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뛰는 첫 라운드

<유쾌한 골린이 생활> 5

by 조창완

초보 골퍼들이 처음 라운드 하는 것을 속된 말로 ‘머리 올린다’고 한다. 물론 어원은 좋지 않다. 이 말은 어린 기생이 정식으로 기생이 되어 머리를 쪽 찌다란 뜻을 담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일을 할 때는 당연히 후원자가 있기 마련이고, 여기에는 성적 거래의 의미도 있기 때문이다.


어떻든 골프에서도 이 말이 상투적으로 쓰이고 있고, 지금도 바뀌고 있지 않다. 8월 8일 우리가 라운드를 시작하는 티오프 시간이 오후 12시 15분이었기 때문에 나는 부평 집에서 당일 내려가기로 했다. 그런데 이날 나는 집 근처에 사는 신비오 프로랑 같이 출발하기로 했다. 그런데 전날 과음으로 신프로는 집 앞에서 한 시간 여를 기다리다가 내가 계속 연락을 받지 않자 그냥 출발했다. 뒤늦게 일어난 나는 미니 백을 매고, 택시로 KTX광명역으로 가서 목포행 열차를 탔다. 고속열차로는 2시간 여가 걸리기 때문에 다행히 신프로와 목포역에서 도킹해 파인비치 골프장으로 향했다. 정말 자세가 안됐다고 밖에 볼 수 없다.


파인비치는 업무 때문에 자주 다녔고, 직원들도 익숙하기 때문에 낯설지는 않았지만 골프를 치는 것은 처음이라 좀 쉽지 않았다. 보통 클럽하우스 앞에서 골프클럽 가방을 내리고, 이후 주차장으로 이동해 주차한다. 이때 직원들은 명패를 보고, 라운드 하는 이들이 타는 카트에 클럽을 실어두므로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대신에 옷가지 등이 들어있는 보스턴백을 들고, 각자의 락커에 가서 옷이나 신발을 골프에 맞추어 나온다. 물론 공이나 티꽂이 장갑 등 간단히 필드 용품이 있는 작은 클러치를 휴대하는 게 일반적이다.


클럽하우스에서 골프 출발장으로 가는 곳에는 보통 식당에 배치되어 있다. 골프장은 상대적으로 음식값이 상당하다. 김치찌개 같은 메뉴도 보통은 15000원에서 20000만원 정도다. 파인비치 식당의 경우 만찬 음식도 상당한 명성이 있다. 남도음식과 멀지 않은 곳에서 나오는 해창막걸리 등도 즐길 수 있는데, 1인당 50000~60000만원인 파인코스나 비치코스의 식사 모두 정평이 나 있고, 4인 15만원 정도의 특별 요리 등도 아쉽지 않은 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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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친구들은 8명이 같이해 두 팀으로 플레이를 했다. 앞서 출발한 팀은 앞서 말한 원예전문가인 친구가 포함된 팀이고, 우리 팀은 내 첫 라운드에 스승이 되어 주기로 한 신프로를 비롯해 건설사 출신으로 지금은 인크루트 기업 HR Korea에서 일하는 건설/자동차/레저 부분 고성관 상무와 고향에서 제법 큰 농사를 하는 범석 친구 등이 같이 했다.


우리는 파인코스를 먼저 치고, 비치코스를 치는 여정으로 계획을 짰다. 워낙에 긴장해서 별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때 남긴 스코어카드를 중심으로 당시 상황을 기억해 본다.


우선 파인비치 골프장은 ‘동양의 페블비치’라는 호칭이 부끄럽지 않게 훌륭한 경관을 갖고 있다. 클럽하우스에 서면 앞으로 망망대해가 펼쳐져 있고, 골프장은 다양한 꽃과 나무로 사계절 각기 다른 모양을 뽐낸다. 내가 라운드하는 때가 8월 초라 더운 시기지만, 바닷바람으로 골프를 치는 데는 큰 무리가 없었다. 오히려 쾌적한 느낌이 들 정도로 기분 좋은 라운드였다.

개인적으로 첫 라운드이지만 나름대로 크게 문제는 없었다. 우리 팀의 케디는 남자분이었는데, 내가 머리를 올린다는 말을 믿지 못하겠다며 계속 의문을 제기했다. 물론 인사치레 일 수 있지만 친구들도 동조해줘서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은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다.


파인코스 코스는 세계적인 골프 설계자인 데이비드 데일과 이제는 세상을 떠나버린 친구 배지현 상무가 같이 작업을 한 코스다.


시작하자 마자 위기가 찾아왔다. 파인코스 2번 홀은 par5로 화이트티가 475미터인 만만치 않은 홀이다. 장비도 부실한 나는 여지없이 이곳에서 더블파를 기록했다. 일단 드라이버를 친 후 4번 아이언으로 앞으로 나가야 하는데 빗맞았기 때문이다.

