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거리에 관한 고민이다

<유쾌한 골린이 생활> 3

by 조창완

골프는 거리에 관한 고민이다. 얼마 전 본 골프 유튜브 ‘국진TV’에서 임창정 씨가 드라이버를 약간 이상하게 친 후 “아 모로 가든 뭘로 가든 앞으로만 가면 되는 거야 골프는”이라고 푸념하는 장면이 나온다. 탤런트 김국진과 더불어 임창정도 연예인 가운데 대표적인 골프 마니아 중에 하나다. 스스로도 이븐 플레이를 할 정도고, 두 아들도 골프 선수를 꿈꿀 만큼 골프에 대한 애정이 깊다.


임창정 씨 말대로 골프는 앞으로 나가야 하는 스포츠다. 그런데 문제는 제대로 맞히면 앞으로 가지 못하거나 너무 더디 간다. 그러면 더블파라는 한계에 부딪힌다. 더블파(double par)는 3번에 넣어야 할 par 3홀에서 5번째까지 넣지 못하면 벌어지는 비극이고, 다섯 번에 넣어야 하는 par 5홀의 경우 9번째까지 넣지 못하면 겪는 최악의 스코어다.


골린이도 이 거리에 관한 고민이 많다. 거리를 고민하기 위해서는 클럽별 거리를 알아야 한다. 거리 단위를 쓸 때 서양에서는 야드를 많이 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야드가 익숙지 않다. 1야드는 0.9144m로 미터보다는 짧은 단위다. 쉽게 생각하면 100미터는 109.36야드인데, 두 개를 계산하기 쉽지 않아서 나는 가능하면 미터로 계산하고, 미터로 말한다. 골프 선수가 된다면 야드를 체화시켜야 하지만, 한국서 지인들과 골프를 치는 정도라면 미터로 익숙해져도 된 것 같다. 한 사이트에서 정리한 골프 클럽별 거리는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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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골프를 시작하면 이 고민에서 시작한다. 우선 드라이버는 거리에서 가장 중요한 클럽이다. 골프 코스에서 가장 많은 par 4의 경우 평균 거리는 300미터 전후다. 일단 예를 들어보자 내가 머리를 올렸고, 국제 대회 규격을 갖춘 해남 파인비치골프링크스(www.pinebeachcc.co.kr)의 파인코스를 예로 들어보자. 이 골프장은 숲을 중심으로 배치된 파인코스와 해안과 조화를 이룬 비치코스가 있다. 여기에 관광공사와 같이하는 오시아노 코스가 있어서 37홀의 나름대로 좋은 조화를 가진 골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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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 4인 비치코스 1번 홀의 티박스는 가장 길이가 긴 블랙티가 346미터, 다음인 블루티가 323미터, 화이트티가 299미터, 옐로우티가 273미터, 레드티가 246미터다. 통상 블랙티는 최상위급 골퍼들이 치고, 블루티는 골드티라고도 하는데 상급남성, 남성, 싱글골퍼가 선다. 화이트티는 레귤러티라고 하는데 일반 남성이, 옐로우티는 프론트티라고도 하는데 중상급 여성과 남성 시니어들이 치고, 레드티는 레이드티라고 해서 여성들과 어린이들이 치는 곳이다.

그럼 남성들이라면 통산 273미터의 옐로우티에서 시작한다. 이 거리를 성공적으로 치기 위해서는 드라이버로 200미터 정도 치고, 피칭웨지로 70미터로 온그린 한 후 퍼팅을 통해 버디를 잡거나 파를 잡는 게 일반적인 코스다. 개인적으로 피칭웨지가 자신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이런 방식을 잡는다. 물론 240미터 정도를 드라이버로 보내고, 30미터를 샌드웨지로 공략하는 것도 있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70미터의 피칭웨지 치기가 30미터 샌드웨지 치기보다 편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또 240미터를 치기 위해서는 더 힘을 줘야 하기 때문에 정확도는 떨어질 수 있으므로 이 역시 고려해야 한다. 물론 내리막이냐 오르막이냐에 따라서 공략법도 달라지기 때문에 이런 모든 사항을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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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par 5로 가면 계산이 달라진다. 파인비치 비치코스의 첫 par 5홀은 3번 홀이다. 화이트티로 보면 전체 길이는 476미터다. 우선 드라이버로 250미터를 치면 좋다. 그런데 두 번째 샷을 200미터쯤 치고, 남은 거리를 공략하면 좋다. 그런데 드라이버 길이가 짧으면 두 번째는 최대한 많이 보내야 한다. 그럴 때 통상적으로 우드를 사용해 190미터 정도 보내면 된다,

