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반복되는 루틴처럼 꼭 이맘때쯤이면 권태기가 찾아온다. 밥 짓는 사역이 즐겁기보단 버겁게 여겨지고, 누가 뭐라 하지도 않는데 똑같은 음식만 내놓는 것 같아 스스로 눈치 보일 때. 거기서 거기, 그게 그거 같은 메뉴들을 내놓는 것 같다고 여겨지면 한없는 무력감이 몰려와서 이쯤에서 그만둬야 하나를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는데 요즘이 그렇다.
쥐어 짜내봤자 뻔한 메뉴들이다. 혼자서 하는 단체 급식 음식들의 한계를 넘어서기란 쉽지 않아서 그야말로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해서 준비를 한다. 그런데 그 할 수 있는 선이라는 게 나의 한계를 말하는 것 같아 나약해진다.
우스갯소리로 매일 뭐 먹을까를 고민하는 머리로 공부를 했으면 하버드 갔을 거라고 하는 말이 빈 말이 아닌 게, 하루 온종일 메뉴를 짜느라 골몰한다.
오늘처럼 특식이 생각나서 준비하는 날에는 다시 눌렸던 자존감이 머리를 든다. 그리고 맛있게 드시는 걸 보면 힘이 난다. 하지만 이내 또 내일은 뭐 하지?, 뭐 좀 특별한 거 없을까? 한다.
아직 금요일 두 끼, 토요일 한 끼, 총 세끼를 더 해야 하는데… 국 3개, 반찬 15가지.. 숙제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