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왜 새를 좋아할까

<유쾌한 골린이 생활> 11

by 조창완

지난 2월 9일 나는 골친 김성옥 이사(아이디 ‘산토끼 형’)랑 신프로의 가게에서 라운드를 하고 있었다. 비교적 난이도가 있는 보성 CC에서였다. 후반이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은 12번 홀. 화이트 티의 전장이 149미터고, 홀까지 거리는 133미터인 par 3홀이었다. 산토끼의 샷이 깔끔하게 떨어졌다 싶었는데, 한두 번 구르더니 바로 홀로 빨려 들어갔다. 홀인원.


김이사도 온오프라인 첫 홀인원이었다. 골프존의 스크린골프장에서 홀인원을 하면 5분의 사진 촬영 시간이 주어지고, 스크린 위로 누가 어느 CC에서 홀인원을 했다는 기록이 전국의 매장에 동시에 흘러나간다. 우리는 볼 수 없지만 전국에 “산토끼 형님이 보성 CC에서 홀인원을 기록하셨습니다.”라는 안내 문구가 흘러갔을 것이다.


사실 홀인원은 골퍼들이 평생 한 번도 못할 수 있는 운과 실력이 동반된 결과물이다. par3 홀 홀인원의 경우 아마추어는 1만 2500분의 1의 확률이고, 프로는 3000분의 1 확률이라고 한다. 어떻든 대박이었고, 김이사는 매장 이벤트에 따라 만만치 않은 상금을 받았다. 물론 그 당시에는 상금을 받고, 소고기를 건하게 살 것으로 말했지만, 아직 실현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사건은 다시 벌어졌다. 그날로부터 한 달 뒤인 3월 7일 우리 둘은 역시 신프로의 매장에서 만났다. 이번에는 고향 영광에 있는 웨스트 오션 CC으로 코스를 선정했다. 역시 후반에 들어가 중간쯤 있는 13번 홀에 도착했다. par3로 화이트 티에서 치면, 100미터 정도의 자연계곡을 넘어가 그린이 있는 135미터짜리 홀이었다. 그런데 이날도 공이 홀 앞에 떨어지더니 데구르 굴러서 홀컵으로 들어갔다. 역시 홀인원. 솔직히 한 달도 되지 않아서 동반자가 두 번이나 홀인원을 하니, 나는 속이 좀 쓰렸다. 결국 사진을 찍어서 친구들 모임에 올리고 축하해줬다. 역시 소고기는 쏘지 않았다.


물론 나도 골프존에서 간단히 선물하는 홀인원 식수를 선물하지 않았다. 대신에 “동반자를 잘 만나서 홀인원 한 건지 알아라”라는 정직한 대꾸를 해줬다.

산토끼형님.jpg 신프로 매장의 홀인원 기록. 산토끼 형이 유일한 2번이다. 운 좋은 친구다.


홀인원은 분명히 즐거운 일이다. 운도 따르는 일이다. 내가 머리를 올렸던 파인비치 CC에도 비치코스 6번 홀에 그룹 회장님의 홀인원 식수가 있던 걸로 기억한다. 홀인원을 했다면 이런 식수도 가능한데, 나무부터 명패까지 다양한 방식이 있다. 전 재산이 20만 원대라는 전두환 씨 부부도 골프를 좋아하는데, 2003년에는 동반 라운드를 하다가 부인 이순자 씨가 홀인원을 기록하자, 3미터짜리 기념식수를 하는데, 수백 원을 써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물론 홀인원은 평생에 하기 힘든 만큼 그만큼 베풀어야 한다는 암묵적인 전통도 있다. 기념식수 외에도 동반자들에게 기념품을 주거나 그날 진행하는 캐디에게도 축하금을 주는 데, 이런 상황을 대비해 100만 원 정도까지 보상하는 홀인원 보험도 있다. 보험료는 1인 2500원 정도다. 요즘에는 스크린골프장의 홀인원 보상 보험도 생겼는데, 1인 1000원 정도를 가입하면, 홀인원을 할 경우 20만 원 정도를 보상한다. 또 스크린골프장들은 자체적으로 홀인원 보상에 대한 제도를 운영하기도 한다. 신프로의 매장도 1인 2000원의 홀인원 어드밴티지에 가입할 수 있는데, 홀인원을 할 경우 쌓인 상금의 절반을 획득하게 하는데, 일반적으로 50~100만 원 정도를 보상으로 받을 수 있다.


그런데 홀인원이 par3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par 4홀도 길이에 따라 홀인원이 가능하다. 2016년 1월 말 LPGA 바하마 클래식에 출전한 장하나 선수가 par 4홀 인원을 기록하는 신기를 보여줬다. 미국골프협회의 겨우 여자선수의 평균 티샷 거리를 210야드, 즉 192미터가량으로 본다. 그런데 이날 310야드, 283미터짜리 par 4홀이 218야드, 200미터 정도로 짧게 세팅되어 있었다. 그런데 장선수는 3번 우드로 티샷을 했고, 그 공이 그린에 띈 후 굴러서 홀컵 안으로 들어갔다. LPGA 역사상 처음이었다. par4 홀인원의 확률은 585만 분의 1로 로또에 당첨된 확률과 비슷하다고 하지만, 사실 로또는 1주일에도 십여 명이 당첨된데 비해 이 홀인원은 역사상 처음이니 로또 보도 훨씬 귀하고, 소중한 확률의 결과다.


