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골린이 생활> 6
첫 라운드를 마치고 친구들은 나에게 농담 삼아 골프 천재라고 농담을 했다. 회사에서 동료에게 첫 라운드에서 114타를 쳤다고 말하자 다들 한껏 내 성적을 부추겨줬다.
“상무님 대단한데요. 어지간해서는 그런 스코어 안 나는데”
“그런가. 내가 좀 일찍 골프를 알았다면 영광의 최경주가 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열심히 해보세요. 내년 봄 그룹 임원대회에서 상품 많이 챙길 수 있겠네요.”
‘영광의 최경주’라니.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지 모르고 한 망발이었다. 골프는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아야 했다.
우선 체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했다. 파인비치 라운드 이후 다음날 고향인 영광으로 올라가 고향 체육대회 골프게임에 참여했다. 나는 낄 실력이 아니지만 갑자기 빠진 인원이 있어 나도 우리 동기 라운드 팀의 한 명으로 참석했다. 물론 개인별 성적이라 내 스코어가 상관이 없어서 마음 편하게 참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임이 있는 곳은 영광 에콜리안 CC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이 만난 9홀 골프장이지만 코스를 전환해 18홀을 칠 수 있게 한 골프장이다. 퍼블릭 골프장이라 캐디가 없어서 경제적인 골프장이다. 주중에는 4인 요금이 26만 원 정도고, 주말에는 36만 원 정도니 수도권에서는 1인 라운드 비용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가 이곳을 라운드 한 날이 8월 중순이라는 게 문제다. 에콜리안 영광은 약간 분지지형으로 된 곳으로 여름에 더위를 식힐 방법이 없었다. 거기에 7번 홀이나 9번 홀은 등산급의 높이를 갖고 있었는데, 잘 맞추지도 못하는 실력으로 공을 쳐갈 때는 친구 드리블하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결국 허양한 내 체력은 급속하게 방전됐다. 라운드 할 때부터 더웠지만 나는 후반 라운드에 들어갈 때, 탈진할 것 같아서 잠시 클럽하우스에 쉬었다가 합류했다.
체력이 없으면 집중할 수도 없다는 것을 깨닫는 계기였다. 골프가 상체로 하는 운동처럼 보이지만 하체가 받쳐주지 못하면 자세가 흐트러져서 망치게 된다는 말은 당연히 금과옥조였다.
머리를 올린 지 두 달이 지난 10월 기업에 다니는 친구가 내가 골프를 시작했다는 말에 라운드를 제안해 동반할 기회를 얻었다. 장소는 파주 파평면에 있는 타이거 CC였다. 이곳은 채석장으로 돌을 사용하고 남은 부지를 잘 조율해 골프장으로 만들었다. 부평 집에서 자동차로 1시간 반 정도 걸리는 만만치 않은 거리다. 하지만 고향에서 두 번의 라운딩 후 필드에 나간 것은 타이거 CC가 두 번 밖에 없으니 나에게는 익숙하고, 반가운 곳이다.
2019년 10월 타이거 CC에서 첫 성적은 103타 정도로 상당히 개선됐다. 11월 말에도 타이거 CC에서 친구와 이리저리 알던 선배들 둘과 라운드를 했다. 100타였다. 일주일에 한두 차례 라운딩을 하는 선배들에 비해 100 타면 양호한 성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후 다음 해 4월 경에 마지막 라운딩을 하고 다시는 필드에 나갈 기회가 없었다. 2020년 봄 같은 골프장에서 마지막 라운딩에서 100타를 깼는데, 1번 홀과 후반 홀에서 2차례나 뱀을 만나 화들짝 놀란 기억이 있는 곳이다.
내 골프 능력에 대해 처음에는 기고만장했지만 금방 내 수준을 깨달아야 했다. 우선 정식으로 배운 골프가 아니다 보니, 자세에 기초가 없었다. 이는 마치 내 중국어와도 같았다. 1999년 중국에 가서 실생활 중심으로 중국어를 사용했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기간에 비해 중국어를 잘한다고 칭찬했지만, 성조에 충실하지 않은 내 발음에 문제가 나타났고, 이후에는 어디서 중국어 잘한다는 소리를 하지 않은 것과 비슷하다. 한국 외국어대에서 중국어를 가르칠 때, 발음기호와 성조 익히는 데 근 한 달을 사용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골프도 마찬가지다. 그립부터 자세 하나하나는 개개인의 습관과 결합해 그 실력을 발휘하는 기초가 된다. 그런데 기초가 부족한 상태에서 자세가 굳어지면 고치기가 힘들고, 어느 수준에 도달하면 그 이상 발전은 어렵게 된다. 필드에서 5번의 라운딩은 나에게 그런 교훈을 주기에 충분했다.
