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을 기다리는 아빠

by 하얀새

새벽같이 집을 나섰고 역에는 40분이나 일찍 도착했다고 했다. 날이 쌀쌀해졌는데 혼자서 기차를 기다리는 아이의 시간은 나와는 다르게 흘러가지 않을까 짐작하다가 어쩌면 오롯이 홀로 있는 순간이 필요하다면 지금일 수도 있겠구나 싶어 감정 섞인 연락을 더 하지 않았다.


1차 필기시험을 치고 2차 실기를 앞두고 연습실에 있다고 연락이 왔을 때는 점심시간이 조금 지났을 때쯤이었다. 뭐라도 좀 먹었으면 싶었지만, 어차피 안 먹을걸 알기에 손 좀 풀고 편안한 마음으로 마지막 시험 잘 보고 오라고 격려했다.

그나마 새벽밥이라도 먹여 보냈기에 애가 덜 쓰인 거였다. 된장찌개 끓이고 고등어까지 굽는 엄마의 정성을 뿌리치지 못해서인지 담이는 어쩐 일로 밥 한 그릇을 뚝딱 하고 나갔더랬다. 밥심이 최곤데 아이는 그 힘을 얻고 집을 나섰다.


일주일 가량의 수시 실기가 오늘로써 끝이 났다. 돌아오면 역에 마중 나가서 꼭 안아줘야지~했는데, 엄마의 그 감성을 바사삭하고 담이는 기차를 놓쳤다며 온 식구를 놀라게 했다. 지하철을 잘못 타서 반대 방향으로 갔던 모양이었다. 데리러 갈 수 있는 거리도 아니고, 이후의 열차표도 입석도 다 매진이라고 해서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취소된 표가 떠서 9시 50분 열차를 타고 12시 전에 대구에 도착했다.


남편은 게이트 앞에서 내내 서성였다. 하루 종일 긴장하고 지쳤을 텐데 열차까지 놓쳐서 얼마나 놀랬겠냐며 목을 한자나 빼고 딸내미를 기다렸다. 그리고 단번에 많은 사람들 틈에서 나오는 아이를 발견하고는 그제야 긴장이 풀린 듯 환한 미소를 짓는 남편.

다행이다. 무사히 잘 돌아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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