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타 쳤어. 하룻강아지의 망동

<유쾌한 골린이 생활> 9

by 조창완

내가 스크린골프에 본격 입문한 것은 21년 11월 20일이다. 이날 골프존 파크 앱을 깔고, 아이디를 등록한 후 첫 라운드를 했기 때문이다. 기억이 좋은 게 아니다. 골프존 사이트에 들어가서 로그인하면 내가 라운드 했던 기록이 상세하게 나온다.


그리고 그 라운드도 내가 처음 머리를 올렸던 파인비치GC에서 했다. 이날 내 스코어는 92타였다. 나쁘지 않았다. 이후 몇 번의 라운드를 했다. 내 스크린의 동반자는 멀지 않은 곳에 사는 친구 아이디 ‘산토끼 형’이다. 같이 인천에 사는 데다 시간이 잘 맞아서 우리는 거의 같이 치면서 서로의 실력이 느는 것에 감탄했다. 나도 자주 칩인 버디가 나오는 등 계속 점수가 좋아지는 게 보였다. 이후 90타를 전후로 움직이다가, 금년 1월 8일 한라산 CC에서 75타를 쳤다. 내 스스로도 ‘골프 신동’이 아닌가 하는 망상을 다시 갖게 됐다. 그리고 그날 페이스북에 나는 드디어 70타대에 들어섰다고 자랑스럽게 올렸다.


“3년 전 보성그룹에 다닐 때 필요에 따라 골프를 시작했다. 첫 필드서 110대를 쳤지만 생각보다 어색하지 않았다. 얼마 전 피칭 프로인 친구가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스크린골프장(골프존파크 효성마스타즈점)을 열어 친구 가게서 자주 라운드를 한다. 좀 생각하면서 치니, 이제 70타대로 들어왔다. 이븐 플레이어가 되면 만족함을 알 것 같다.”

라는 글과 75타가 기록된 스코어카드를 올렸다. 보이듯이 글에는 거만이 쫙쫙 흐른다. 하지만 나는 이 숫자에 허수가 있다는 것을 금방 깨달았다. 얼마 후 우리 둘이 70타에 들어갔다는 소문에 골프를 좀 치는 고향 친구들이 우리는 놀리러 왔다. 스크린골프는 잘 아는 친구들은 게임에 들어가면서 곧바로 세팅을 다르게 했다. 그때야 우리 둘은 가장 쉬운 일반 아마추어 모드에서 쳤고,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려면 G투어 모드에서 친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친구들은 잔인하게 그날 ‘포레스트힐 CC’ G투어 모드에 백티로 우리는 안내했다. 백티는 티박스 가운데 가장 먼 곳에 있어서 초보 골퍼들이 치기 힘들다. 그래도 10년의 구력을 가진 산토끼는 적응했지만, par 4홀에서 두 번째 샷을 200미터 이상 보내야 하는 상황을 내가 적응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내 스코어는 다시 95타로 내려옴으로써 우리가 아랫동네에서 주먹 자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다른 친구들도 버디를 하지 못할 만큼 코스가 길고 어렵기는 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내가 드라이버를 칠 때, 어느 순간부터 스윙의 폭을 줄인다는 것을 깨달았다. 처음에 배울 때, 풀스윙을 하려 했는데, 치는 습관이 서서히 바뀐 것이다. 스윙폭이 적어지자 정타 여부를 떠나서 정확히 맞아도 200미터 전후로 나갈 만큼 드라이버에 대한 자신감을 잃었다. 앞서 말했듯이 어릴 적 도끼질했던 어깨를 바탕으로 250미터도 가끔은 비행했는데, 그런 감각을 잃어버린 것이다. 그것을 실감하는 라운드였다.


