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5> A4 한 장 쓸 힘이면 책이 된다(2)
어렵게 마음을 가다듬고, 기획서도 쓰고 책쓰기에 돌입했다. 물론 사전에 출판사를 잡았다면 좋은 일이다. 물론 출판사를 정하지 않고, 책쓰기에 돌입했다면 그 용기에 경하 드린다. 두가지다 의미있는 일이다. 다만 확실한 주제를 하나 잡고 가는 석사논문도 힘든데, 많은 독자의 마음을 잡겠다는 책을 쓰는 것은 더 각별한 마음이 필요하다. 특히 출판사가 당신의 책을 내주겠다고 말했다면 대단한 것이다. 한강이나 김연수 작가 같이 많은 독자를 가진 베스트셀러 작가라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은 작가라면 출판사의 용기에 먼저 감사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한해 출판되는 책의 숫자는 66,000종에 달하는데, 그중에 재판을 찍는 숫자는 25% 남짓이고, 2쇄를 찍는 비중은 갈수록 줄어든다. 결국 출판사는 25%의 확률로 투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출판사에 대한 예의’를 가지라고 말한다. 그래서 책을 쓰는 사람들은 꼭 몇가지를 지키라고 말한다. 첫째 출판사의 번뇌를 같이 할 필요가 있다. 고민의 내용은 출판 비용까지 알 필요가 없지만, 원고 내용이나 마케팅은 같이 고민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람에 따라 원고에 대해서 고집하는 사람도 있고, 그러지 않은 사람도 있다. 물론 언론에 기고할 때 한글자를 고치는 것도 허락을 받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다만 같이하는 출판사의 전문성을 인정하는 차원에서라도 고민을 나누면서 수용하려는 의지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둘째는 SNS를 활용해 책에 대한 홍보를 하라는 것이다. 필자는 책이 나오면 페이스북이나 블로그 등에 책 출간 소식을 올려서 최대한 사람들이 알도록 노력한다. 출간 소식, 언론에 소개된 기사, 지인들의 책 리뷰 등도 가능하면 내 페이지에 링크해 주변에 알릴 필요가 있다. 필자는 5000명에 약간 못 미치는 페이스북 친구를 갖고 있고, 메일링으로 연결된 5000명도 있다. 이들은 지인이고, 이들이 내 책을 사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은 살 가능성이 많지 않다. 그래서 최대한 알리는 게 좋다. 설사 사지 않아도 자신이 책을 출간했다는 것만 기억해도 효과는 있다. 책이 출간된 후 가장 좋은 홍보는 언론을 많이 타는 일이다. 만약 언론의 주목도 받지 못하고, 주요 서점의 매대에 쌓이지 못하면 극히 소량의 책만 풀리고, 출판사나 저자가 힘들 수 있다. 주요 서점 매대에 서는 것도 비용이 들기 때문에 출판사로서는 또 다른 모험이 된다. 그럴 때 힘이 되는 것이 저자의 SNS 활용이다.
셋째, 책의 판매는 초기 홍보가 관건이다. 나중에 부각되는 책도 있지만, 처음에 소위 뜨지 않으면 생명력은 오래가지 않는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새로 출간된 책은 첫달에 최고점을 찍은 후 4달 정도 팔리다가 이후에는 스터디셀러가 되지 않으면 추락해 별로 팔리지 않는다. 따라서 초반기에 제대로 홍보하지 않으면 지속적으로 팔리지 않는다. 따라서 초기 홍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 출판사는 리뷰지원단을 모집하는 등 다양한 이벤트를 한다. 물론 이벤트를 한다고 해서 갑자기 주목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이벤트 마저 없다면 하루에 출간되는 180여권의 책 중에 하나인 당신의 책은 아무 존재감없이 사라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게 저자의 예의이기도 하다.
