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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창완 Jun 21. 2023

퇴직 후 무엇을 할 것인가

3. 신중년 생존 키워드 

요즘 퇴직한 선배들을 많이 본다. 주된 흐름은 몇 가지 있다. 비교적 자산이 있는 선배들은 부부나 단독으로 그간 못한 해외여행을 하고 있다. 더 늙어, 건강이 좋지 못하면 할 수 없는 일이니 지금 떠나는 것에 박수를 친다. 그럴 여유가 없고, 해외를 좋아하지 않는 이들은 주로 국내 여행을 한다. 필자는 이제 엄두도 못 내는 산들을 올라, 정상에서 찍은 샷을 보면 부럽기도 하다.      


하지만 상당수의 사람들은 잘 소식을 알 수 없다. 처음 공직생활을 했던 전북도청에서 친하게 지냈던 이들은 이제 대부분 정년퇴직을 했다. 공직자로 보통은 서기관으로 퇴직했고, 사무관으로는 퇴직했기 때문에 연금도 월 300만 원 정도라 여윳돈도 충분할 것이다. 하지만 몇 분을 제외하고는 전혀 생활을 알 수 없다. 서울에 오면 한 번씩 연락을 할 만큼 친하다고 생각하지만 연락을 하는 분들은 거의 없다. 물론 내가 전주에 가면 반갑게 식사를 대접해 주시는 것은 당연지사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인들과는 더 이상 인간관계를 이어가기도 힘들다. 사실상 과거의 인간관계를 생각해 굳이 만날 일도 없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인간관계를 줄이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다. 과도한 인간관계는 시간을 소모하게 하고, 돈까지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신중년이 일모작을 마치고 나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할 것인가를 찾는 것이다. 앞서 말한 분들의 대부분은 새로운 할 일을 찾지 못한 경우다.      

반면에 가족 중에 한 분은 50대 초반에 퇴직했는데, 부인의 요구로 새로운 자격증을 따서 60 중반이 넘은 지금도 정기적으로 출근을 하고 있다. 초반에는 좀 여유를 갖고 자신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지만 요즘에는 그런 말은 없다. 급여를 주는 직장은 그 사람을 고용한 이유가 있고, 그 일을 책임지다 보면 다른 생각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퇴직 후 어려 생각을 했지만, 지금 돌이키면 그때 일정한 일을 배워서 새로운 직업을 가진 것은 지금까지 나쁜 결과는 아니었다. 사실 일이 없을 때보다, 일이 있는 지금이 훨씬 더 건강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그분은 기존에 하는 일과 약간의 연관성이 있는 기술을 습득하고, 재취업에 성공했다. 또 업무 능력도 충분하고, 건강하기 때문에 60대 후반까지 별 탈 없이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안정적인 첫 직장에서 50살 전후부터 퇴직 압박에 시달렸던 모습이 지금도 선하다. 지금은 월급은 작지만 퇴직압박도 없고, 자신이 꼭 필요한 자리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을 가진 점에서 긍정적으로 판단된다.      

그럼 퇴직 후 일이나 휴식의 플랜을 어떻게 짜는 게 바람직할까. 앞서 말했듯이 서울대 산업공학과 김태유 교수는 55세부터 75세까지를 ‘이모작 경제’로 부르고, 가능하다면 이때까지 참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사실 남성들의 경우 70살이 넘으면 정상적인 직업 생활은 쉽지 않다. 이런 상황을 알기 때문에 현재 70세 이상 운전자부터는 고령자 강습을 수강해야 하고, 75세 이상은 인지기능 검사를 받아야 한다. 71세 이상은 면허 갱신 기간을 3년으로 단축했다.  실제로 급발진 사고 등 우발적인 사고에서 고령운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높다.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에 따르면 2021년 고령운전자가 일으킨 교통사고는 3만 1841건으로, 2017년(2만 6713건) 대비 19.2% 증가하였다.      


