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지시를 왜 명확하게 안해주지?

- 나는 "을"이기에 "처음보고, 중간보고, 끝보고"를 한.

by 하연비

회사에서 선배이건 후배이건 직장 상사에게 업무보고를 할 때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를 종종 본다. (종종 보다는 조금 더 잦은 것 같기도 하다.) 업무를 지시하는 자(=보고 받는자)와 보고를 하는 자의 생각 차이는 대게 이런 식으로 나타난다.


- 보고 받는자 : 업무 지시를 명확하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일처리가 왜 이러지?

- 보고 하는자 : 업무 지시를 명확하게 안해주면서, 도대체 뭘 어쩌라는거지?


그렇다면 이렇게 업무에 대해서 소통이 원할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지시하는 사람의 목적과 받아들이는 사람의 의도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직장 상사가 업무 지시를 할 때 하나부터 열까지 세세하게 업무 지시를 해주면 소통이 원활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단순히 직장상사의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의사소통이라고 하는 것은 훨씬 더 복잡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업무지시에 따른 소통을 오류없이 원만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나는 이 해결책을 군대에서의 경험을 통해 발견할 수 있었다.


군대라는 조직에서 좋았던 추억은 많지 않지만 돌이켜보면 사회에 적용시킬만한 것들이 꽤나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자대 배치를 받고 이등병 때 제일 처음 배운 것이 바로 "보고와 전파"였다. (군대 얘기는 남자분들만 좋아하는 얘기이니, 더 이상의 썰은 풀지 않도록 하겠다.)


제대한 지 10년이란 세월도 더 지났지만 첫사랑, 첫만남, 첫키스의 추억이 강렬하듯 내가 처음 배웠던 "보고와 전파"역시 세월이 지나도 다른 추억들만큼 쉽사리 지워지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보고가 무엇이고 전파란 무엇인가?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이렇게 뜻을 설명하고 있다.


- 보고 : 일에 관한 내용이나 결과를 말이나 글로 알림

- 전파 : 전하여 널리 퍼뜨림


이와 비슷하긴 하지만 군대에서 뜻하는 보고와 전파는 약간은 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 보고 : 상급자에게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설명하는 것

- 전파 : 동기들에게 자신의 상황을 일거수일투족 설명하는 것


보고와 전파에 대해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음과 동시에 가장 중요한 것이 하나 더 남아있다. 그것은 바로 절대 거짓말을 해서는 안되고, 허위보고를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자신의 잘못을 부끄러워 하지 말고, 문제가 있으면 거짓없이 모든 내용을 보고해야만 군대라는 조직내에서 큰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내가 어떤 일을 하다가 실수를 했을 때, 나의 잘못을 내 입으로 하나하나 읊조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자존심 상하는 일인지 모를 것이다. (심지어 내 동기는 화장실 변기에 물을 안내려서 고참에게 자신의 잘못에 대해 사고보고를 한 적이 있었다.)


아무튼 이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조직이란 곳에서는 '거짓'은 언젠가 들통난다는 것을 깨달았고,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지 않기 위해 행동하려고 애썼다.


군생활에서 '보고'라는 것에 대해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면 업무를 수행할 때에는 3단계에 거쳐서 보고를 했었다.


- 처음보고 → 중간보고 → 끝보고


어떤 일을 시작하기 전에 "어떤 장소에서 몇시부터 몇시까지 어떤 사유로 작업을 진행하겠습니다!" 라는 식으로 처음보고를 했었고, 이후에는 작업 진행 사항에 따라서 "현재 작업 진행사항이 어느정도인데, 언제까지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라고 중간 진행상태를 보고하는 중간보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상없이 OO작업에 대해서 마무리했고 특이사항은 없었습니다!"라고 업무에 대한 끝보고를 했던 것이다.




나는 회사에서도 어떤 업무를 진행할 때 무의식적으로 보고의 3단계를 실행하고 있었다. 직장 상사가 업무지시를 내릴때, 내가 이해한 내용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이런이런 방식으로 업무를 진행하겠습니다."라고 업무 지시에 대해서 질문의 형식이 아닌 내가 이해한 내용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소통을 했었다.


그리고 중간에 업무가 막힐 때에는 중간보고를 했었다. "현재 어디까지 작업이 되었는데,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진도가 잘 나가지 않습니다.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라는 식으로 현재의 상황에 대해서 한 번 더 소통을 했었다. 마지막으로는 최종 결과물에 대해서 소통을 하니 회사생활을 하면서 직장 상사분들께 업무상 심하게 혼났던 적은 없었던걸로 기억한다.


직장 상사이건, 직장 후배이건 누군가와 소통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 한 명의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직장 후배가 선배한테 대들수는 없는 일이니, 조직에서는 업무 지시를 받는 사람이 "을"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보다 더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


나는 아직까지 "을"이다. 조직의 장(=팀장)도 아니고, 팀원일 뿐이기에 "을"이라고 표현했다. 업무를 지시하기 보다는 업무를 수행하는 일이 더 많기 때문이다. 일을 많이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일을 하고도 욕을 먹기가 싫었다. 그래서 일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더 많은 소통을 하려고 했다.


나는 "을"이기에 보고를 3번이나 한다.

"처음보고, 중간보고, 끝보고"

하지만 3번이나 보고를 하기 때문에 일을 하고도 욕먹지 않는다. 그것이 내가 원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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