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과 지역은 상생할 수 있을까?

<유쾌한 골린이 생활> 7

by 조창완

공직생활을 다시 시작하면서 골프와 거리가 멀어졌다. 춘천에서 살던 시기 지인들 가운데는 골프를 치는 이들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춘천은 골프의 8 학군으로 불릴 만큼 골프 자원이 풍부한 곳이다. 90년 개장한 라데나CC(27홀)를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이름난 골프장이 많다. 엘리시안 강촌CC(27홀), 제이드팰리스CC(18홀), 남춘천CC(18홀), 휘슬링락CC(27홀), 오너스CC(18홀), 파카니카CC(18홀), 플레이어스CC(27홀), 스프링베일리조트(9홀), 로드힐스CC(27홀), 라비에벨CC(36홀) 등은 이미 골프매니아들에게는 익숙한 곳들이다. 라데나나 엘리시안강촌, 제이드팰리스, 플레이어스는 매경오픈 등 다양한 국제대회가 열리는 곳이라 더 익숙하다.

내가 춘천에서 근무할 때, ‘선사유적지 차이나타운’ 건설 문제도 벌어졌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선사유적지에 차이나타운이 만들어진 것을 비판한다는 글이었다. 사실 전혀 논리가 맞지 않은 청원인데도 60만 명이 동의를 눌러 전국적인 이슈가 됐다. 이곳과 관계있는 곳이 바로 라비에벨CC다. 이 골프장은 춘천과 홍천을 같이 끼고 있는 관광단지인데, 강원도가 공을 들이는 대규모 관광시설이다. 이미 36홀의 골프장과 한옥타운 등이 들어섰다. 원래 계획은 이곳에 중국인 관광객을 특화한 시설을 포함하겠다는 계획인데,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인해 이런 모든 것들이 취소됐다. 물론 이 프로젝트 지역은 선사 유적지인 중도와는 전혀 상관없고, 거리로도 25킬로미터가량 떨어졌다. 투자자 입장에서 골프장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고, 관광시설은 위험성 높은 투자인데, 이 여론으로 인해 한시름 덜게 된 것이다. 선사 유적과 관계가 있는 곳은 올봄에 개장 예정인 레고랜드다. 다만 이미 건설이 진행되어,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인데, 수습이 중요해진 상황이다.

골프는 기업들에게도 여러 가지 해프닝을 낳았다. 코로나로 인해 국내 골프 수요가 폭증하면서 골프장 시세도 급등했다. 2~3배는 폭등해 한 홀당 100억 원은 보통으로 매각할 정도다. 자금난을 격던 두산은 20년 6월에 소유한 클럽모우 CC(27홀)의 매각에 성공했다. 원래 1,000억 원에도 유찰되던 이 골프장의 매각가는 1,870억 원으로 급등해 매각사로서는 큰 웃음을 지었다. 이유는 해외로 나가던 골프장 내방객들이 코로나로 인해 국내로 몰리면서 골프장의 가치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정작 나는 골프랑 먼 생활을 했지만 주변에는 골프 이야기가 많았다. 춘천을 더 깊이 알리기 위해 시간 나는 데로 답사를 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춘천에 골프장이 많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도로가 이정표의 상당 부분의 하단에는 골프장 안내가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용인이나 이천 등지에서 만나는 느낌이 춘천 남면 등지에도 있다.


앞서 말했듯이 골프장에 대한 호감은 없다. 우선 골프장의 건설이 그 지역 문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건설 과정에서 마을의 문화나 원주민 거주에 큰 문제가 없다면 괜찮지만 도로의 이용이나 농사의 영향 등으로 문제를 만드는 경우가 많다. 또 골프장의 유지를 위해서 사용되는 농약이나 화학약품들도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골프장을 건설할 정도의 회사는 재벌사나 건설사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진행과정에서 지역민들과의 갈등을 빚기 십상이다. 이렇게 되면 토지 매각 문제부터 하나하나가 갈등 요소가 될 것이다.


하지만 골프가 대중 스포츠의 영역으로 내려오면서 부정적인 면만을 이야기할 수 없게 됐다. 수익이 보장되는 젊은 농민들도 이제는 골프를 취미로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고향 친구들의 상당 수도 골프를 친다. 타지방에 가지 않고, 자기 고장에서 취미를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아서 선호하는 것 같다.


웨스트오션CC오션3번홀.jpg 웨스트오션CC 오션코스 3번 홀. 멀리 백제불교 도래지와 법성포가 보인다.

