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발자국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생 Oct 26. 2018

측면으로 살게요

정면의 삶은 뒤로하고


억지로 웃는 정면 사진



옆모습을 한 사진이 많다. 얼마 전 정면과 측면이 전혀 다른 사람의 유머 사진을 봤다. 과장되긴 했지만 측면이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개인적으로 측면은 누구나가 매력적이라고 느낀다. 굴곡 진 얼굴 선에 시선이 멈춘다.

내 이야기로 돌아오면, 난 얼굴 전체를 보이는 게 부담스럽다. 누군가 내 사진을 찍어줄 때, 원하는 구도에 카메라를 쥐어주고 정작 나는 화면 속에서 옆모습만 간신히 보여주는 때가 많았다. 통제가 어려운 나로 인해 사진을 망치는 게 싫어서. (셀카는 통제 가능하다)


내가 삶을 대하는 방식도 그래 왔다. 예상되는 위험요소를 최소화하는데 가장 집중하고 그 프로세스가 익숙하다. 그러다 보니 일상 그대로를 드러내기보다는 일부만, 직설적이기보다 은유적으로, 온몸을 던져 한 가지에만 몰두하기보다 주변과의 조화를 살피는 사람이었다.


그런 삶은 지극히 나답지만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오히려 정체 모를 수치심이 몰려오고 이렇게 사는  정답이 아니라고, 자주 되뇌었다. 남들처럼 살기가 목표였기 때문이었을 테다. 주변과 비교하며 고쳐 살아온 과거가 주욱 있다. 리스트가 길어질수록 나는 나와는 점점  멀어져만 갔다. 정면으로 카메라를 향해 억지웃음을 지어 보이듯.


그리하여 나는 사진 자체를 찍지 못하는 지경이 되어버렸다. 많이 아팠고 나로부터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죽기 직전까지 나대로 한번 살지 못할 나를 내다보니 슬프고 억울했다. 다행히, 그래도 살겠다고, 변하자고 마음먹었다. 긍정의 극단에 있는 감정이 나를 부추기고 이끌어 천천히 관성이 붙었다. 건강한 동기도 완벽한 구호도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뭐가 됐든 사라지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내게 미안해, 다시는 그리 하지 않겠다 약속했다.



'억지로 정면으로 웃어 보이지 말자, 측면이 편하면 그냥 그렇게 살자.' 매일이 도전의 연속이지만 나대로의 삶이 쌓이며, 측면의 삶도 꽤 괜찮다고 존중할 수 있게 되었다. 애초에 정답은 없었다. 스스로에게 최적화된 환경을 조성해주고 자신만의 답을 낼 수 있도록 응원하는 것이 답이라면 답일 것이다.


이제는 어느 자리에서도 다시 나를 속이려 들지 않게 힘쓰는 게 우선이다. 이 세상 나 혼자만이라도, 내 삶을 좋아해 주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그 모습도 개성으로 빛나지 않을까. 지금까지 애써준 정면의 삶이 어둡게만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것은 치열하게 이뤄낸 또 다른 나니까. 스스로 자랑스럽게 여기기에 충분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