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골린이 생활> 10
금년 1월 몇 가지의 소중한 경험들이 지나고 나서도 나는 스크린골프를 쳤다. 여전히 예정된 일이 하염없이 미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보다는 다른 취미를 찾기보다는 골프를 통해서 나를 한번 다져보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한다. 설혹 다시 바빠지더라도 가능하면 그 열정을 놓지는 않을 것이다.
신프로는 시도 때도 없이 말한다.
“그냥 와서 쳐라. 내가 계속 봐줄게. 계속해서 연습해야 제대로 자리가 잡힌다.”라고 말한다. 그런 면에서 운이 좋지만 사실 마음대로 골프 연습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정하게 해야 하는 일도 있고, 무엇보다 시간을 내어 책을 찾아 읽거나, 미뤄두었던 원고를 쓰는 것도 소중하기 때문이다. 물론 대선 캠프를 끝내고, 한 권의 책을 기획해서 이미 원고를 마쳤다. 이 원고가 정식 출간될지 아니면 전자책으로 출간될지 운명은 모르지만, 어떤 결과로 나오든 나는 그냥 만족한다. 대선 캠프에서 일하던 지난해 9월 30일에는 내 17번째 책 <삶이 고달프면 헤세를 만나라>가 출판됐다. 비록 크게 빛을 보지 못했지만, 패배 후 내가 밀었던 후보님과 같이 뛰었던 국회의원에게 선물했을 때, 반갑게 받았던 기억도 있다. 글을 쓰고, 책을 내는 일은 내 삶에서 가장 존재감을 느끼는 시간이다.
그만큼은 못해도 골프를 익히고, 즐기는 일도 내 삶에 소중한 부분이 됐다. 2월에 들어서 신프로가 나에게 가장 강조한 것은 드라이버의 풀스윙을 다시 회복하라는 것이다. 직접 자세 교정을 교정해 주면서 다행히 다시 풀스윙으로 돌아왔다. 처음에는 실수로 하는 샷들도 많이 나왔다. 특히 2월에 친 게임의 1번 홀은 대부분 OB나 해저드에 빠지는 상황은 큰 약점이 됐다. 다행히 큰 실수의 횟수는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했고, 제대로 맞은 드라이버샷은 250미터 정도 비거리가 나오면서 어느 정도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었다. 여전히 우드나 유틸리티는 사용하지 않지만, 5번 아이언을 통해서 160미터를 안정적으로 보내는 방식으로 핸디캡을 극복해갔다. 아이언샷도 조금씩 안정됐다. 무엇보다 시간이 지나고, 경험이 많아지면서 퍼팅이 조금씩 나아졌다.
2월에는 90타대에 있다가 3월에는 80타대로 내려오면서 안정을 찾는 느낌도 들었다. 물론 여전히 90타 전후의 보기 플레이어다. 골프에서 한 홀을 통상 72타로 치면 이븐 플레이어라고 한다. 그런데 이븐 플레이어는 거의 프로 수준이고, 일반 취미로 즐기는 이들이 도달하기 어렵다. 마스터 프로 테스트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실제 경기로 이뤄지는 테스트에서 18홀 동안 72타 이하로 쳐야만 자격을 받을 수 있다. 골프 애호가 김국진 씨도 마지막 짧은 퍼팅을 놓쳐서 프로 자격을 놓쳤다고 한스러워하는데, 그만큼 어려운 게 골프다.
그런데 18홀에 각기 한 번씩 보기를 하면 90타가 되고, 이를 보기 플레이어라고 하며, 에버리지 플레이어라고 한다. 필드에서 이 정도 실력이면 어디에 밀리지 않을 정도도 된다. 이 정도 실력이면 한 경기에 잃는 공이 3~4개를 넘지 않을 만큼 안정적이다.
물론 온오프를 가리지 않고, 골프장은 다양한 핸디캡을 갖고 있다. 골프장의 난이도는 코스와 그린의 난이도로 나뉜다. 스크린골프도 이 난이도를 선택해 플레이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별이 4개 이상이라면 쉽지 않은 코스로 본다. 스크린골프장마다 홀인원에 대한 챌린지를 운영하는데, 난이도 4개 이상의 코스에서 한 홀인원만 인정하는 곳들이 많다. 파인비치의 경우 코스와 그린 난이도가 모두 4개로 비교적 어려운 골프장에 속하고, 고향 영광에 있는 웨스트오션CC는 코스 난이도가 2, 그린 난이도가 4로 코스가 상대적으로 쉬운 골프장에 속한다. 악명 높은 골프장도 많은데, 이는 온오프가 같다. 이천 블랙스톤CC나 충북 음성 레인보우힐스CC 등 어려운 코스들로 유명한 곳들이 있다.
