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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창완 Nov 02. 2021

<判讀用書> 책은 아이를 지키고, 성장시키는 자양분

<독서-8> 가족의 책읽기 습관 들이기

책을 읽는 습관이 든 아이에게 몇가지 물어보자. 

“너희 집 거실에 텔레비전이 있니?”

“집에 책이 많니”

“아빠 엄마랑 도서관이나 서점에 자주 가니”     

아마 대부분 아이는 집 거실에 텔레비전이 없을 것이다. 아마 안방에 있거나, 아니면 아예 텔레비전을 두지 않는 집일 가능성이 많다. 물론 집에는 다양한 형태의 책장도 있을 것이고, 부모랑 같이 도서관이나 서점에 들러서 자신들이 원하는 책을 고르는 방법을 알 것이다.      


한 사람이 책을 좋아하는 습관은 그냥 우연한 산물은 아니다. 부모 중에 적어도 한 명은 책을 즐겨보거나 아이랑 같이 도서관 가는 것을 즐긴다. 그것이 책을 읽는 습관을 만들어준다.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은 디지털 시대에 가장 필요한 가족 문화는 ‘함께 책을 읽는 문화’라고 말한다. 필자 역시 100% 공감하는 말이다. 또 수원시 등 많은 지자체나 도서관 단위로도 ‘책 읽는 가족’을 선정하는데,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책 읽는 가족 문화를 만드는 것은 훌륭한 정책 중 하나다. 사진은 수원시도서관의 관련 포스터


 얼마전 만난 남동생의 아이들은 일주일 마다 집 주변에 있는 도서관에서 40여권 넘게 대출한다는 말을 듣고, 적잖이 놀랐다. 두 개의 도서관에서 가족이 가서 빌리는데, 한사람당 10권까지 빌려주는 곳이 있어서 이런 대출이 가능하다고 한다. 물론 아이들은 집안에 있는 대부분의 시간을 책을 보는데 할애한다. 이제 초등학교 4학년인 조카딸은 프랭크 허버트의 SF소설 <듄>을 하루에 한권반씩 읽는다고 한다. 책 읽기가 습관이 된 아이여서 자연스럽게 속도도 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릴 때부터 책을 읽는 습관을 가진 아이들의 장점은 이미 많이 이야기된다. 책을 많이 읽은 아이는 당연히 언어발달도 빠르다. 독서를 통해 언어의 구조를 익히고, 어휘량을 늘릴 수 있다. 또 책을 읽는 과정을 통해 다양한 상상력의 세계를 확장해서, 생각의 폭이 넓어진다. 결과적으로 말하고, 쓰는 능력도 발달하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책을 읽는 아이가 초반부터 학교 성적이 확실히 빼어난 것은 아닐 경우도 많다. 그러나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책을 많이 읽은 아이는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 비해 성적이 올라갈 가능성이 많다. 우선 우리 고등학교만 해도 시험의 지문 등에서 상당히 고도의 사고나 지식을 필요로 하는 문항들이 많은데, 책을 많이 읽어 다양한 지식 체계를 가진 아이들은 이런 문제들에 대한 거부감이 덜하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 역시 조카들 만큼은 아니지만 책을 좋아한다. 어릴적부터 역사에 관심이 있어서 관련 책을 많이 사주었고, 유홍준 교수의 책들도 탐독해 왔다. <역사의 쓸모> 등 아이가 좋아하는 최태성 작가 등의 책이 나오면 곧바로 사준다. <용선생 한국사> 시리즈는 몇차례를 완독하는 것을 봤다. 그 때문인지 고등학교 초반기에 ‘한국사 능력 검정시험’ 1급을 한두주 공부하고 합격하기도 했다.       


지난해 수능이 끝난 후에는 곰브리지의 <서양미술사>가 보고 싶다고 해서 바로 두툼한 책을 주문해 줬다. 물론 지금은 책을 읽을 상황이 아니라, 책장에 잘 꽂아둔 상태다. 흥미로운 것은 책을 두루두루 읽어서 동서양 역사를 통찰해서 볼 수 있는 재능이 있다는 것이다. 가령 아이가 아내랑 공원 산책을 할 때면 자신이 알고 있는 역사 가운데 동서양을 비교해서 설명을 하면, 아내가 그 시대에 대한 눈이 떠진다고 한다.      