3번 홀은 par3지만 앞에 호수의 중간에 그린이 있어서 좀 담력이 필요했다. 역시 더블파를 면치 못했다. 파인코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홀 가운데 하나는 pa3인 8번 홀이다. 화이트티가 149미터이고, 그린 옆에로는 바로 망망대해가 펼쳐져 있는데, 바다 쪽으로는 솟대들이 서 있어서 독특한 느낌을 준다.

par 4인 9번 홀도 정말 아름다운 홀이다. 티박스 옆에는 시하도를 비롯해 많은 섬들을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고, 날이 맑으면 멀리 서북방향으로 천사대교까지 보인다. 이곳을 이용하는 골퍼들이 사진 포인트이고, 클럽하우스에서 나오면 도보로도 가능해, 방문차 파인비치를 찾은 이들도 쉽게 이곳에 올 수 있다.


전반홀을 마치면 클럽하우스에 도착해 간단히 요기를 한 후 후반 비치코스를 시작했다. 역시 내 전반홀의 성적은 형편없었다. 그래도 공이 뜨는 것만 해도 대단하다면서 친구들이 위로했다. 전반홀에서 신비오 프로는 올파를 기록했다. 드라이버부터 모든 샷들이 완벽하게 흔들리지 않는다는데 놀랐다. 친구는 농담 삼아 집 한 채는 투자 해 얻은 결과라고 했는데, 농담으로만 들리지 않았다.


비치코스는 이름처럼 파인코스에 비해 바다를 더 느낄 수 있는 홀들이 많다. par 3인 4번 홀은 주변으로 수국이 아름답게 피어 있어서 꽃이 피는 6~7월에 가면 잊지 못할 감동을 준다. 개인적으로 이 홀은 내게 첫 파의 영광을 안긴 홀이다. 화이트티가 111미터로 길지 않은데, 피칭웨지로 1미터 정도로 홀컵 가까이 붙였다. 물론 퍼팅에는 완전히 문외한이라 첫 버디는 놓쳤지만 나에게 자신감을 준 홀이라 특히 기억이 난다. 비치코스 6번부터는 바다와 어우러진 가장 환상적인 코스다. 특히 par 4인 7번 홀은 드라이버가 바다를 건너야 해 부담이 많은 홀이다. 화이티도 바다 건너까지 160미터가 넘는 만큼 잘 치면 부담이 없지만 심리적인 부담이 있어서 쉽지 않은 홀이다. 간이 작은 나는 당연히 계속해서 공을 잃으면서 더블파를 면치 못했다. 다행히 후반에는 53타로 전반 61타에 훨씬 나아진 것이 느껴졌다. 골프에 대한 부담도 상대적으로 덜했다.


내 첫라운드의 교훈은 상당히 많았다. 첫째, 첫 필드에 나간 만큼 퍼팅이 얼마나 어렵다는 것을 직감했다. 나 같은 경우 퍼팅으로 10타 정도는 쉽게 날릴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퍼팅을 어떻게 익힐지가 제일 고민으로 떠올랐다. 두번째는 골프가 멘탈 게임이라는 것을 심각하게 느낄 수 있었다. 전반 9홀은 긴장 상태이다보니 실수가 상당히 많았지만, 후반에는 이미 경험이 있다고 조금 여유를 찾을 수 있었다. 마음에 여유가 없으면 그만큼 힘들다는 것을 알았다. 세번째는 골프가 4시간을 같이 하는 운동이라보니 그 사람의 면면히 드러나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었다. 라운드를 통해 좋은 이미지를 줄 수 있지만 골프 매너, 위기관리 능력은 물론이고 상대방의 배포까지도 쉽게 읽힐 수 있는 운동이었다. 잘하면 좋지만 잘못하면 관계에 악영향을 줄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네번째는 골프가 비싼 힐링의 시간인 만큼 효과적으로 소비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여행이 비싼 소비인데, 자린고비처럼 여행지를 주유하는 것을 권하지 않는다. 당일 골프도 있지만 숙박을 하는 경우도 많음으로 주변 여행을 잘 하고, 음식도 잘 찾는 것이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경기를 마치고 클럽하우스로 돌아와 샤워를 한 후 옷을 갈아입고 계산을 했다. 고향 친구들은 각자 계산을 원칙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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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든 그날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를 만큼 정신없이 지나갔다. 파인비치가 있는 해남 주변은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먹거리의 고장이다. 좀 거리는 있지만 해남 읍내 쪽은 해산물과 닭요리로 유명하다. 파인비치에서 20분 거리인 목포에는 낙지 등 해산물은 물론이고 육류까지 가장 풍성한 곳이다. 특히 전남도청이 목포 시내에서 10분 거리인 남악신도시에 있기 때문에 다양한 맛집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홍어나 육회탕탕이 요리를 선호하지만 그날 우리 친구들은 숙소가 있는 목포 북항에서 해산물과 육회로 흥겨운 저녁을 즐겼다. 신비오 프로가 입에 달고 다니는 말 가운데 하나가 고향 친구들과 노는 것이라는 말이다. 마음을 열고 만나기 가장 편한 이들이 고향 친구들이기 때문이다.


자문: 골프존파크 효성마스터즈점(인천 계양구) 대표 신비오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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