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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창완 Jun 11. 2021

공무원은 정말로 안전한 직업일까

[공무원의 생각1] 공직은 안전하다

[공무원의 생각1] 공직은 안전하다     


마흔을 갓 넘긴 한 직원이 사직원을 냈다. 내가 들어온 후부터 몇차례 그런 의사를 비쳤다. 

“뭐 다음에 할 일은 생각한 거야”

“아뇨. 일단 책이나 읽으려구요”

“그래도 다시 뭘 하기 힘들텐데”     

한번은 말려서, 두달을 다시 넘겼는데, 결국은 사직서를 썼다. 사실 한번 크게 병을 앓은 적도 있는 직원이서 무슨 말을 할 수도 없었다. 공직의 가장 큼 매력은 안전한 직장이라는 것을 부인하는 일은 많지 않다. 심지어 정년까지 2~3년 남은 오십대 후반이 공무원이 되는 경우도 있다. 젊은 노량진의 청년들도 힘든 공부를 해낸 것도 대단해서 물으면 한결 같다.

“정년까지는 버틸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나는 조금 의문을 던져본다. 일단 지방소멸 현상 때문이다. 이 말은 일본에서 공직자와 대학 교수를 역임한 마스다 히로야가 2014년 출간한 책 <지방소멸>에서 시작됐다. 1951년생인 저자는 공직자로 출발해 총무장관까지 역임한 후 노무라 연구소 고문을 지낸 인물이다.      

그의 논리는 간단하다. 당시 추세대로 인구감소가 감소한다면 2040년에는 일본 기초단체 1799곳 가운데 절반인 896곳이 인구 감소로 소멸 가능성이 있다는 예측을 내놓았다.     

지방소멸의 기준은 한 지역의 20∼39세 여성 인구를 65세 이상 인구로 나눈 값으로 이 지수가 0.5 미만이면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된다. 지방소멸 위험지수는 구체적으로 ▷지수가 1 이하일 때(20〜39세 여성 인구가 65세 고령인구보다 적을 경우) ‘소멸 주의’ 단계로 ▷지수가 0.5 이하일 때는 소멸 위험이 큰 것으로 정의된다.       

한국은 다를까. 비슷하다. 지난해 5월 기준 지역소멸위험지수가 0.5에 못미치는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된 시·군·구는 105곳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북 군위·의성·청송, 전남 고흥, 경남 합천 등 22곳은 0.2 미만인 소멸고위험지역이었다.      

지방소멸은 결국 지자체의 위기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그럼 지자체가 사라질 경우 그곳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은 안전할까. 지방공무원의 정원은 2011년 28만3397명이던 것이 2019년 34만6236명으로 꾸준히 증가해왔다. 하지만 인구가 1만명이하로 줄어드는 군단위의 경우 필연적으로 통폐합 의견이 나올 수 밖에 없다.      

현재 울릉군의 경우 인구가 9000명을 위협받는 상황이다. 울릉군의 공무원 수는 360명 정도로 인구 25명당 1명의 공무원이 있다. 반면에 인천시 부평구는 공무원이 1100명 정도인데, 인구는 49만명 정도여서 공무원 1인당 인구수는 445명이다. 면적을 떠나 인구수 대비 공무원의 숫자가 18배 정도 차이가 나는 것은 문제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지방소멸로 인해 시군이 통폐합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군단위 뿐만 아니라 광역지자체 등도 통폐합이 논의되는 곳이 많아서 공무원의 인력 조정 문제도 대두될 가능성이 많다.      

이런 상황 속에서 공무원이라고 해서 무조건 안정적일 것이라는 확신은 깨질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런데 공직자들 스스로도 이런 안정적인 구조를 마냥 즐기지는 않을 것 같다. 필자가 만나본 공무원들도 나이에 따라 다양한 특성을 지닌다. 우선 1, 2차 베이비부머(1946~1964/ 1968~1976)들은 이미 퇴직했거나 중간간부 이상이다. 2차 베이비부머의 막내도 45살 정도다. 공직 사회에서 이 나이면 9급으로 들어왔다고 해도 계장(6급)에 도달한 이들이 많다. 물론 도청이나 중앙부처면 상당수가 사무관에 도달했다. 이들은 퇴직하면 넉넉한 공무원 연금이라는 뒷배가 있다. 어려서부터 공직사회의 다양한 면모를 겪어서 멘탈도 강한 편이다. 넓게 보면 1980년까지 태어난 X세대도 이 범주에 속해있다.      

다음은 Y세대 공무원이다. 이들은 1981년부터 1996년 사이에 공무원이다. 우리 나이로 보면 40세에서 25살까지들이다. 그런데 이들 세대는 상당히 앞세대와 다르다. 우선 미혼인 공직자들도 상당히 많은 나이대들이다. 또 결혼을 했어도 딩크족도 많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승진 자체에 관심이 없는 경우도 있다. 지나치게 일에 집중하기 보다는 워라벨을 찾는 이들이 많다. 상대적으로 이 연령대는 60세에 정년퇴직을 해도 선배들처럼 높은 연금을 받을 수 없다. 이들이 퇴직하는 시기에는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의 차이가 상당히 좁혀든다. 때문에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많고, 공직자체에 아주 몰두하려고도 하지 않는 이들이 많다.      

필자가 일하는 시청만 해도 이 연령대가 전 직원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때문에 앞세대 공무원들은 향후 공직사회가 어떻게 굴러갈지에 대한 걱정을 하는 이들도 많다.      

이런 요소를 결합하면 공직사회가 안전하다는 인식은 완전히 맞는 것도 아닌 것일수도 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인구변화나 노령화 등 각종 사회 구조에 따라 공직도 불안해질 수 있는 가능성이 많다.      

중요한 것은 공직사회의 건전한 안정성이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직자가 미래에 대한 불안이 없어야 공직사회는 안전하다. 미래가 불안하면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서 부정을 저지르는 경우가 생길 수 밖에 없다. 현재 공직자들의 상당수는 공무원 연금이 자신의 미래를 담보하지 못할 거라는 인식이 커가고 있다. 공직사회가 불안해질 수 있는 씨앗이 자라고 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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