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골린이 생활> 4
골프의 세계에 들어가면 우선 장비 값이 장난이 아니다. 골프장비는 물론이고 라운딩 비용까지 합치면 엄청난 소비를 하기도 한다. 원예전문가인 고향 친구는 “여자들은 돈이 생기면 명품을 플렉스(Flex 자신의 성공이나 부를 뽐내거나 과시한다는 의미)한다고 하지. 나는 골프를 사랑하기 때문에 대신에 골프에 투자하는 것 같아.”라고 당당히 말한다.
그런데 골린이가 이 세계 깊이 빠지면 가산 탕진하기 십상이다.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각자에게 맞는 골프 클럽을 컨설팅해주는 골프 피팅샵을 이용하는 게 가장 좋다. 하지만 이런 전문 샵을 이용할 경우 적지 않은 부담이 된다. 만약 경제적 여유가 없다면 내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내 첫 골프 생활은 둘째 매형이 준 드라이버와 3개의 아이언(4, 5, 8번), 그리고 피칭웨지가 전부였다. 이 클럽으로 100돌이를 깼다. 보통 18홀을 돌고 100타 이상을 치는 골퍼를 백돌이로 부른다. 또 스크린골프를 칠 때는 매장에 있는 클럽을 사용해 클럽 사용법을 익혔다.
하지만 나처럼 자린고비 골프는 권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당시만 해도 캐롯이나 중고마켓 사용법을 몰랐다. 캐롯이란 바로 당근마켓이다. 당근마켓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사는 이들이 내놓은 골프클럽을 판단해 구입할 수 있다. 또 골프 인구가 급증하면서 중고 골프숍들이 늘어나고 있고, 골프존이 운영하는 골프존 마켓에도 중고샵이 있다.
문제는 어떤 걸 사는 가다. 드라이버도 봐야 할 수많은 조건이 있다. 골프클럽은 통상 손잡이 부분과 샤프트, 헤드로 구성된다. 샤프트는 강도에 따라 X부터 L까지 있다. X는 가장 단단한 엑스트라, S는 단단한 스티프, SR은 스티프와 레귤러의 중간이고, R은 레귤러인 보통이다. 이보다 부드러운 A와 가장 부드러운 에버리지 L이 가장 낮다.
문제는 샤프트를 판단하기에 골린이는 너무 정보가 부족하다. 일단 어느 정도 자세가 잡혀야 공을 맞는 것을 보고, 느낌도 알기 때문이다. 이때 자신을 지도하는 레슨 선생님이 있다면 내게 맞는 샤프트를 좀 물어봐도 된다. 남자 초보인 내 경우 드라이버는 SR이 맞다는 느낌이다. 가끔씩 R강도의 샤프트를 써보는데, 힘이 빠질 경우 빗맞는 경우가 많아서 당분간은 SR을 쓸 생각이다. 아이언도 역시 샤프트 강도가 있다. 나 같은 경우 아이언은 R을 주로 쓰는데 일단은 사용하다가 상황이 되면 S로 바꾸어갈 생각이다.
헤드를 이해하는 것도 쉽지 않다. 보통 드라이버의 경우 공이 맞는 면의 각도에 따라 종류가 구분된다. 남자 드라이버 헤드 로프트 각도는 통상 10.5도와 9.5도로 구분된다. 10.5는 각이 크므로 상대적으로 공이 높게 뜨고, 9.5는 낮게 뜬다. 나 같은 골린이는 아무래도 띄우는 게 쉽지 않은 만큼 헤드 로프트각이 높은 10.5도를 사용해야 골이 무난하게 띄우는 것이 느껴졌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9.5도를 사용해 거리를 늘리는 것도 고민해야 할 것 같다.
로프트각의 경우 낮으면(9.5도)는 백스핀이 덜 걸리고, 사이드 스핀이 많이 걸리는 만큼 당연히 슬라이스 가능성이 많다. 샤프트와 조합도 중요한데, 스티프(S)를 쓸 경우 10.5도가 방향성이나 비거리를 좋게 하고, 레귤러 샤프트는 9.5도가 컨트롤하기 쉽다는 의견이 많다.