또 우리 근대사에 대한 관심도 많고, 당시 대중문화에 대한 이해도 우리가 가진 것보다 휠씬 많은 지식을 갖고 있다. 때문에 아이가 그 역사와 대중문화를 연결해 설명하면, 그 시간에 관한 공감이 가능해 적잖은 힐링이 된다고 아내는 말하곤 한다. 아이가 그런 이야기 능력을 갖게 된 것은 어릴 적 대중문화에 관한 책에 호기심을 가진 것을 방해하지 않고 격려해줬기 때문이다. 아이의 책장에는 당시 사준 대중문화사에 관한 책들도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이 책을 읽게 하는데 최대의 난제가 등장했다. 바로 스마트폰이다. 요즘 전철을 타면 책을 보는 사람을 찾기가 정말 힘들다. 대부분 스마트폰을 통해 영상을 보는 게 일반적이다. 이런 문화는 집에서도 마찬가지다. 심지어는 식사 시간에도 가족들이 각기 스마트폰을 보면서 식사를 하는 집까지 있다고 한다. 결국 아이들은 혼자 있는 시간에 스마트폰을 보는 경우가 많다. 결과적으로 스마트폰 중독이라 할 정도로 나쁜데, 이런 아이들의 가장 큰 습관 가운데 하나는 책을 보는 습관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이제는 ‘스마트폰 중독’이라는 용어가 ‘게임 중독’과 함께 가장 중요한 사회적인 문제 현상으로 분류되고 있다.   ‘스마트폰 중독’이란 스마트폰 사용시간이 점차 증가하고, 갈수록 자극적인 내용을 찾게 되며, 특별한 목적이 없는데도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장시간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이 중독 역시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안함을 느끼고, 안전부절하지 못하게 하는 현상이 있다. 중독의 증상도 정보검색중독, 모바일 메신저중독, SNS중독, 앱중독, 모바일 게임중독, 모바일 성인용콘텐츠 중독 등 다양하다.      


일단 중독에 걸리게 되면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스마트쉼센터’ 등 기관이 있지만, 고치기는 쉽지 않아서, 일정 기간을 합숙하는 치료센터 등에 보내는 부모들도 많다. 그런데 이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예방하는 것은 아이의 인생에서 상당히 중요하다. 사실 아이들은 부모들이 하는 행동을 보고, 그대로 따라하는 경우가 많다. 즉 부모가 스마트폰을 즐기면, 아이도 스마트폰을 즐긴다. 게임이나 텔레비전 시청도 비슷하다. 이 경우 부모가 스스로 하면서 아이에게 못하게 할만한 명분도 많지 않다. 결국 이런 문제는 가족 전체의 문제일 수 있고, 가족의 생활 패턴을 전부 망치는 악습관이 될 가능성이 많다. 물론 우리 아이는 게임을 전혀 하지 않고, 스마트폰도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보지 않는다.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방송을 듣는 게 전부인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중독이나 게임 중독을 피한 가장 큰 이유는 어려서부터 책 읽기를 지식 습득의 주된 통로로 한 것이 이유로 보인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집에서 미리 문제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거실에 텔레비전을 두는 문화는 없애는 게 좋다. 필자의 집은 텔레비전이 안방에 있다. 거실의 두면은 전부 책장으로 되어 있다. 당연히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는 경우는 주말에 아내와 아이가 같이 텔레비전을 보는 저녁 시간 정도다. 식구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각자의 공간에서 책을 보고나 공부를 하거나 글을 쓰면서 보낸다. 또 식사 시간에는 스마트폰을 휴대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대신에 쓰지 않은 공기계를 식탁의 한 켠에 두고, 식사할 때 같이 듣고 싶은 음악을 듣는다. 보통 아내가 좋아하는 7080 음악이나 아이가 좋아하는 힙합, K팝을 같이 들으면서 음악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식사시간이 30년 가까운 세대 차이를 극복할 수 있고, 문화의 연결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는 기능도 한다고 할 수 있다.      


또 하나는 아이의 책장을 따로 둘 필요가 있다. 한국에서 아이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수업 외의 책을 읽으라 권하기 힘들다. 우리 아이도 큰 차이는 없었다. 하지만 학교 수업에서 읽어야 하는 책도 가끔 나온다. 그런 책들은 가능하면 집중해서 읽게 했다. 유홍준의 책도 그래서 관심을 갖게 됐고, 제레미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도 헛으로 보지 않고, 상세히 탐독하는 것을 보고 놀랬다. 고등학생들이 책 읽는 문화는 이제 극히 드물다. 전주 상산고처럼 학생들에게 양서 읽기를 의무화하는 학교들도 있는데, 아주 의미있는 코스지만, 극히 소수의 학교만 채택하고 있다.      