앞서 ‘75타’라는 내 허무맹랑한 소문은 내 고등학교 친한 동창들에게도 소문이 번졌고, 결국 평소 친하던 친구 몇이 시흥에서 스크린골프 모임을 약속했다. 나도 전철을 타고 그곳에 가서 모임을 같이 했다. 그런데 3 친구 모두 한 달에 한번 이상 필드에 나가는 하늘 같은 골프 선배들이었고, 스크린의 경험도 많았다. 그날 나는 더욱더 위축되고 드라이버 등 제대로 되는 것이 없었다. 결국 99 타라는 참담한 성적을 보여줘야 했다.

하지만 고등학교 친구들의 모임은 내게 그런 자존심 구기는 행사만은 아니었다. 더욱더 내가 골프에 매력을 느끼게 하는 계기였다. 그날 친구는 내가 클럽이 없다는 것을 알고, 골프백과 더불어 아이언을 모두 내게 선물했다. 심지어 재수 씨가 선물한 아이언 커버까지 내가 주었다.


거기에 고등학교 친구들은 샘님 학교에 다닌 출신답게 깔끔했다. 내기를 하지 않고, 게임비와 식비도 1/N로 나눠내는 스타일이다. 사실 우리가 다닌 안양의 고등학교는 지금 골프로 이름이 있는 학교다. 우리가 학교 다닐 때 만해도 수영이 대외적인 육성 스포츠였는데, 어느 순간에 골프로 바뀌었다. 이후 김시우, 김비오, 김경태 등을 배출했다. 그래선지 동문 모임에도 골프 이야기가 많아지고 있는데, 이번에 같이한 친구들도 온오프에서 70~80타대를 오간다. 이런 친구들 앞에 내가 70타 대에 들어섰다고 자랑했으니, 망신을 사는 것도 당연했다. 모임 후에 친구들은 나에게 풀샷을 하라는 조언도 겸했다. 아울러 한 달에 한번 정도 보자는 약속도 더했다.

친구에게 선물 받은 골프클럽을 가지고, 매장을 방문하니, 신프로가 내 락커도 만들어주었다. 얼마 후 이전에 샀던 골프화까지 락커에 두고, 사용하니 장비에 대한 유감은 없었다.

“제대로 된 클럽까지 갖추었으니 이제 내 골프에 새로운 인생이 시작됐네. 조만간에 진짜로 70타대로 들어설 날이 있을 거다. 기대해봐.”

막 미끼에서 놓인 생선처럼 나는 내 분수를 모르고 다시 호언을 시작했다. 사실 이런 단순함이 없으면 어느 운동이든 흥미를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골퍼의 실력을 가늠하는 기준은 타수다. 보통 골프장은 18홀에 72타가 일반적이다. 홀들 가운데 3번 만에 홀 인해야 하는 par 3는 전후반 두 개씩 4개고, 다섯 번만에 홀 인해야 par 5도 전후반 2개씩 4개다. 나머지 10홀은 par 4가 일반적이다. 다만 흥미를 위해 par 5나 par 3을 하나씩 늘리고, par 4를 8개로 하는 골프장도 종종 있다.

군산cc.jpg 홀 수로 국내 최대인 군산 CC. 이곳 정읍코스에는 1004미터짜리 par7홀도 있다.

골프 코스의 길이는 통상 par 5라 해도 500미터를 넘기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악명 높은 길이는 전북 군산 CC에 있는 ‘1004 홀’이다. 군산 CC는 전체 홀 수가 81개 홀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규모가 큰 골프장 가운데 하나다. 이 골프장 정읍코스 블랙티, 라이트 홀은 정확히 거리가 1004 미터다. 이 홀은 par 7인데, 티샷을 포함해 5번을 모두 정타를 해야만 온그린이 가능하다. 중거리를 칠 수 있는 우드에 익숙하지 않은 나에게는 최악의 코스일 텐데, 그래도 꼭 도전해보고 싶은 곳 가운데 하나다.


자문: 골프존파크 효성마스터즈점(인천 계양구) 대표 신비오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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