그런데 par4 홀인원은 홀인원이라고도 하지만 정확히는 알바트로스(albatross)라고 할 수 있다. par3의 홀인원은 타수를 –2로 줄이는 역할을 하지만, 알바트로스는 –3으로 줄이는 경우를 말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알바트로스는 par 5 홀에서 두 번째 샷이 홀컵에 들어가는 경우를 말한다. 골프에서 알바트로스 확률에 대한 이야기는 다양한데 보통 200만분의 1로 보고, 홀인원 보다 160배나 어렵다고 한다. 가장 큰 이유는 par3 홀인원의 경우 100미터 전후의 짧은 홀도 많다. 하지만 알바트로스를 치기 위해서는 450미터 정도의 거리를 두 번에 정확히 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남자 선수들의 경우 드라이버를 250미터 보낸다고 해도, 두 번째 샷이 200미터에 달하기 때문에 그만큼 어려운 것이다.


그럼 알바트로스는 무슨 의미일까. 이 말은 신천옹(信天翁)으로 불리는 새의 이름이다. 슴새 목의 실제로 새로도 존재하지만 한자 이름처럼 서양에서는 약간 신비한 새를 말할 때도 쓰인 단어다.


골프에서 알바트로스의 다음 단계는 이글이다. 이글(eagle)은 표준 타수보다도 2타 적게 홀아웃을 하는 것을 말한다. 독수리라는 의미를 쓰는 것은 멀리서 친 샷이 홀컵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독수리가 공을 물어서 홀에 넣어주는 것 같다는 말에서 이 용어가 생겼다고 한다. 나도 이 글은 꼭 한번뿐이다. 기회는 많이 있었지만 아직 퍼팅이 약하기 때문에 이 글을 많이 하지 못했다. 한 번의 이글도 퍼팅을 통해 한 것이 아니다. par4 홀에서 두 번째 샷이 깃대를 맞고, 떨어지면서 얼떨결에 성공한 것이다. 이 글은 나와 같이 운이 좋아서 하는 경우도 있지만 프로의 경우 par 5홀에서 주로 만들어진다. 길지 않은 par5 홀에서 장타자들은 보통 2 온에도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바로 퍼팅에 성공하면 이 글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로리그에서 선두를 추격하는 선수들은 이런 기회를 통해 앞 선수를 잡아내는 게 일반적이다. 물론 성공할 수도 있지만 실패하면 더 쓰라리기 때문에 상황을 잘 판단해서 하는 게 맞다. 보통 대회에서 코스를 세팅할 때, 이글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을 어느 정도 산정하기 때문에 프로선수들로서는 2 온이라는 무리수를 둘 것인가, 안전하게 3 온으로 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또 par5의 경우 온그린하는 3번째 샷은 남은 거리가 멀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온그린 샷이 바로 홀컵에 빨려 들어가는 ‘샷 이글’도 종종 나온다.


다음은 버디(birdie)로 기준 타수보다 하나 적은 타수로 공을 홀(hole)에 집어넣는 것을 말한다. PGA나 LPGA에서 4일 경기하는 72홀 게임의 경우 보통 우승을 하는 타수는 10대 다수의 언더파를 치는 선수에게 돌아간다. 결국 18홀에서 3~4개의 버디만 잡는 경기를 4일 동안 하면 우승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니, (단 보기 등 잃는 타수가 없을 때) 버디도 쉽지 않다는 것을 말해준다.


결국 알바트로스, 이글, 버디 등 골프 치는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타수 줄이는 순간에는 새 이름들이 같이한다. 이 용어의 유래는 1903년 애브너 스미스가 미뉴저지주 애틀랜틱시티 클럽 파 4홀에서 2번째 친 타구가 홀컵 15cm 붙은 것을 두고 "샷이 새처럼 날았다(That was a bird of shot)""라고 표현을 해서 시작되었다는 말들이 있다. 이후 다른 타수들도 새의 이름을 붙이면서 정착됐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스크린골프에서 오늘까지 1개의 이글과 33개의 버디를 기록했으니, 나에게도 버디는 쉬운 일이 아니다. 버디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홀컵에 잘 붙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버팅을 통해 홀컵에 집어넣느냐가 성패를 나눈다.


물론 이 모든 것을 떠나서 타수를 잃는 보기(+1)나 더블보기(+2), 트리플보기(+3), 쿼트러플보기(+4), 퀸튜플보기(+5) 등을 하지 않아야 한다. 다만 아마추어에서는 par5에서는 쿼트러플보기, par4에서는 트리플보기를 마지막으로 하고, 이후는 더블파(Double Par)로 간주해 그 홀 진행을 종료시킨다.


그럼 지난번에 이야기한 군산CC par7, 1004미터짜리에서 두 번째 샷이 홀컵에 들어가면 뭐라고 할까. 불사조를 뜻하는 피닉스(-6)라고 하고, 다음은 오스트리치(-5), 콘도르(-4)고, 다음이 알바트로스이다. 참고로 콘도르는 비공식 대회에 몇 번 있었고, 오스트리치부터는 없었다고 한다. 물론 이 용어들도 모두 새에서 따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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