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비와 파전
아이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약간의 감정대립이 있었다. 나는 몇 마디 하진 않았지만 짧은 한마디에도 잔뜩 의기소침해 있는 아이를 향해 차갑고 건조한 말들을 무심하게 내뱉었고, 아이는 결국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는 집에 돌아오는 내내, 아니 돌아와서도 한참 동안 방에서 나오지 않고 입을 닫았다.
남편이 수제비가 먹고 싶대서 밀가루 반죽을 하는데, 무념무상으로 치대어야 하는 단순한 작업을 하다 보니 여러 생각들이 머릿속을 헤집고 다녔다.
[ 본인이 제일 속상할 텐데 그냥 좀 들어줄고 말걸…. 다 맞는 말이어도 내뱉지는 말걸.. 괜찮아, 아직 많이 남아 있잖아! 내키지 않으면 다시 해도 돼~!! 하고 말해 줄걸… ]
그러지 못한 후회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나를 집어삼켰다.
실은 나도 속이 상했다. 누군가의 합격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한없이 초라해지고 주눅이 들어서 움츠리게 되는 어쩔 수 없는 이 시간의 숨 막힘을 잘 알기에 무기력해 있는 아이를 보는 게 안쓰러웠다. 그런데 그게 다른 언어로 공감을 해버렸다.
수제비를 떼어서 넣으면서 기도했다.
[ 하나님, 수제비가 다 될 동안 담이의 마음을 만져주세요. 화 나서 안 먹는다고 하지 않고 꼭 따뜻한 수제비 먹고 다시 힘을 낼 수 있게 해 주세요~ 따뜻하고 다정한 말을 아끼지 않는 엄마가 되도록 저를 긍휼히 여겨 주세요~~ ] 하고….
[담아~ 밥 먹자~ ] 하는 남편의 말에 아이는 못 이기는 척 방에서 나왔다. 그리고는 감사하게도 수제비 한 그릇을 깨끗이 비워냈다. 초장에 찍어 파전도 두어 접시 먹었다.
이 겨울이 많이 춥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바라면서도 나부터가 잦은 온도차에 마음에 한기가 쉽게 든다. 아이에게 내어줄 수 있는 온기를 다시 데우고 든든한 연료가 되어주어야 하는데 담이의 눈치를 살피다 보니 마음의 땔감을 준비하는 걸 놓친다.
오늘 밤 작은 아이에게는 자주 해보지 않았던 손 편지를 써봐야겠다. 엄마가 미안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