그런데 내 클럽 문제는 다른 데서 해법이 나왔다. 내가 페이스북에 골프에 관한 이야기를 올리자 친하게 지내는 고등학교 동창들이 한번 스크린골프를 같이 치자는 제안이 왔다. 나도 전철로 시흥에 있는 모임 장소를 갖다. 다른 친구들은 모두 클럽을 가져왔는데, 나는 매장에 있는 클럽을 사용했다. 그런데 가장 친한 친구가 나에게 자신이 쓰던 클럽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10년 정도 사용했지만, 아주 잘 정리되어 있는 테일러메이트 정품이었다. 드라이버와 우드는 습관이 들였지만 그 순간 나에게 아이언과 웻지들은 물론이고 골프가방도 같이 생겼다.
내 경우 친구가 도와줘 중요한 아이언을 구입했지만 당근마켓이나 중고 가계에서 아이언을 구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당근마켓에는 5번부터 9번까지 아이언과 두 개의 웻지가 직거래가로 10만 원부터 100만 원대까지 다양하게 나온다. 브랜드도 있고, 아주 사용감이 크지 않은 제품도 30만 원 전후로 살 수 있다. 역시 꼭 필요한 것이 그린에서 공을 넣을 때 쓰는 퍼터다. 퍼터의 종류나 치는 법도 다양하다. 장타로 유명한 디셈보 선수의 경우 퍼팅을 하는 모습도 아주 특이한데, 좀 경직된 모습이다. 프로선수들은 수많은 연습 과정을 통해서 자기에게 맞는 퍼터를 고르고, 퍼팅하는 법도 배운다. 이렇게 퍼터가 결정되면 골프 클럽은 완성된다.
사실 골프 클럽은 워낙 비싸기 때문에 바꾸기 쉽지 않다. 친구도 클럽 없는 나에게 주고 새로운 클럽을 구입하는 현명한(?) 선택을 한 것이다. 물론 친구는 충분히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상황이라 내가 받아도 될 사이였고, 그만큼 친한 친구였기에 가능했다. 설사 그럴 지라도 아이나 다른 사람에 줄 수 있는데, 내게 준 것은 감사했다. 덕분에 내 골린이 생활의 2단계에 접어들 수 있었다.
아이언이 준비되자, 스크린 골프장을 운영하는 친구 신비오 프로가 내가 치는 것을 보면서 맞는 드라이버 등을 제안했고, 일단 골프 클럽의 꼴을 갖추게 됐다.
그런데 클럽만이 아니다. 2019년 8월 8일 머리 올리는 날을 앞두고는 고민이 많아졌다. 당시 클럽이야 매형이 준 것으로 대충 나간다고 하지만 필드에 나가기 전에 구입할 것도 상당히 많았다.
우선 골프복은 천차만별로 있었다. 전문 마켓을 통해 중저가로 골프복을 구입하니 큰돈이 들지 않았다. 매형의 추천을 받아서 골프화와 보스턴백(신발 옷가지 등을 넣는 큰 가방)을 샀다. 10만 원 전후로 구입했다. 골프공과 간단한 물품을 넣은 작은 가방도 샀다. 이밖에도 골프 모자, 장갑 등도 샀다. 장갑은 사이즈를 24로 구입했는데, 좀 헐렁한 느낌이 있어서 이후에는 23을 선호하게 됐다. 첫 라운딩에서 보통 수십 개의 공을 잃는다는 경고로 인해 골프공도 여유롭게 샀다. 물론 좋은 공이 아닌 로스트볼을 주워서 파는 공들도 있었다. 이런 로스트볼은 한 개에 1000원 이하로도 살 수 있는데, 초보자들에게는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다. 좋은 공으로 치다가 골프공도 가공 방법에 따라 2피스부터 4피스까지 천차만별이다. 3 피스 볼의 경우 고급으로 꼽히는 브리지스톤 볼의 경우 12개가 든 한 더즌에 6~8만 원 정도로 한 개당 6000원 꼴이다.
공까지 준비하니 가방도 든든하고, 내가 골프의 세계로 접어든다는 느낌이 들었다. 8월 폭염도 별로 무섭게 느껴지지 않았다.
자문: 골프존파크 효성마스터즈점(인천 계양구) 대표 신비오 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