어떻든 남녀를 안 가리고 70살까지는 무슨 일을 할 수 있다면 즐거운 일이다. 실제로 필자의 어머니는 지난해 엉치뼈가 다쳐서 일을 하지 않지, 시골에서 83살까지 농사일을 하셨다. 자식들은 전화를 해서 제발 농사일 좀 하지 말라 하셔도 결국은 땅을 놀릴 수 없다며, 일을 하셨다. 일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놀이의 성격도 갖고 있다. 무료하게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자신의 존재가치를 잊게 할 수 있다. 그래서 일을 찾고, 일을 한다.      


할 일이 없다는 것처럼 절망적인 것도 없다. 몇 년 전 지인 가운데 한분이 공직 퇴직 후 1년 정도 해외여행을 다녀온 후 갑자기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다는 소식을 접했다. 경제적인 문제부터 모든 것이 안정적임에도 안타까운 선택을 한 것은 자신이 퇴직 후 무엇을 할지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면에 SNS에서 활발히 자신의 일정을 알리는 분들도 많다. 특히 지인들과 골프를 치거나 등산을 하거나, 모임을 하는 모습이 대부분이다. 엠지세대처럼 자기 자랑하기보다는 자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리는 것으로 보는 게 맞다.      


퇴직 후 자신의 마음에 따라 살아볼 필요가 있다. 얼마 전 베트남 하노이에 갔다가 한 공무원 퇴직자의 라이프 스토리를 접했다. 한국에서 공직을 마친 그는 하노이에 갔다가 그곳에 마음이 생겼다. 내가 만난 분에게 하노이에서 사업하는 것에 물었다. 지인은 먼저 사업을 생각하지 말고, 어학연수를 하면서 사업 아이템이나 장소를 고민하라고 권했다. 반년 간 부지런히 현지를 읽힌 그분은 전라도라는 장점을 살려 가족이 와서 횟집을 열었다. 어느 정도 품격 있는 관리를 하자, 급속히 커가는 하노이 대기업들의 주재원들이 이 집을 선호하기 시작했다. 결국 사업이 잘되자 두 명의 자제들도 하노이로 불렀고, 지금은 분점들을 내서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한다고 한다.      

이런 방식은 필자가 중국에서 거주하면서 다양하게 권고했던 방식도 별 차이가 없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은 업에 자신을 맞출 수 있는가다. 앞서 말한 사례인 분은 공무원 출신이면서도 손님들을 모실 수 있는 서비스 마인드가 있어서 사업 유지가 가능했다. 극히 드문 사례다. 공무원, 군인, 교사 등 경직된 위계구조에서 일한 사람이 서비스 마인드를 갖기란 극히 힘들기 때문이다.      


필자도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극히 드물게 서비스 마인드를 가졌다. 2004년 중국전문 여행사를 창업한 후 수천 명의 손님을 직접 안내했지만, 크게 클레임을 받은 적은 없다. 300명이 넘는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학생들을 10일간 중국 언어문화연수를 진행할 때는 거의 식사를 하지도 않고, 돌봤기 때문에 풀어갈 수 있었다.      

필자 역시 이모작 인생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은 많다. 실제로 앞서 말한 하노이에 있는 분에게 그 지역에 한글 신문이 있는가를 물어보기도 했다. 필자는 이미 5~6개 정도의 매체를 직접 창간한 적이 있다. 대부분 성적이 나쁘지 않았고, 2개 정도 매체는 크게 성공한 매체였다. 하노이에 그런 매체를 만들면 충분히 좋은 아이템이 될 거라는 확신은 들었다.      

하지만 나는 중국에서 매체 창간의 경험을 생각해 부담은 있다. 내가 주도하지 않을 경우 참여자들의 판단으로 배가 산으로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크게 성공했지만 내가 나가고, 매체의 틀은 흐트러져 나에게나 그 사람들에게도 좋은 인연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중국이나 베트남이나 사회주의 국가다. 이런 국가들은 고려할 요소가 상당히 많다. 그밖에 동남아 국가들도 우리나라 신중년들에게는 좋은 도전처다. 하지만 분명히 한계도 많다. 드라마 ‘카지노’처럼 험한 환경을 만나지는 않겠지만,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좋은 치안을 가진 국가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퇴직자들의 삶/뤼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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