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와 꿈꾸는 자전거
작년에 네덜란드를 방문했을 때 내가 가장 깊은 인상을 받은 곳 중 한 곳은 바로 헤이그(Den Haag)였다. 평화궁(Vrije paleis),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Mauritshuis gallery), 이준 열사 기념관 등 아주 인상 깊은 곳이 많았지만 나는 바다와 해변을 좋아하는 만큼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스헤이브닝언(Scheveningen)에 푹 빠진 채 돌아왔었다.
이번에도 아름다운 모습들을 잔뜩 보고 와야지라고 생각하며 기차를 타기 위해 다시 한번 이제는 마치 집처럼 친숙한 로테르담 센트랄 역으로 갔다. 역에 도착해서 기차를 탄 것 까진 좋았다 아니 딱 거기까지가 아마 제일 좋았을 것이다. 헤이그행 열차에 몸을 실은 채 음악을 들으며 출발한 것 까지는...
그런데 기차가 Delft-zuid역에서 갑자기 더는 앞으로 가지 않았다. 순간 열차가 취소되었다는 열차 내 방송과 함께 승무원들이 기차에서 내려달라고 승객들을 밖으로 안내했고 내가 타고 온 열차는 다시 로테르담 센트랄 역으로 돌아갔다. 영문을 몰랐던 나와 다른 승객들은 역무원에게 자초지종을 물었고 그의 말에 따르면 Delft-zuid역 전방에 위치한 터널 내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기차가 더는 갈 수 없다고 말을 하였다.(젠장)
머리를 한 번 긁적이고 포기한 채 다음에 다시 와야겠단 생각으로 반대편으로 건너가 다시 로테르담으로 돌아가려고 기차에 올랐다. 가는 동안 써 놓은 글을 정리하면서 가려고 랩톱을 켜는 순간, 누군가가 내게 한국말로 말을 걸어왔다. 정말 100% 각본 없이(?), 우연히 만난 한국인 관광객이었다.
그는 포항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나와 동갑내기인 형직이라는 친구였다. 노동자의 날을 껴서 연휴로 쉴 수 있도록 연차를 사용해서 유럽 여행을 온 친구였고 나처럼 헤이그를 가기 위해 열차를 탔다가 같은 상황에 처한 것이다. 참으로 재밌는 상황이 아닐 수가 없다는 생각 반, 오랜만에 만난 한국인이기에 웃음이 끊이질 않았었다.
우리는 다른 목적으로 함께 로테르담 센트랄 역으로 향했다. 형직이는 암스테르담으로 돌아가기 위해 표를 환불하고 암스테르담행 열차를 다시 타기 위해, 나는 그를 돕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그런데 그가 환불을 시도하는 중에 직원이 ‘응? 너네 거기 다시 갈 수 있어. 가서 열차 타고 가면 돼.’라고 했다.
어안이 벙벙한 채 그래 한 번 속아보자라는 생각으로 우리는 다시 로테르담 역 9번 플랫폼으로 가서 헤이그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로테르담에서 헤이그까지는 기차로 30분 정도 걸리는데 우리는 열차가 가는 동안 내내 설마 설마 하면서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정말 헤이그 센트랄 역에 도착했다.
우리는 둘 다 어이없음에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그렇게 정말 우연이 만들어준 동행을 하기 시작했다. 목적지는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이었고 인근에 도착하고 나서 나에게 정말 생각지도 못한 또 다른 인연이 생겼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