코스가 어렵다는 것은 당연히 페어웨이가 좁아서 샷이 정확해야만 스코어를 잃지 않는 곳이다. 수도권의 오래된 골프장은 과거에 지어져 비교적 페어웨이가 넓다. 당연히 드라이버나 우드 샷에 큰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강원도나 제주도 등의 산간 지대에 있는 골프장은 페어웨이가 좁을 수밖에 없다. 당연히 오비나 해저드가 날 확률은 늘어난다. 골프장별로 난이도의 차이도 있지만 한 골프장에도 홀마다 난이도 차이가 있다. 평균 타수를 계산하고, 평균치에 따라서 핸디캡을 정한다. 그런데 의외로 쉬워 보이는 홀이 핸디캡 1이 되는 곳도 많아 의아한 경우가 많다. 그런데 치고 보면 뭔가 어려운 점이 있고, 그 때문에 핸디캡이 높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린의 난이도는 굴곡의 차이로 보면 된다. 골프장에 따라서 그린의 차이를 두는데, 2단 그린, 3단 그린 등 다양한 형태의 그린이 있어서 설사 온그린이 됐다고 해도 3 퍼트 이상 해야 하는 곳들도 많다. 특히 홀컵 주변에 경사가 심한 경우 좌우로 오가다가 타수를 잃는 곳들도 적지 않다.
골린이 들에게는 다양한 과정이 있다. 가장 두려운 것은 머리를 올리는 첫 라운드일 것이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두려울 수밖에 없다. 다음은 100타를 깨는 것이다. 연예인 가운데 골프 마니아로 알려졌고, 지금은 유튜브 국진TV로 자리를 잡은 김국진 씨도 처음 100타를 깨고, 친구 김용만 씨와 기념 패넌트를 하고 다녔다고 할 정도로 의미 있는 날이다. 이제 싱글 플레이어(핸디캡이 1~9까지인 플레이어)를 넘어, 언더파도 치는 김국진 씨도 그때의 열정을 갖고 여전히 골프에 임할 것이다.
다음은 당연히 보기 플레이어로 도달하는 90타대의 진입이다. 안정적으로 90타를 칠 수 있다면 어느 골프모임에 가도 욕은 들어먹지 않을 정도라고 한다. 보통 4인이 한조로 플레이할 때, 한 선수가 지나치게 많은 타수를 치면, 전체적인 플레이 시간이 늘어난다. 그러면 뒤에서 오는 조에게 밀리게 되고, 다른 선수들도 압박을 박게 된다. 때문에 플레이 시간도 특히 중요한데, 90타대를 치면 통상 큰 무리 없이 자신들의 플레이 시간을 지킬 수 있다.
이후 싱글 플레이어를 넘어서 언더파로 진입할 수 있다. 물론 프로선수들도 언더파를 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정도로 골프는 상황에 따라서 스코어가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골프를 시작하면 많은 사람들이 ‘라베’를 갖고 살아간다. 라베는 ‘라이프타임 베스트 스코어 (Lifetime Best Score)의 줄임말이다. 자신이 살면서 가장 낮게 타수를 말한다. 라베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18홀을 도는 동안 모든 힘을 쏟아서 얻은 결론이기 때문이다. 어떤 날은 공이 잘 맞아서 좋은 성적이 나는 경우도 있지만, 하루 종일 이런 일은 극히 드물다. 전반 라운드에 아무리 잘 맞아도 후반에는 자신의 평균치로 돌아가는 게 일반적인 모습이다. 또 전반에 못 치더라도 후반에 만회하는 경우도 많다. 때문에 라베는 골퍼들이 가장 소중히 하는 기록 중에 하나다.
내 스크린골프 라베는 75타다. 하지만 이것은 초반기 아마추어 모드에서 친 것이라 제대로 된 점수라 할 수 없다. G투어 모드에서 가장 높은 기록은 한탄강 CC에서 85 타 친 것이 가장 높다. 당연히 골린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스코어다.
LPGA에 출전하는 세계 여자 골퍼 가운데 4라운드 전체 성적으로 가장 낮은 스코어를 가진 선수는 우리나라 선수 김세영 선수다. 김세영 선수는 2018년 7월 열린 손베리 크리크 클래식에서 역대 72홀 최저타 신기록을 기록했다. 그녀가 기록한 스코어는 31언더파다. 매경기 평균 7타 이상을 줄인 스코어니 얼마나 대단한 기록인지 알 수 있다.
내 골프 인생에 언더파를 치고, 골린이 시절을 회상할 날이 올진 모른다. 하지만 그 과정을 즐기고 하나하나 해가는 재미가 없다면 골린이로서 보람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골프를 생각하고, 또 타석에 오른다. 다행인 것은 골프도 어느 스포츠가 그러하듯 절대 거짓으로 결과를 만들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문: 골프존파크 효성마스터즈점(인천 계양구) 대표 신비오 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