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3> SNS는 글쓰기의 행복한 연습장
SNS. 너무 많이 쓰이지만 딱 어느 것이 SNS냐 물으면 답이 쉽지 않다. SNS는 Social Network Service의 약자다. ‘웹상에서 이용자들이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라는 뜻이다. 인적 네트워크로 정의한다면 가장 쉽게 생각나는 서비스가 페이스북과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이다. 블로그, 카카오스토리 등도 생각나지만 네트워크적인 기능에서 조금 갸우뚱해지도 한다.
그럼 글쓰기에 있어서 SNS는 역할을 할까. 개인적으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트위터, 블로그 등 모든 계정을 갖고 있다. 이용 빈도로 본다면 페이스북, 블로그가 중심 사용대상이고, 인스타그램과 트위터는 특정한 일이 있을 때 들어가보는 정도다.
일단 글을 쓰는 데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개인적으로 페이스북을 권한다. 인스타그램은 사진을 중심으로 좀 뷰티한 자신의 삶을 소개하는 이들이 선호하는 서비스다. 아름다운 풍경, 꽃, 아름다운 청춘, 애완동물, 음식이 난무하는 공간에서 글은 관심도 끌지 못할 뿐만 아니라 글을 쓰기에도 공간은 좋지 않다.
트위터는 사람을 연결하고, 알리는 기능에서는 탁월한 매체다. 실제로 글쓰는 공간으로 트위터를 잘 활용하는 이들도 있다. 트위터의 글은 140자의 극히 짧은 포스팅만 가능하다. 140자 안에 모든 것을 담아야 한다. 개인적으로 잘 알지 못하지만 전우용 선생(@histopian)은 트워터를 가장 활용한다. 역사학자인 그는 21년 10월에 43.5만 팔로워가 있는 ‘파워 트위터리안’이다. 사회 현상을 역사가의 시각에서 촌천살인한 정의(定義)로 풀어준다는 평을 받는다. 그가 한마디를 하면 일단 43만여명의 눈에 스쳐간다. 다만 요즘에는 정치적인 내용이 중심이라 그다지 호기심 가지는 않는다. 그밖에도 트위터를 잘 활용한 사람으로는 미국 전직 대통령 오바마와 트럼프를 꼽는다. 사람이 주목한다는 성격을 이용해 그들은 1억 전후의 팔로워를 가진 세계적인 트리터리안이 됐다.
하지만 타인들의 관심을 끌만한 이슈를 만들기 힘든 일반인이 트위터에서 인기를 끄는 일은 쉽지 않다. 연예인처럼 팬들을 보으는 일을 하지 않는다면 굳이 할 필요도 없다. 김연아 선수도 트워터를 했지만 거의 멈췄다. 이런 용도가 있는 이들도 최근에는 인스타그램으로 많이 가는 편이다.
지인 가운데 인스타그램을 가장 애용하는 이는 <대통령의 글쓰기>를 낸 강원국 작가다. 그렇다고 강작가가 인스타그램을 글쓰기로 쓰는 것은 아니다. 강작가는 인스타그램에 주로 강연과 만남 모습을 많이 올린다. 강연할 곳을 찾는데도 도움을 받는 것이 주목적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인스타그램은 팔로워에게 전달하는 힘은 약해서 특정한 그룹 중심으로 본다. 인스타그램은 태그(#)를 통해 네트워크가 가능하지만 확장성은 극히 한계가 있다.
글쓰기의 연습공간, 모으는 공간으로 가장 적합한 것은 페이스북이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페이스북은 우선 인터페이스가 글쓰기에 적합하다. 글과 사진을 원하는 양 만큼 올리고 업데이트하면 일정량의 텍스트가 나오고 아래에는 사진들도 잘 편집되어 보여준다. 글로나 사진으로도 충분히 시선을 끌 수 있다. 필자도 2009년 7월에 가입했으니 벌써 12년째 페이스북을 사용하고 있고, 세상과 네트워크에서 가장 많이 활용하는 서비스다. 하루에도 2~3차례는 꾸준히 업데이트 한다. 또 프로필을 정리해둬 나에 대한 정보가 필요한 이들은 쉽게 나의 온라인 정체성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글쓰기에서도 페이스북은 중요한 공간이다.