넷째는 저자 강연 등 책이 널리 팔릴 수 있는 행사에 참여하라는 것이다. 전작인 <신중년이 온다>가 출간되고, 국내 유수의 보험사가 강의 요청이 왔다. 내 책의 타깃이 보험사 고객들과도 부합하기 때문에 그 분야의 강의가 더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오프라인 강의가 거의 끝나 버렸다. 아쉽지만 남을 탓할 수 없고, 내 운이라고만 생각했다. 대신에 고대 노동대학원에서 관련 강의를 할 수 있어서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 마지막으로 기회는 많지 않지만 방송이나 팟캐스트 등을 출연할 기회가 온다면 최대한 참여하라는 것이다. 물론 일정 때문에 어려울 수 있지만 가능한 노력해야 한다.
-책은 인생 이모작의 좋은 길
이런 수고로운 과정은 있지만 필자는 책이 인생 이모작에 가장 소중한 도구라고 생각한다. 1차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는 가장 젊은 층이 이제 환갑에 맞이해서 중요한 산업현장에서 대부분 떠나는 상황이다. 2차 베이비부머(1968~1976년생)의 막내도 47살이 되기 때문에 직업에 따라 명예퇴직 요구를 받기도 한다. 문제는 이들이 퇴직 후 가진 자산으로 치킨게임으로 불리는 자영업 세계로 뛰어든 다는 것이다. 직장 생활을 하던 이들이 치킨집 등을 통해 성공할 확률은 극히 낮다. 결국 몸도 망가지고, 주요한 자산을 날리는 결과를 낳는 경우가 대다수다. 실제로 필자의 매형과 한 직장에서 일하던 분이 있었다. 젊은 나이에 임원까지 했지만, 줄이 잘리면서 50대 초반에 직장을 잃었다. 이분은 갈비집과 카페를 하면서 자산의 대부분을 날렸다. 그리고 결심한 것이 책을 쓰는 것이었다. 그 선배는 책을 쓰고, 코칭 분야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원래 회사에서도 기획분야에서 일해서 충분히 재능도 있었다. 그리고 책을 쓰고, 강의를 하는 일은 비용이 들지 않은 일이다. 물론 코칭전문학원의 경우 수강료가 있는데, 꼭 필요한지는 고심해서 결정하면 될 것이다.
책을 통한 인생 이모작 사례로 나는 우리 회사 고문을 지낸 정지영 총장을 자주 소개한다. 정지명 고문은 53세에 대한화재 대표이사까지 마치고 퇴임했다. 사실 무엇이라도 할 수 있는 연세였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던 정고문님은 방송대 중문과에 편입하고, 중국을 십여개의 권역으로 여행 다니는 계획을 세웠다. 이 과정에서 필자가 자문하면서 우리 회사의 고문을 맡기로 했다. 그런데 정고문님이 실크로드 여행을 다녀온 후 기존 여행서들의 부실함을 말씀했다. 나는 책을 냈던 출판사에 소개해 얼마 후 <알짜배기 세계여행 실크로드>를 출간했다. 이 책을 내고 얼마 후 거제대학교에서 총장을 공모했는데, 합격했다. 취임식에 가니, 작가라 불릴 만큼 책을 낸 경력이 크게 부각된 것을 느꼈다. 고문님은 한번 더 연임하고, 2016년에 퇴임해 뉴질랜드나 일본을 여행했고, 2019년에는 <유적지 찾아가는 일본 여행>이라는 책자를 내기도 했다. 이렇게 책은 새로운 길을 열어주는 역할도 한다.
-책을 쓰면서 조심할 것
책을 쓰는 작업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오죽했으면 조정래 작가는 ‘황홀한 글감옥’이라고 평했다. 엄청난 대하소설을 쓴 작가도 글 감옥이라 했다면 초심자들에는 감옥 정도가 아니라 우수라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처음부터 제대로 방향을 잡고 가야한다는 것이다. 사실 잘못된 책 한권을 고칠 수 있는 편집자는 없다. 차라리 자신이 새로쓰는 게 낫다. 그래서 책을 목표로 쓰는 사람은 자기신념만 믿어서는 절대 안된다. 만약 잘못된 길을 너무 많이 가면 돌아올 힘을 내기 힘든 경우가 많다. 그럼 오랜만에 생긴 책 쓰기 열정도 식는다. 그럼 책을 쓰면서 어떤 것을 주의해야 할까.
