 10여권 정도 있는 것 같다. 내가 기획해서 출간한 책도 많다. 첫 책은 <수레바퀴 아래에서 책읽기>라는 2권짜리 전자책이다. 하이텔에 쓴 서평을 정리한 원고인데, 부끄럽지만 출판쪽에서 일하는 친구가 권해서 냈다. 물론 별다른 인세도 없지만, 몇곳의 전자도서관에서 볼 수 있는 것 같다.


책을 많이 냈으니, 책 출간에 대한 강의도 가능하다. 코트라에서도 책 쓰기를 강의한 적이 있다. 국가일을 하기 위해서 였지만 세계를 경험한 이들이 책을 내는 것은 의미가 깊다고 생각해 간절하게 요청하기도 했다. 실제로 코트라 출신들이 낸 책 가운데는 상당히 좋은 책들이 많다. 중국 관련서를 쓴 박한진 작가 등도 현직으로 코트라에 있지만 상당히 좋은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럼 책을 내기 위해 어떻게 해야할까. 우선 자신에게 맞는 책의 형태를 고민해야 한다. 인쇄본으로 나오는 책은 출판시장은 좋지 않기 때문에 초판을 1000여권 아래로 찍는 경우가 많다. 확실한 느낌이 있어야 3천권을 찍는다. 출판사는 최소 2000부 정도는 팔려야 손해를 보지 않는데, 이런 책은 전체 출판 책 가운데 2~3%도 되지 않는다. 따라서 전자출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전자출판은 원가도 높지 않고, 저작권료도 높기 때문에 그것이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전자출판물을 이용할 수 있는 방식이 한정적이어서 아쉬움도 있다. 정 아쉽다면 몇권 정도만 제본하는 방식도 나쁘지 않다. 그리고 책이 나오면 삶이 뭔가 달라질 거라는 믿음도 많은데, 17권의 책을 낸 필자는 전혀 그런 느낌이 없다. 물론 베스트셀러가 되면 강연도 들어오고, 인생도 펼쳐질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기회는 충분한 준비와 경험을 거친 후에야 이뤄진다.


책의 행태를 고민했다면 진행 방식을 정해야 한다. 우선 연재 방식을 통해서 원고를 쌓을 것인가, 아니면 바로 한권 전체를 쓸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내 전작인 <신중년이 온다>는 2019년 가을 회사에서 퇴사를 통보받은 후 출근해 10여일 동안 쓴 책이다. 목차를 정하고, 매일 8~9시간 동안 집중하면서 썼다. 반면에 지금 쓰는 <읽고쓰자>는 브런치에 연재하는데, 궁극적으로 책으로 완성될 것을 생각하면서 쓴다. 이전 출판 책 가운데 <중국 도시기행>과 <차이나 소프트>는 오마이뉴스에 연재해서 책으로 나왔다. <달콤한 중국>은 한국무역신문에 수년간 연재한 원고중에 쓸만한 원고를 뽑아서 카테고리를 나누었고, 원고를 정리해 책으로 출간했다.

어지간히 책을 내본 사람이 아니라면 한권의 책을 집중적으로 작업해서 출간하기는 쉽지 않다. 경우에 따라 책 한권을 쓰기 위해 몇 달씩 집중하는 경우가 있는데 좋은 성과를 낸 경우를 많이 보지는 못했다.


-출판의 앞단

그런데 인쇄 출판이 목적이라면 사전 작업도 필요하다. 우선 출판기획서는 꼭 만들어야 한다. 출판사와 출간 협의를 하는 기본이기 때문이다. 필자도 지금까지 낸 책은 빠짐없이 출판기획서를 만들었다. 나 같은 경우 출판기획서는 대략 이런 내용을 만든다. <노마드 라이프>를 예로 들면 아래와 같다.


제목: 노마드 라이프

출간 목적: ‘아프니까 청춘이다’ 등 우리 청년들에게 위로를 주는 책들이 많이 출간됐다. 하지만 ....

마케팅 포인트

-고대부동산경제포럼(회원 6000명), 중국여행동호회(회원 15만명), 중국자본시장연구회(국내 최고 중국전문가 회원 100여명) 등과 인적 네트워크망을 통해 마케팅...

저자: 조창완

고려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강의 경력

정부: 문화관광연구원, 전라북도공무원교육원, 군산CEO포럼, 무역아카데미...

-프롤로그

‘노마드’는 ‘유목민’이란 라틴어로 프랑스

책 순서(집필하면서 변동 가능)

1. 왜 노마드인가...


출판기획서나 원고 앞부분을 출판사로 보내서 협의에 들어가도 좋다. 개인적으로 사전에 출판사와 협의를 해보는 것을 권한다. 출판사의 의도에 따라 목차나 주제가 바꿀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실 대부분의 원고는 출판사로부터 연락을 받기 쉽지 않다. 좋은 원고도 드물고, 출판사도 책 한권을 내는 것이 모험이라 신중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의지만 있다면 소외받았어도 부지런히 원고를 써볼 필요가 있다. <해리포터>를 쓴 조앤 롤링도 이혼 후 먹고 살기 힘들던 상황에서 자신의 딸에게 심심풀이라도 해주고, 자기 자신의 만족을 위할 겸 쓰던 원고였다. 원고 완성 후 출판하려는 생각을 먹고 수많은 출판사를 찾아갔지만, 12번이나 퇴짜를 맞았다. 그러다 13번째로 컨택한 곳이 중소 출판사 블룸즈버리(Bloomsbury Publishing)였다. 작가나 출판사나 대박이 났다.

