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논픽션 Non-Fiction, 2018>
브런치 무비패스 시사회를 통해 관람한 영화입니다.
<논픽션>은 <퍼스널 쇼퍼>로 칸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과,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캐스팅 디렉터를 포함한 유럽 대표 제작진들이 참여한 기대작이다.
'종이책과 E북 사이에서 고민에 빠졌다' 성공한 편집장, 알랭
'부부는 욕망만으로 살지 않는다' 아름다운 스타 배우, 셀레나
'나의 연애사를 책에 썼다' 작가, 레오나르
'남편의 연애를 눈치챘다' 정치인 비서관, 발레리
'종이책의 시대를 바꾸고 싶다' 젊은 디지털 마케터, 로르
-Daum 영화
영화 속 매력적인 파리지앵들은 e북이 종이책을 대체할 세상이 올 것인지, 어디까지가 자전적 팩션[팩트(fact)와 픽션(fiction)을 합성한 신조어]인지를 둘러싸고 끊임없이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오고 가는 유희적 대사 속에서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 속 우리의 삶과, 이를 대하는 상반된 태도 등을 신랄하게 감상할 수 있는 시크하고 유쾌한 영화다.
현대 콘텐츠 트렌드의 고찰
e북 외에도 디지털 시대 속 현대인의 모습이 영화 속속들이 드러난다. 비서관 발레리가 수시로 아이패드, 아이폰을 충전하면서 울리는 익숙한 '띵-' 소리, 우버를 부르는 배우 셀레나, 블로그를 통해 독자 팬을 구축한다는 베스트셀러 작가와, 이제는 '텍스트 메시지도 책이 될 수 있다'는 젊은 디지털 마케터 로르의 기성 출판계를 대표하는 알랭을 향한 일침 - 권력자(평론가를 지칭)의 말, 작가와 독자 사이 중개인이 힘을 잃고 독자들의 감상이 이를 대신한다.', '디지털 알고리즘이 내 취향을 파악해 콘텐츠를 소개한다.' - 이 모든 것들은 내 손에 쥐어진 네모난 기기 속 현실이다.
어디까지가 내 인생의 영역이고 나만의 콘텐츠인가? 작가 레오나르는 자신의 연애담을 거의 복붙 하다시피 ['복사 후 붙여 넣기'를 가리키는 줄임말] 해 대중이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묘사한 작품 속 여성들의 입장에 선 독자의 비판을 받는다. 이에 '타인과 내가 맺은 관계 그 자체가 나의 인생이고, 그것을 소설화할 권리가 있다.' 맞서는 레오나르의 반론까지. 이 영화는 더할 나위 없이 '요즘'에 대한 이야기다.
e북 vs 종이책 당신의 선택은?
질문 자체가 정답이 없기 때문일까,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그저 배우들은 유희하듯 보인다. 더 이상 대체재로 서가 아닌 각 영역이 공존하는 것이 답이라면 답이 아닐까. 전통과 현대가 함께하듯, e북이 판을 뒤집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종이책 매출이 늘었다. 결국 e북의 편리함과 낮은 가격에 더 매력을 느끼는지, 이를 감수하고서라도 아날로그를 간직한 종이책을 택할지는 독자의 선택이다. 내게는 애초에 감독이 던진 질문이 마치 '무슨 색을 좋아하나요?'란 질문에서 '저는 검정이 좋아요.', '저는 흰색이요.'와 같은 각 취향의 공유를 이끄는 차원의 질문으로 다가와, 배우들의 톡톡 튀는 연기나 향연 하는 대사 등에 듬뿍 취할 수 있었다.
그림의 분야로 넘어와 생각을 해본다. 손그림과 디지털 그림의 경계는 이미 모호해졌다. 수작업보다 더 수작업스러운 직관적인 도구 기능을 탑재한 드로잉 태블릿으로, 얼마든지 손그림 같은 디지털 그림으로 감성과 편리함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다. 역으로 손그림의 경우에도 디지털로 인해 빠르고 깔끔한 마감처리가 가능해졌고, 웹에 디지털 이미지를 보관함으로써 작업 공간이 창고가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결국 이 둘은 상호보완적인 영역이다.
“끌려가지 말고 원하는 변화를 선택해”
종이책은 구시대의 산물이고 e북이 그 자리를 대체할 것이며 그다음은 오디오북일까? 난 그렇지 않을 것 같다. 양자택일이 아닌 각 영역이 공존하는, 신산업이 소비자/사용자를 끌어가는 것이 아닌 선택하는 다양한 소비자가 주체가 되는 시대이다. 주류가 이끌고 비주류가 도태된다는 생각의 구조 자체가 구시대적인 건 아닐까. 로르의 대사처럼, 격세지감의 디지털 시대에 사는 현대인이 취할 이상적인 태도는 '변화에 끌려가지 않고 내가 원하는 변화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으려면 모든 게 변해야 한다'는 그녀의 잇따른 말처럼,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곳은 변화를 거부할 수는 없는 세상이란 걸, 인정하고 싶지 않을지언정 알고 있다. 세상에 e북이 처음 등장했을 때, 혹자는 e북이 종이책을 대체할 것이라 예상했고, 혹자는 e북은 잠깐 등장했다 사라질 존재일 뿐이라 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종이책과 e북이 공존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결국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변화란, 새로운 것이 기존의 것을 대체하는 것이 아닌, 새로움과 익숙함이 공존함으로써 증가되는 다양성의 변화이다. 그렇기에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한다는 것은, 다양성 속에서 자신에 맞는 것을 취하고 누리는 가운데 얻는 자유함은 아닐까.
이미지 출처: UniFra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