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나를 더 잘 알게 된다
사람들은 슬플 때 어떻게 할까? 꺽꺽 소리를 내며 오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고개를 들어 눈물을 참는 사람도 있을 것이며 오히려 쾌활하게 행동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슬픈 연기를 하세요.’라는 주문을 받으면 사람들마다 연기도 각양각색일 것이다. 그 것은 그 사람이 슬퍼하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슬픈 연기를 하기 위해서는 슬픔을 먼저 느껴야 한다. 살다보면 슬픈 경우가 한 번 씩은 있기 마련이다. 그럴 때 나 자신을 들여다본다. 나는 슬플 때 어떻게 하지? 눈물을 흘리는 사람인가? 오히려 더 밝은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인가? ‘아, 나는 슬플 때 오히려 더 쾌활해지는구나’하고 깨닿게 된다. 또 일부러 쾌활하게 행동할 때 자신이 슬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게 자신을 만나게 된다.
요즘은 내가 없는 삶을 산다고들 한다.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면서 SNS에서 좋아요를 많이 받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연기는 다른 사람이 되는거 아니야?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물어본다. 나는 오히려 반대라고 생각한다.
연기는 오히려 내가 더욱 더 나답게 되는 것이야.
라고 답해주고 싶다. 만약 연기가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면, 햄릿을 연기하는 모든 배우들의 연기는 똑같을 것이다. 하지만 햄릿을 연기하는 배우마다 연기가 다르다. 연기는 내가 햄릿이 되는 것이 아니라 햄릿이 내가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로미오 역에 어울리는 배우가 누가 있을까? 꽃미남으로 불리는 배우는 너무나도 많다. 하지만 유해진이 로미오 역을 한다면 어떨지 상상해보자. ‘로미오가 얼마나 말빨이 뛰어나면 줄리엣을 꼬셨을까?’ 하는 궁금증과 기대감이 들지 않을까? 만약에 내가 로미오라면 어떤 매력으로 줄리엣을 꼬셔야 할까? 고민해본다. 그러면 내가 로미오가 되는 것이 아니라 로미오가 내가 되는 것이다.
이처럼 ‘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하다보면 그 배역은 좀 더 나답게 변하는 것이다. 어쩌면 무대 위에서 연기하는 내가 가장 나다운 모습이라는 역설 같은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연기는 거짓말이 아니라 오히려 진실한 것이 된다.
연기는 단순히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자신을 알고, 자신을 표현하며, 자신의 한계를 확장하는 과정이다. 연기를 통해 우리는 우리가 누구인지 더 깊이 이해하게 되고, 그것은 결국 우리의 삶을 더욱 밀도있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