고향에도 두 개의 골프장이 있다. 이제는 웨스트오션CC로 이름이 바뀐 영광CC는 내 고향마을 뒷산 너머에 위치해 있다. 영광대교를 지나, 백수해안도로로 접어들면 왼쪽 산아래 있는 것이 이 골프장이다. 이 지역은 모래미 해수욕장에서 산 쪽으로 가던 곳에 있어서 원래 사람이 살지 않던 곳이라, 허가가 문제였지 주민과의 갈등은 별로 없었다. 이 산속에 골프장을 지을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에서 신비할 정도였다. 밸리코스는 골짜기 안에 지었지만, 오션 코스는 영광대교, 백제불교도래지, 법성포항을 보면서 즐길 수 있는 코스로 배치되어 있어서 상당히 풍경이 좋아 보인다. 반면에 이곳으로 오는 길에 있는 백수읍 길룡리에도 골프장을 추가로 지으려 했는데, 이곳이 원불교 영산성지여서 반대로 인해 건설이 쉽지 않다.


하지만 고향에 있는 골프장은 요금도 상당히 높다. 평일에도 그린피가 15만 원을 호가하는데, 지역민에게는 1만 원 할인 정도가 유일한 혜택이다. 다만 골프장 내방객들은 자연스럽게 이 지역의 식당이나 특산품 가게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부정적인 면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반면에 앞서 내가 라운딩 한 경험이 있는 에콜리안 영광은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운영하기 때문에 요금이 저렴해 지역민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이곳은 주중 요금이 18홀 기준으로 5만 원(카트비 대당 5만 원) 정도여서 비교적 부담이 없다. 근사하게 산속에 지어지는 골프장 보다는 늘어난다면 이런 저렴한 퍼블릭 골프장이 늘어나는 게 맞다. 전국적으로 본다면 우리나라도 골프장 과다한 나라다. 더욱이 해외여행이 다시 풀리면 더 싸고 환경 좋은 지역으로 내방객이 쏠릴 것이다. 결과적으로 다시 골프장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고민이 생길 것이다.


투자유치를 할 때 가장 많이 듣는 말 가운데 하나가 몇만 불대는 어떤 소비가 였다. 국민소득이 3만 불 대일 때는 골프가 크고, 5만 불 때는 요트산업이 발전한다 등등. 꼭 맞지는 않겠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4만불을 바라보니, 골프가 중요한 스포츠로 발전하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 같다.


우선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골퍼들을 배출하는 국가라는 점이다. 과거 독보적인 양궁의 길을 골프가 그대로 걷고 있다. 박세리로 시작한 여자 골프의 경우 이미 세계 톱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최경주로 시작된 남자골프도 여자만큼은 아니지만 김시우, 임성재, 이경훈 선수 등이 간간이 좋은 소식을 올린다. 전체 골프 인구의 숫자를 감안해서도 대단한 숫자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떻게 골프에서 이런 실력을 보이는 것일까.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진 탁월한 공감인지능력에 있다고 본다. 양궁이나 골프는 직선운동이 아니라 거리를 스스로 인지해 적당한 힘을 조절하는 게 중요한 운동이다. 화살이든, 골프공이든 곡선으로 날아가, 목표한 지점에 떨어뜨리는 게 중요한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 재주가 탁월한 것으로 보인다. 아마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해봐도 결과가 내가 예측한대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 공간인지능력이 꼭 필요한 분야가 포를 쏘는 능력이다. 지금처럼 전자 능력을 장착하기 전에 박격포나 대포는 거리를 인지하고 쏘는 게 가장 중요한 능력이었다. 우리나라는 그 점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사실 최무선이 화포를 개발해 진포대첩에서 일본군을 물리친 거나,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쓴 작전의 대부분은 포를 통해 적을 먼저 무너뜨린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근대 중국 홍군에서 포대를 만들었던 이가 우리나라 출신의 무정장군이라는 것도 이 기질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한다.


골린이가 지역의 골프라는 것까지 생각하는 것은 오지랖일 수 있다. 하지만 골프랑 친해지기 위해서는 이런 면들에도 애정을 갖는 게 당연한 순서다. 그런데 한국에서 골프는 또 다른 획기적인 변화가 생긴다. 바로 스크린 골프의 등장이다. 골린이에게도 새로운 기회를 주는 계기였다. 다음 편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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