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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hee Park Jun 02. 2016

행복은 무엇일까요

저는 30대 중반입니다.


회사생활을 한 지 11년 차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취업이 어렵다고 하는 요즘 

한 직장에서 다행스럽게 큰 별고 없이 10년 이상 다닌 것을 

감사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별일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래 그럴 수도 있지 라고 웃어 넘길일이 되어 버린 게 대다수입니다.


그렇지만 제가 이 길면 긴 10년 동안 제일 충격적이었던 사건은 

아버지가 갑작스레 돌아가신 거였습니다.


어느 주말, 친구와 여행을 가겠다고 펜션을 예약해 놓았습니다.

그리고 아침에 친구가 집 앞으로 픽업을 왔고 출발하는 길에 엄마의 전화 한 통.

몹시 흥분하고 놀란 목소리..

아버지가 등산길에 심장마비가 왔다는...


제 친구의 차로 바로 원주로 향했습니다.

아버지는 전날 동문회에서 설악산으로 엠티를 가셨고 

아침 일찍 설악산 등산을 하시다가 사고를 당하신 듯하였습니다.

운전하고 가는 길에 아닐 수도 있다. 아닐 수도 있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가족들보다 먼저 원주에 도착했고 원주 경찰서에 갔습니다.

경찰서에 도착해서 경찰서 문을 여는 순간 보였던 건

아버지의 핸드폰과 소지품이었습니다 

누가 봐도 그건 아버지의 소지품이었습니다.


가는 길에도 이성을 잃지 않았던 제가 

아버지의 핸드폰을 보자 오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건 누가 봐도 나의 아버지의 폰이니까요


가족들이 도착했고 아버지의 시신까지 확인하기까지

한 시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전 제가 가끔은 감정이 없는 인간인가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상을 치르는 내내 정말 터진 수도꼭지처럼 나오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이쯤 되면 아버지랑 사이가 각별했나 생각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딱히 드라마에 나오는 부녀 사이처럼 가깝진 않았습니다.

사춘기 시절 반항도 많이 했고, 아버지를 미워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아버지도 퇴직하시고 제가 회사생활을 왕성하게 하자 

아버지는 힘이 많이 약해지셨고 그제야 가까워지는 듯했습니다.


돌아가시기 하루 전날 ,

아버지는 저에게 문자로 십만 원만 보내달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당연히 아무 이유도 묻지 않고 십만 원을 부쳐드렸습니다.

그리고 한참 후 온 답장 문자는 마치 

나한테만 보내는 것이 아닌 단체문자처럼 

건강 조심하시고 좋은 일 가득하시라는.. 마치 

요새 어르신들이 의미 없이 보내시는 좋은 문구처럼...

그렇게 왔습니다.


'뭐야 아빠는 왜 이런 단체 문자를 보내는 거야..'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의 핸드폰을 확인했을 때 그건 

저한테만 보낸 문자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쑥스러움을 숨기고자 그렇게 보내신 거죠 


그걸 알게 되자 제 마음은 더 아파왔습니다.


돌아가시고 나서 꿈에선 이런 꿈도 꾸었습니다.


비가 오는 거리에 사람들이 우산을 쓰고 가는데

그 와중에 사람들의 우산을 제가 들추면서

"아빠야?" "아빠야?"하고 있었던 겁니다.

우산을 들추는데 다 아빠가 아니어서 실망하고 가는데 

한 순대 떡볶이 집에서 아빠가 웃고 있는 모습을 본 꿈이었습니다.


서두에 제가 직장을  별고 없이 10년 이상 다니는 거에 감사하다고  썼습니다.

크게 문제가 될 만한 큰(?)일이 없었던걸 감사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행복은 어릴 땐

신나는 일 즐거운 일 좋은 사람을 만나서 스펙터클하면서 

승승장구하는 삶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살아갈수록 

정말 별 탈 없이  별일 없는 게 행복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딱히 큰 문제가 없어도 

스트레스 반복되는 일상속에 우울함을 느끼는 분들에게 

말씀드리고 싶네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 -

최소 그것만 해도 행복의 요건이 될 수 있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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