물론 필자가 페이스북에 쓰는 글의 종류는 세가지다. 하나는 삶에서 느끼는 단상들이다. 보통은 사진과 같이 올린다. 비교적 반향이 좋다. 얼마전 <삶이 고달프면 헤세를 만나라>의 출간 후 관련 감회를 적은 글이 그런 글이고, 추석에 고향집에 가서 풍경과 느낌을 적은 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페이스북에서 가장 반향이 좋은 글을 순수한 마음을 친구들에게 공유할 때 가장 좋은 반향이 있다. 반면에 정치적 소회 등을 담은 목적성 있는 글은 호응이 거의 없다. 정치적 성향이 다를 수도 있고, 부담스러운 것을 페북 공간 같은 곳에서도 만나기 싫어서 일 것이다.
다른 하나는 필자가 쓰는 글들이나 연재를 링크하는 것이다. 지금 쓰는 <읽고쓰자>는 다음 브런치 서브스에서 연재하지만, 알리기 위해 페이스북에도 링크한다. 이런 글들도 생각보다 호응이 있지 않다. 순수하게 페이스북만을 위한 글이 아니어서도 하지만, 기술적으로도 링크의 차이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글을 쓰는 공간을 넘어서 페이스북은 지인들과 소통하는데 가장 유용한 공간이다. 페이스북에 연결된 이들은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대부분 쉽게 알고 있다.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있는 만큼 필요한 일이 있을 때는 링크도 가능할 수 있다.
다만 페이스북은 약점이 있다. 글의 카테고리가 없기 때문에 쓴 글은 2~3일만 지나면 한참 내려가 찾기가 쉽지 않다. 물론 필요에 따라 검색하는 기능을 활용하면 과거의 내용을 찾아볼 수 있다. 물론 개인적으로 해보지 않았지만 출판 기능이 있어서 자신이 사용한 페이스북 기록을 책 같은 방식으로 엮을 수 있다. 다만 비용이 있어서 호응은 많지 않아 보인다.
이런 페이스북 글쓰기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게 블로그다. 필자에게는 다음 블로그가 사실상 기능을 많이 상실해 이제는 네이버 블로그를 중심으로 한 지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내가 네이버 블로그를 가입한 시간은 2003년 12월 17일 오전 01시53분이다. 중국 톈진에서 살던 시기다. 1998년 즈음부터 개인 홈페이지 ‘사진과 글이 있는 풍경’을 친구인 사진가 오철민과 운영하고 있었는데, 공동으로 작업할 수 없어지면서 홈페이지도 역할을 잃어갔다. 거기에 도메인, 호스팅에 돈이 들어가고, 내가 하던 웹디자인도 피곤해서 나는 자동으로 꾸릴 수 있는 공간을 찾다가 네이버 블로그에 가입한 것이다.
블로그는 내 지적 창작물의 전반을 쌓은 공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앞 부분은 소회나 연재, 외부 강연 등 최근에 진행하는 작업을 올린다. 감상은 주로 페이스북에 올리지 상대적으로 소원할 것이다. 다음은 서평들을 범주별로 올린다. 최근에는 읽는 책을 다 서평을 쓸 수 없어, 시사잡지 서평 공간에 올리는 글을 올린다. 다음은 여행이다. 중국에서 했던 여행을 비롯한 글들을 올리는데, 여행사 일도 놓고, 여행도 뜸해지면서 허전해져 간다. 다음은 내가 각종 매체에 기고한 글, 내가 쓴 책 이야기, 나에 관한 기사를 모았다. 물론 공직과 그 밖에 일을 오가면서 어느 한 일에 집중하지는 않기 때문에 질서는 좀 없지만, 나의 활동을 보이는 척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진과 글을 같이 배열하면서 적는 글들은 페이스북의 한계가 있어서, 블로그에 편집해 올리고, 페이스북에도 링크를 걸어둔다. 춘천에서 일할 때 올린 ‘봄내 일기’가 예가 될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SNS를 하면서 가장 관심이 있는 것은 다른 이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매력적인 글쓰기의 비법은 무엇인가 일 것이다. 사실 이 답은 필자도 모른다. 우선 내가 매력적인 글을 쓰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간의 글을 써오면서 어떤 글들이 읽는 이들에게 반응이 받았는지는 알고 있다. 아울러 내가 어떤 글에 매혹됐는지를 생각하면서 매력적인 글의 몇가지 특징을 정리한다.
