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에 나는 이 비릿한 소시지 맛이 싫었다.
맛뿐만이 아니다.
텁텁한 식감도 별로고 뭣보다 맛이 없었다.
그런데도 도시락통엔 내가 좋아하는 볶음김치, 계란말이와 함께 소시지가 삼총사처럼 꼭 들어 있었고, 덕분에 소시지를 도시락 뚜껑에 덜어내는게 식사전 의식과도 같은 일이 되어버렸다. 그리고는 친구들에게 마음 좋은 척하며 "너 소시지 먹을래? 다 먹어도 돼." 하며 양보를 했다.
물론, 엄마에게 다음부터 소시지는 넣지 말라고 말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소시지 하나에 들인 엄마의 정성을 보고 나서부터는 차마 그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지금도 기억나는 게 계란물을 입힌 분홍 소시지 위에 빨간 고추였나?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빨간 고추와 냉이? 아무트 초록색 풀떼기 같은걸로 꽃을 만들어서 올리셨는데 소시지를 좋아하진 않았지만 그게 어찌나 이쁘게 보이던지.. 음식 위에 펼쳐진 그 아름다운 색감은 그야말로 예술이었다.
40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기억하고 있는 걸 보면 나는 그 어릴 때도 엄마가 음식 하시는 모습을 유심히 봤던 아이였던것 같다. 어쨌거나 소시지 위에 피어나던 꽃 한 송이가 확실히 예사롭지 않았던 건 분명하다.
엄마품을 떠나고나서부터는 더 이상 소시지를 먹을 일이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남편이 좋아한다. 초등학생 입맛이냐며 타박을 하면 "왜? 맛있잖아~" 하고 씩~웃는데 그럴 때마다 우린 서로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런데 참 신기하지?
이제는 엄마도 남편도 아닌 내가 먹고 싶어 져서 가끔씩 소시지를 구우니 말이다.
그리고 지금 내 옆에는 그 옛날의 내 모습을 한 두 아이들이 "으~~ 엄만 뭐 이런 걸 좋아해?" 하며 온갖 인상을 다 찡그리며 조금은 경멸하는듯한 눈빛으로 나를 보고 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엄마처럼 예쁜 꽃도 만들지 못했고, 도시락을 싸줄 일도 없지만, 이 아이들도 훗날 오늘을 기억할까? 문득 궁금해졌다.
"이거 예전에 외할머니가 좋아하시던거야~" 하고 손주 녀석들에게도 이야기 해 줄까?
그럼 또 그 아이들은 "이걸 무슨 맛으로 먹어요?" 하며 돌림노래처럼 말하려나?
@ 하얀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