2019년 11월 타이거 CC 두 번째 라운드를 마치고 나는 페이스북에 이렇게 썼다.
“그간 골프를 하라고 사람들이 조언한 이유도 깨닫게 됐다. 만날 수 있는 사람의 폭도 넓어지고, 사람들을 더 깊이 아는데, 상당히 좋은 스포츠다. 4시간 동안 같이 운동하다 보면 동반자의 상당한 부분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스스로도 몇 가지 정리를 했다. 우선 장비 욕심을 안 갖는 거다. 골프 시작할 때 매형이 옛 장비를 줘서 그것만으로 친다. 구형 드라이버, 4, 6, 8번 아이언과 피칭, 퍼터가 내 클럽의 전부인데, 당분간 이걸로만 칠 생각이다. 또 하나는 내 활동에 지장을 줄 수 있는 만큼 한 달 두 번 이하로 라운딩을 유지할 생각이다. 물론 이 이상할 가능성도 없다.”
반년 간의 짧은 골프 입문에서 교훈 중에 하나는 내가 골프 천재는 확실히 아니다는 것이다. 그 가장 큰 이유는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이뤄진다는 진부한 격언에 있다. 골프를 잘하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연습이 필요하다. 최경주 선수도 골프장에서 일하면서 골프 실력을 다질 기회를 얻었고, 여기서 발전해 세계적인 선수가 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지난해 KLPGA 루키로 들어온 김혜윤 2 선수는 지인의 딸이다. 혜윤이는 내가 군산에서 근무할 때 경기를 위해 군산을 찾으면 밥도 사주곤 했다. 혜윤이의 선수 육성을 위해 남구형이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 알기 때문에 골프를 쉽게 말할 수 없다는 것도 안다. 사실 몇 번의 라운딩으로 내 골프가 어떻다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골프 천재가 되기에 내 나이가 너무 많았다는 것도 내가 깨달은 객관적인 상황 가운데 하나였다.
2019년 말 나는 보성그룹에서 나왔다. 임원은 임시직원이라 회사에서 나가라면 바로 나가는 처지였다. 또 내 주된 투자유치 국가가 중국이었는데, 2016년 7월 도입 발표와 2017년 3월 성주 롯데골프장 부지에 사드가 들어옴으로써 중국 투자유치는 불가능해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대신에 미국, 캐나다 등지에서 투자유치 활동을 벌였지만, 큰 성과는 없는 상태였다. 그러니 임원에서 해촉 돼도 별 할 말이 없었다. 10월 말에 연말까지만 나오라는 말을 듣고, 열흘 정도 사무실에 나가 <신중년이 온다>를 집필했고, 이후에는 굳이 출근할 필요가 없다 해서 다음 여정을 준비했다. 대외 사교용으로도 사용이 가능한 법인카드도 사라지고, 백수가 된 상태에서 골프를 치기는 쉽지 않았다.
2020년 초 이런저런 요청에 따라 중국을 두 차례 다녀왔다. 두 번째로 중국에서 귀국한 날이 1월 16일이었다. 윈난 배낭여행을 인솔해 상하이에서 귀국했는데, 며칠 안돼서 중국 우한이 코로나로 인해 봉쇄되고, 국가 간 왕래도 단절되기 시작했다. 중국에 관한 일을 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그때 마침 춘천시에서 시민소통담당관을 뽑는 공모가 올라왔다. 언론인으로 경력도 충분해서 나는 지원했고, 합격통보를 받았다. 첫 출근은 2010년 7월 6일이었다. 공직자에게 골프는 쥐약이라는 것을 알기에 다시 골프와 이별이라는 것을 당연히 깨달았다.
자문: 골프존파크 효성마스터즈점(인천 계양구) 대표 신비오 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