첫째 신선한 느낌의 단어에 사람들은 매혹된다. 바다, 파도, 노을, 새벽 등 단어일 수 있고, 제주도, 통영, 여수 같은 지명일 수 있다. 핑크뮬리, 히아신스, 베고니아 등 동화가 생각나는 꽃이나 패랭이꽃, 변산바람꽃, 매미꽃, 섬노루귀, 히어리, 얼레지꽃, 처녀치마, 복수초, 상사화 같은 야생화 이름도 신선한 느낌을 준다. 억지로 끌어대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지난 글의 도입부에 이런 단어들이 들어가면 집중도를 높이고 호기심을 얻을 수 있다.
둘째 동화나 이야기적 상상력도 매력을 준다. 어린왕자,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라푼젤, 빨간머리 앤, 미운 오리 새끼, 오즈의 마법사, 키다리 아저씨, 아라비안 나이트, 알퐁스 도데의 별 등 익숙한 동화의 스토리나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글을 눈을 떼기 어렵다. 전체가 아니더라도 일부를 쓰는 것도 나쁘지 않다. 세상에 완벽하게 새로운 글이란 드물다. 결국 수없이 이야기를 반복하는 게 스토리의 기본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완전히 생경한 이야기 보다는 익숙한 이야기가 조금이라도 있는데 반감이 덜하다. 때문에 전문 극작가들도 과거에서 수많은 사례를 끄집어 온다. 일반인들도 글을 쓸 때 충분히 활용할 만한 이야기다.
셋째 다음은 단순하게 쓰라는 것이다. 지금 필자가 쓰는 것처럼 체계적으로 쓰는 글은 읽는 이가 계속 생각하면서 봐야 한다. 일단 생각하면 매력도는 떨어진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능하면 감정적인 단어를 쓰는 것이 좋다. 뇌는 단어를 읽은 뒤 0.2초 안에 그 안에 함축된 내용을 처리한다고 한다. 생각하려면 쉽지 않다는 뜻이다. 책을 읽을 때라면 뇌는 단어, 문장 등으로 순차적으로 이해하겠지만, 인터넷이나 모바일 상에서는 쉽지 않은 일다. 반면에 아름다운 풍경과 짧은 문장, 명료한 단어로 쓰는 블로그 글을 그냥 넘기는 이들은 별로 없다. 일단 단순한 패턴을 통해 한가지를 인식시켜 준다면 그 글은 성공한 글이다.
넷째는 오감을 동원해 쓰라는 것이다. 사람은 단어를 볼 때, 시각으로도 떠올린다. 단 상태적인 단어로는 안된다. 거북이 등, 사과 껍질, 고드름의 끝, 보도블록 사이에 피어난 민들레꽃, 경춘선을 타고 가다 만난 옥수동 개나리꽃 같이 구체적인 게 좋다. 후각도 있다. 황사를 앞둔 봄날 비가 쏟아질 때는 공기에서 나는 흙냄새, 목욕을 마친 아이에게서 나는 살 냄새, 초겨울 처음 귤을 깠을 때 나는 귤 향기 등 뇌는 명확하게 냄새를 기억한다. 그리고 글로라도 그 추억을 되살릴 때 반응한다.
촉감도 동원해야 한다. 종이에 손을 베었을 때의 따끔함, 나이든 어머니 발바닥의 깍끌깍끌한 각질, 어릴적 학교 앞에서 상자에 든 병아리를 만졌을 때의 생명력 등 사람이 살아오면서 인상적이었을 촉각의 기억도 글로 나타나면 누구나 깊게 반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