아이가 책과 친해지는 가장 좋은 방식은 가족들이 서점에 가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물론 집 근처에 대형서점이 있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필자는 북저널리스트로 활동해서 주간 단위로 신간들이 온다. 하지만 우리나라 출간하는 책의 일부만 오기 때문에 가능하면 대형 서점 신간코너에서 둘러보거나, 인터넷 서점 MD들이 추천하는 책 중심으로 살펴보고 읽을 책을 선택한다. 하지만 일반 서점이 책을 둘러보기에 휠씬 좋은 공간인 만큼 자주 찾는다. 사람은 태생적으로 새로운 물건에 대한 호기심이 있기 때문에 서점을 둘러보면 읽고 싶은 책도 생기고, 상황에 맞추어 구매하게 된다. 어떻든 어렵게 고른 책은 그 만큼 볼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렇게 되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다른 거리를 찾기 보다는 책을 통해 지식의 세계에 빠질 수 있게 된다. 많은 숫자를 갈 필요없이 한달에 한번 정도는 가족이 서점을 방문하는 날로 삼으면 좋을 것이다.      

다른 하나는 동생네처럼 도서관을 잘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요즘은 구 단위로 도서관이 있다. 동생이 사는 의왕시의 경우 공립도서관은 물론이고 ‘시립글로벌도서관’이 있어서 아이들이 영어책도 빌려볼 수 있어서 좋다고 한다. 외국어 책을 볼 수 있는 글로벌 도서관은 아직 많지 않지만 향후 다문화 등을 감안할 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책읽기 성과가 보이게 하는 방법

필자는 대학에 들어가 하루에 한권 이상의 책을 읽자는 내 자신과의 약속을 했다. 그걸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내 학생증에 있는 대출 기록이었다. 당시만 해도 책을 빌릴 때, 일련번호를 적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더 대출기록 칸이 없으면 학생증을 바꾸어야 한다. 나는 대학 때 다섯 번째쯤 교체했다. 결과적으로 졸업할 때쯤에는 365*4=1456권을 채웠다. 물론 내가 직접 구매했던 책들은 여기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반면에 내가 빌린 후 읽지 못한 책들도 있으니, 얼추 대학 생활 내내 하루 한권은 읽자는 나와의 약속은 지켜졌다.      

그런데 가족 책 읽기도 기록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아이나 부모 모두 블로그 등에 독서 공간을 두는 게 좋다. 필자의 블로그에도 책에 관한 네가지 카테고리를 두고, 서평을 기록한다. ‘문학, 인문/경영, 자기개발 등/ 중국관련서/미분류’ 등이다. 지금은 한 주간지에 쓰는 서평을 주로 올리지만, 공간을 채우는 재미도 있다. 아이의 블로그도 마찬가지다. 아이의 블로그에는 ‘용우가 읽은 책’ 카테고리가 있다. 지금은 어릴 때 읽은 책 중심이지만 대학에 가서는 다시 책을 읽고, 카테고리를 확장하고, 읽은 책을 기록하는 습관이 돌아올 것으로 생각한다.      


 책을 읽는 것은 어찌보면 가장 미련한 행동으로 보인다. 눈에 무리를 주면서 텍스트 한자한자를 읽어가고, 그것을 이해해가는 내 모습을 보면 이게 잘된 선택인가를 고민할 때가 많다. 그리고 최근에는 새로운 한 분야를 공부하기 위해 관련 서적을 숙독해가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읽은 책들은 대부분 내 머리에서 잊혀져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그 읽은 책들의 조각들은 어딘가에서 뛰어놀고 있다가 이렇게 글을 쓰거나 일을 할 때 불쑥불쑥 찾아와서 내가 하는 일을 도와준다. IBM의 인공지능 왓슨은 이미 퀴즈왕, 체스왕을 넘었고, 딥러닝으로 학습한 알파고나 그 윗단계인 알파고 제로는 바둑은 물론이고, 어떤 인간과의 지적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상황이 됐다. 물론 왓슨은 의료 영상 판독이나 치료법 제시에서 영상의학과 의사들과 경쟁하는 수준은 넘었을 것이 뻔하다.      


 하지만 과학이 발달해도 인간 뇌에 관한 정확한 이해가 쉽지 않을 만큼 특이한 능력을 갖고 있다. 그런데 앞으로도 가장 중요한 인간의 갈증은 존재의 문제부터 나올 것이다. 그리고 그 답은 한 개인이 지속적으로 자신에게 하는 질문을 통해서 얻어질 수 있다. 책을 읽는 것은 그런 방향으로 가는 가장 정직한 길이다. 그리고 가족 단위에서 그런 노력으로 함께 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방식이 ‘책 읽는 가족’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이어령 전 장관이 가족 책읽기를 강조한 것도 이런 판단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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