자 그럼 앞 단계를 거치고, 책을 써야하는 상황이 됐다. 이 글처럼 연재를 하게 된다면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적극적으로 피드백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또 실제로 브런치에 연재한다고 하더라도 많은 독자가 보는 것은 아니다. 그럴 때 사람들이 더 많이 보게 하려면 자신의 페이스북이나 카카오스토리, 트위터 등을 통해 링크시키는 것도 한 방법이다. 실제로 필자가 써서 그냥 브런치에 올린 글은 공유나 라이킷이 거의 없다. 반면에 발행한 후 페이스북에 링크한 글은 수십개의 라이킷이나 공유가 이루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혹자는 이런 연재 공간에 올리는 것이 나중에 책이 출간됐을 때, 신선도를 떨어뜨리지 않을까하는 걱정을 한다. 하지만 기우다. 이렇게라도 본 사람이 책이 출간됐을 때, 사지 아예 이 콘텐츠 자체를 모르는 이가 책을 살 리는 없기 때문이다.


-원고 작성은 치밀하게

원고 작성은 정말 쉽지 않은 과정이다. 일단 책 한권이 되려면 A4 용지 100매 정도(아래아 한글 10포인트, 행간 160)는 되야 한다. 물론 종류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략 이 정도다. 결국 하루에 A4 3장을 쓴다면 한달 정도가 걸리고, 6장 정도를 쓴다면 보름 정도가 걸린다. 글을 많이 써본 이들에게 A4 6장은 그리 어려운 글쓰기가 아니다. 필자가 <신중년이 온다>를 쓸 때는 하루에 A4 10장 정도를 쓴 셈이다.

문제는 처음부터 이렇게 잘 나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행인 것은 어느 정도를 쓰다보면 속도가 붙기 마련인데, 처음부터 너무 초조하면 지레 겁을 먹고 포기할 수 밖에 없다. 속도가 붙는 것은 책 읽기와 마찬가지다. 일단 글쓰기도 습관이 붙고, 원고에 대한 장악력도 생기기 마련이다. 그럼 스스로 큰 틀을 짜고, 무엇을, 어디에 넣어야 할지도 쉽게 판단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글을 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골격을 잘 짜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책은 4~5개 정도의 큰 골격이 기초가 된다. 가령 <신중년이 온다>는 아래와 같은 골격이다.


Part 01. 100만 세대의 과거

Part 2. 100만 세대의 현재

Part 3. 100만 세대의 미래

Part 4. 삶의 키워드


사실 이렇게 골격만 세우면 아래는 자연스럽게 하나하나 주제가 나온다. 거기에 맞추어서 하나하나 아이템을 설정해 원고를 쓴다. 최근 주목받는 빅데이터 전문가 송길영 작가의 <그냥 하지 말라>는 골격을 이렇게 세웠다.


1부 기시감 : 당겨진 미래

2부 변화 : 가치관의 액상화

3부 적응 : 생각의 현행화

4부 성장 : 삶의 주도권을 꿈꾸다


이렇게 세운 뼈대 속에 각각의 원고를 밀어넣는 게 일반적이다. 필자도 작업할 때 별로 다르지 않다. 지금 쓰는 이 원고도 판독용서(판단, 읽기, 생활, 글쓰기)로 두고, 각각 신선한 아이템을 찾아서 글을 써간다. 글을 많이 써본 사람은 이 기초가 비교적 균형이 맞는다. 여기서 균형은 양과 질까지도 포함된다. 한 파트당 10~20여개 정도의 꼭지를 쓸텐데, 균형이 될 때 독자들도 안정적으로 책을 읽을 수 있다. 물론 처음 시작하는 저자는 이것이 가장 힘든 작업이다.

그런데 이럴 때 그냥 자신의 능력으로 가는 것은 쉽지 않다. 그때 필요한 것이 인터넷 서점 등에서 목차를 살피는 것이다. 목차를 많이 보면 책의 구조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그럼 자신도 어떤 방식으로 구조를 짤지 예감해 갈 수 있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은 그르지 않다. 다만 너무 지나치게 베끼면 바로 표절 논란에 걸릴 수 있는 만큼 적당히 잡아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책의 독창성이다.

가량 글쓰기에 관한 책은 수십종이 있다. 유시민, 강원국, 백승권 등도 있지만 글쓰기에 관한 다른 책도 어머어마하게 많다. 필자는 서고에 글쓰기에 관한 책만 모아두었는데, 20종은 넘는다. 고로 글쓰기에 관한 책을 쓰겠다는 것은 이미 레드오션에 발을 디뎌놓은 것이라 생각하면 된다. 다만 독특한 아이디어를 담으면 조금씩 푸른 물이 들어온다. 가령 주부, 직장인 등 직업군을 특화하거나 에버노트를 통한 책쓰기 등처럼 특정 방식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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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전 내놓은 노마드 라이프와 신중년이 온다. 목차는 전형적인 구조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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