첫째는 일관된 방향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책의 기초는 4장 정도의 챕터다. 이게 기둥이 되어서 그위에 지붕을 비롯해 수많은 장치를 덧대는 작업이 집짓기다. 그래서 4개의 기둥을 세웠다면 그 기둥의 틀 안에서 하나하나 작업을 해야 한다.
두 번째는 이야기의 핵심을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각 챕처나 꼭지에는 담아야할 내용이 있다. 그런데 재료가 충분하지 못하면 그 분량을 채울 자신이 없어진다. 그러면 다른 이야기를 가져와 채우는 경우가 있다. 그럼 글 전체가 균형을 잃고, 독자의 집중력을 흩트러뜨릴 수 있다. 이럴 경우 최대한 기다리면서 관련 재료를 찾아야 한다. 그 재료를 충분히 자기화해 녹인다면 분량을 채울 수 있다.
세 번째는 쓰려는 책의 본질을 잘 파악하라는 것이다. 인문서와 에세이, 자기계발서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 필자가 가장 약한 부분도 이 부분이었다. 필자의 책 가운데 <차이나소프트>는 인문서에 가깝지만, 필자가 학자 정도의 지식을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학문적으로 보일 만큼은 아니었다. 그럼 여행기나 가벼운 에세이로 써야 하는데, 성격도 있고, 글쓰는 습관도 있기 때문에 어중간한 책이 되고 말았다. 가벼운 중국 이해서라면 한비야의 <중국견문록>처럼 중요한 몇 개의 포인트(중국어 배우기, 낯선 곳에 살아보기, 친구 사귀기)로 스토리를 만드는 게 독자들에게 좋을 수 있다. 두 마리 토끼 쫓다가 한 마리도 못잡은 셈이다.
네 번째는 쉽게 단문으로 쓰는 게 좋다는 것이다. 기자 생활을 했기 때문에 단문이 좋다는 것은 귀가 따갑도록 들었다.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글을 쓰다보면 자연스럽게 문장이 길어지고, 접속사를 쓰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단문 쓰기로 가장 유명한 작가는 김훈이다. 시작부터 짧다.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칼의 노래)
“서울을 버려야 서울로 돌아올 수 있다는 말은 그럴듯하게 들렸다.”(남한산성)
“연필은 내 밥벌이의 도구다”(연필로 쓰기)
이런 짧은 문장은 독자에게 다양한 상상의 공간을 제공한다. 또 읽으면 바로 뜻을 알 수 있으니, 독자는 바로 이해해 머리 속에 집어 넣을 수 있다. 하지만 책 전체를 단문으로 쓸 수는 없다. 또 문장 간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흘러가지 않는다면 단문은 독이 될 수 있다. 그래서 강원국 작가는 ‘단문과 장문이 7:3이나 8:2로 어우러져 리듬감 있는 글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고 이야기한다. 일반인들이 이런 비율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중간중간 고민하면서 비율을 조정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다섯 번째는 글과 자신과의 적당한 거리를 두라는 것이다. 소설가 하일지의 ‘소설의 거리에 관한 이론’에 따르면 글이 자신과 거리를 가깝게 하면, 독자와 거리는 멀어지고, 반대면 가까워 진다는 것이다. 즉 작가가 1인칭(나)을 사용하면 글과 독자의 거리가 멀어지는 부작용이 있다는 것이다. 이건 경험도 마찬가지다. 독자들이 느낄 수 있는 경험을 이야기하면 글이 가깝게 느껴지지만, 경험하기 힘든 이야기를 하면 멀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마트에서의 느낌은 자연스럽게 다가오지만, 맨하탄의 고급 명품점을 이야기하면 잠시는 호기심을 끌어도 계속 시선을 두게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때문에 아무리 소중한 자신의 경험이라도 쓸 수 없는 것들이 있고, 적당히 써야만 부작용을 없앨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