그런데 나에게 문제가 있다. 우드를 잘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우드는 아마추어들이 가장 치기 어렵다고 한다. 물론 남자들이 심하고, 오래 쳐 온 여성 골퍼들은 우드에 많이 익숙한 것 같다. 가볍게 쳐도 정확도만 있으면 길게 나가기 때문에 집중적으로 익힌 것이다. 반면에 나를 포함해 남성들은 200미터를 쳐야 할 경우 힘이 들어가고, 정타에 실패해 헛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결국 나는 아직 우드나 유틸리티보다는 5번 아이언을 선택한다. 많이 친 만큼 익숙해 150~170미터를 안정적으로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우드를 잘 쳐서 200미터를 넘기는 골퍼들에게 한수 밀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골프는 정확하게 얼마만큼의 거리를 잘 치는 가가 승부를 나눈다. 따라서 내가 어느 클럽으로 얼마를 칠 수 있는가는 가장 기초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사람에 따라 클럽별로 나는 거리가 다를 수밖에 없다. 클럽별 거리는 힘의 유무도 상관없다. 우드든 아이언이든 치는 습관에 따라 상당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우드의 경우 통상 쓸어 치기 때문에 힘에 따라 비거리가 좀 차이가 나지만, 아이언은 찍듯이 치기 때문에 클럽의 종류와 헤드 스피드에 따라 거리를 정리하는 것이 맞다. 내 경우 앞에 중급 골퍼 정도로 거리가 난다. 다만 우드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5번 아이언에 힘을 더 주는 경우가 있는데, 힘 조절에 따라서 최대 180미터 정도 나가기도 한다.


모든 클럽이 정확히 치는 것이 중요하지만 피칭웨지를 칠 때 정확도가 가장 중요하다. 자신이 놓는 공 위치에 따라 퍼팅의 난이도가 천양지차이기 때문이다. 온그린에 성공했다고 해도, 퍼팅이 20~30미터 남는다면 아마추어의 경우 파세이브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피칭웨지로 5미터 이내로 붙인다면 버디까지 잡을 수 있다. 내 경우 아직 샌드웨지 거리에 대한 감이 좋지 않아서 70미터가 넘게 남으면 피칭웨지를 통해 힘 조절로 거리를 맞춘다.


골프를 시작하고 초반에 가장 힘든 것이 par 5홀이었다. 두 번째 샷에서 제대로 거리를 내지 못해서 더블파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두 번째 샷이 멀지 가지 못하면 초조해지고, 실수를 거듭하다가 더블파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5번 아이언으로 두 번 공략하는 방식으로 이 고민을 해결한다. 3번째 샷의 정확도만 높으면 온그린할 수 있고, 실패해도 어느 정도는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내게 거리는 골프 이전에도 중요한 적이 있었다. 대학교 졸업 논문 ‘한국 페미니즘 문학 연구’를 하일지 작가의 ‘소설의 거리에 관한 이론’이라는 이론서를 토대로 썼기 때문이다. 작가가 작품을 쓸 때 자신과의 거리를 너무 가깝게 하면, 작품 속 독자와의 거리가 멀어질 수 있다는 것이 맥락이었다. 상대적으로 작품을 자신에서 더 떨어뜨려 객관화하면 작품과 독자와의 거리는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때 우리 여성작가 22명의 작품들을 분석했다. 지금 배우는 골프도 그때만큼이나 험난하고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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