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3
20여 년 전에 부산을 1년 동안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부산여행을 계획할 때면 떠오르는 곳이 고작 해운대 바닷가뿐이다.
나름 해운대 바닷가를 좋아하는 이유는 잘 가꾸어진 환경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랜드 조선호텔 내에 위치한 스타벅스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즐기는 커피의 향기가 그립기 때문이다.
해운대를 벗어나는 여행이 하고 싶어 들른 곳이 영도에 있는 흰여울 문화마을이다.
흰여울은 봉래산 기슭에서 여러 갈래 물줄기가 바다로 굽이쳐 내리는 모습이 마치 흰 눈이 내리는 듯 빠른 물살과 같아 ‘흰여울길’이라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이곳은 일제강점기 이후에 묘지들이 있던 곳이기도 하고 전쟁의 피난민들이 모여 살던 판잣집들이 있던 곳이다.
지금은 미디어의 촬영지로… 아름다운 마을 미관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고 있는 관광지가 되었다고 하니 감회가 새롭다.
흰여울 문화마을은 ‘부산의 산토리니‘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산토리니를 가본 적이 없는 나에게는 이탈리아의 포지타노를 떠올리게 한다.
해안가 절벽에 옹기종기 집을 건축하여 형성된 파스텔톤 도시미관의 포지타노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그리고, 그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여유로움과 낭만을 지니고 있었다.
부산의 흰여울 문화마을은 어떠한 모습일지 궁금하기도 했다.
바다물결을 은빛으로 반짝이게 한 오후의 햇살은 굳이 봉래산의 물줄기가 아니더라도 흰여울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바다를 바라보며 옹기종기 늘어진 집들, 그 앞으로 정겹게 만들어진 넓지 않은 오솔길들… 그리고, 기념품과 음료를 판매하는 상점들…
길거리 평상에 앉아 오고 가는 담소를 나누는 동네 어르신들…
이탈리아의 포지타노와 다르게 흰여울 문화마을은 소박하지만 정겨운 한국적인 정서를 품고 있다.
그리고, 오고 가는 길이 하나뿐이라 마주치는 여행자들 간의 눈 마주침도 즐거움을 준다.
과거의 아픔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세대를 위해 아름다움을 선물하고 있는 흰여울 문화마을에 남겨진 어르신들에게 여행객들의 웃음소리가 삶의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