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배우할거야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그렇게 말했다. 내게 뮤지컬을 권했던 그 친구는 내가 배우가 되면 장을 지지겠다고 했다. 내가 연기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봤으니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사실 나는 배우를 하기에 썩 좋은 조건은 아니다. 잘 생기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연기를 잘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연기가 좋았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배우가 되어서 영화와 드라마에도 출연하고 대학로에서 공연할 수 있는지 몰랐다. 그래서 연기 학원을 다녔고 거기서 처음으로 연기를 배웠다.
처음에는 목표가 연극영화과 편입이었다. 다시 대학교를 입학하기에는 4년이라는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졌고 나의 마음은 조급했다. 생각보다 편입으로 학생을 뽑는 학교가 많지 않았고 나는 고민 끝에 입시를 그만두고 바로 현장에 뛰어들기로 결심했다.
때마침 액션스쿨에서 교육생을 모집한다는 글을 보았다. 액션 뿐만 아니라 연기까지 가르쳐 준다니! 게다가 수강료는 무료.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다만 위치가 문제였다. 나는 서울에 살고 있는데 액션스쿨은 대전. 수업은 평일이었고 나는 월~목을 대전에 있는 찜질방에서 잤고 금토일은 서울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액션스쿨 생활은 예상대로 힘들었다. 매일 기초체력 훈련을 진행했고 맨주먹으로 하는 액션, 검을 휘두르는 액션, 몸 쓰는 법을 익히는 체조수업 등으로 매일 힘들었고 매일 새로웠다.
커리큘럼의 절반은 액션, 나머지 절반은 연기 수업이었다. 연기 선생님은 영화감독이자 배우이신 구교환 감독님이었다. 교육생이 많아 1대 1로 많은 것을 배우진 못했지만 그 와중에도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 가르침이 있다면 “왜 그렇게 연기를 했니?”였다. 연기가 목적지로 향해 가는 여행이라면 왜 다른 길도 많은데 굳이 왜 그 길을 택했는지를 물어보는 것이었다.
또 이 수업이 상대방과의 호흡을 처음으로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만약 대본에 상대방이 화를 내는 부분이 있다면 나는 상대방이 화가 나게 만드는 연기를 해야 했다. 내가 화내는 연기를 해야 한다면 상대방의 연기에서 화가 나는 포인트를 잡아야 했다.
수업 중간중간에 구교환 감독님의 영화를 보는 시간도 있었다. 그때 나는 크게 감명받은 것이 있는데 바로 본인이 감독하면서 본인이 주연한 것이었다. ‘그래, 나를 써주는 곳이 없다면 내가 나를 쓰면 되잖아! ’
그게 내 영화 《빛과 소리》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