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핸드폰

by 하얀새

언젠가부터 남편이 찍어주는 사진이 없다. 눈이 불편해지고 난 뒤로는 초점을 맞춰 사진 찍는 일을 버거워했다. 지금은 내 모습을 대부분 큰 아이가 찍어주지만 사실 난 남편이 담아주는 사진을 더 좋아했다.


우연히 남편의 핸드폰을 봤다. 지난번 잠깐 들렀던 여행지에서의 내 모습이 사진첩에 한가득 담겨 있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핸드폰 배경화면에도 나를 박제시켜 놓았다. 언제 이만큼 찍었대?~~~


잔뜩 흐렸던 날이었다. 초점 흐린 남편의 사진이 날씨에 묻어가기에 참 좋았던 회색빛의 어느 늦은 여름날.


좋아하던걸 더 이상 좋아할 수 없을 때 일상이 점점 힘을 잃어가는 것 같았다. 재밌고 좋아하는 것보다 할 수 있는 걸 찾는 일이 더 잦아진다는 게 감사하면서도 서글펐다.

하지만 우린 보물찾기 하듯 연약해져 가는 삶 속에서 그럼에도 감사한 것들을 찾아갔다. 그리고 때때로 예기치 못한 곳에서 보석을 만나기도 했다.

이를테면 족함을 아는 것, 그리고 겸손 같은 뻔하지만 귀한 줄 몰랐던 것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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