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 앞에서 춤추듯 살고 싶다

<안경, 2007>

by 초생


진민영 작가 수필 [내향인입니다]를 단숨에 읽은 날, 책에서 소개한 영화 <안경>을 알게 됐다. 나는 내향인 이라고 당당히 말하는 이 에세이가 기뻤다.


영화 <안경>도 결이 닮아있었다. 대중이 선호할 영화는 아니지만, 조용히 존재를 반짝 뽐냈다. 책과 영화 둘 다 불순물 하나 없는 바다처럼, 그들의 소신을 있는 그대로 말하고 있었다. 남이 아닌 '나'에 맘껏 집중하는 듯. 그날 나 자신에게 물었다.


'나는 나답게 살면 안 되나?'


나도 진짜 나를 드러내고 싶다. 하지만 어떻게? 질문은 여기서 그쳤다. 다음 날, 나는 영화 <안경>에 관한 생각을 브런치에 발행했다. [파도 앞에서 춤추듯 살고 싶다], 일렁이는 심정을 담은 제목으로. 그로부터 사흘 뒤 브런치 팀에서 '브런치 무비 패스 5기' 작가를 모집했고, 나는 이 글로 덜컥 선정되었다. 마치 '너답게 살면 되지!' 답을 받은 듯. 이것이 시작이었다.


브런치 무비 패스라는 생소한 기회를 선물처럼 얻은 뒤, 나는 영화를 통해 내 이야기를 해보자고 마음먹었다. 이렇게 영화 뒤에 숨어 은근히 나를 드러내는 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후 나는 적극적으로 내 영화가 되어 줄 영화를 찾았다.






표현; 영화 뒤에 숨어서

02_ 파도 앞에서 춤추듯 살고 싶다
영화 <안경, 2007>




영화 '안경'을 알게 되었다. '보았다' 보다 '알게 되었다'라는 표현을 덥석 쓴 이유는, 이 영화가 마치 살아있는 존재처럼 다가왔기 때문이다. '영화 안경'을 검색하면 뜨는 포스터만큼이나 인상 깊었다.


카메라는 세상에서 가장 조용할 것 같은 바다로 나를 안내했다. 바닷가에 사는 사람들은 그곳을 찾아간 주인공에게 'Twilighting'하러 왔냐고 물었다. 한글 자막을 못 찾아 영어 자막으로 보게 된 것인데, 'Twilighting을 하다' 라니… 기가 막힌 표현이다. 영화에서는 석양을 바라보는 것, 황혼을 감상하는 것을 의미했다. 주인공은 그곳에 머무는 동안 Twilighting을 하며 뜨개질을 하고 아침 체조를 한다. 처음에는 마다하던 그 체조는 많이 우스꽝스럽지만, 주인공은 영화 후반부에 가서 그 시선을 거둔다.



영화 '안경' 스틸컷



견고한 내면을 가진 개인들이 다채롭게 살아가는 세상이 될 때, 성공과 실패의 기준도 다양해질 겁니다. 엄친아나 엄친딸 같은 말도 의미를 잃을 것입니다. -김영하, <말하다> 중에서



영화를 보고 나니 머릿속에 위 문구가 떠올랐다.






견고한 내면을 가진 개인들이 다채롭게 살아가는 세상. 그런 세상이라면 누구든 저런 춤을 춘 들 상관없을 것이다.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는 저 몸짓을 보니, 나도 파도 앞에서 춤을 추고 싶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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