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레이스샘 Jul 18. 2024

같이 살 수 없다면 떠나 보내야 하는 것이 풀만이랴

몇 년간의 어설픈 노동을 해결해준 고마운 마사토

듬성듬성 잔디와 잡초가 엉겨 시도 때도 없이 숲을 이루던 우리 집 작은 정원.

옆 집에서 더 이상 이런 형태로는 지저분해서 못 살겠노라며 정원을 아예 시멘트로 다 덮어버리자고 했다. 

그 말을 듣는 데 왜 그렇게 시원한 느낌이 드는지.


성급한 나는 당장에 "OK!" 대답을 던졌다.

그런데 그 결정을 뒤흔드는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듬성듬성 어설프게 정원 모퉁이에 심어둔 채송화, 장미, 글라디올러스, 식용꽃 들이 눈에 밣히기 시작했다. 비록 정원디스플레이가 엉성하기 그지없지만 나의 못난 애정이 배인 꽃들이었다.


하루도 채 안되어 우리 집은 안하겠노라고 하고 그 날부터 일부의 잡초와 잔디를 걷어내었다.

그렇게 호기롭게 잡초와 잔디를 걷어낸 민둥땅은 한동안 그렇게 버려두었다.

 

그러나 어느날, 어디서 이들의 생명이 시작되었는 지 알 수 없는 작은 잡초들이 다시 땅을 뚫고 나오기 시작했다. 

씨앗을 품은 땅도 신비로왔고 그렇게 몰래 다시 일어난 그 잡초의 생명력에 놀랐다.


'그래 원래 이 땅은 니네 땅인데 내가 점령해 살고 있는거지. 그러면 어느 정도는 너희에게도 너희의 지분을 요구할 권리가 있잖아'


이 생각이 들었다. 이 생각은 사실 예전부터 갖고 있던 생각이다.

이쁜 꽃만 정원에 있으란 법이 있나!

이름 모를 잡초들이 가장 먼저 얼굴을 내밀고 어떤 수모와 구박에도 견뎌낸다면 이들이 이 정원의 진정한 갑이 아닐까!

이런 마음으로 그간 지루한 노동을 반복해왔고 여전히 살아있었다. 그 생각이.


그리고 한 주를 지켜보았다.

아~ 드디어 이전의 영광을 회복할 태세였다.


네이버를 뒤지기 시작했다.

작은조경석, 정원 미니 돌...등등 여러 돌에 관련된 단어들을 폭풍검색하다 우연히 마사토라는 단어를 찾아냈다.

사실 여러 집에서 보긴 봤지만 이름을 제대로 몰라 검색을 택했던 것이다.


오늘 드디어 배달이 왔다.

이틀간 비가 내려 땅은 촉촉하여 잡초를 뽑기 딱이었다.

과감히 잡초를 뽑아내고 육중한 몸으로 땅을 밟아주었다.


그리고는 마사토 두 가마를 개봉(1가마에 23KG) 정원에 뿌렸다. 

부족하다. 

하지만 이 정도로 만족한다. 경과를 보고 다시 더 사든지 .



위 사진의 꽃은 정원에 심기 전 한창 이쁠 때 찍어둔 것이다. 

이 꽃중 장미가 한동안  위 사진엔 보이지 않지만 정원 귀퉁이에서 계속 잘 자라주어 코로나로 인해 힘들고 외로울 때 적쟎은 위안이 되었다.


그렇게 나의 사랑하는 꽃들을 정원 가에 심어둔 상태에서 마사토를 뿌렸더니 위와 같은 모습이 되었다.

아주 깔끔하다. 처음엔 세척이 안된 마사토라 물을 뿌리니 흙탕물이 나왔다.

적당히 씻어주니 말간 색의 작은 돌들이다. 


보고있자니 오랜 묵은 때를 목욕탕 가서 밀고 나왔을 때의 시원함이 밀려왔다. ㅎㅎㅎ

그런데 왜 아직 잡초와 잔디가 남아있는건지...


저게 나다. 

문제가 있으면 완전히 도려내질 못하고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거나 우유부단한 상태에서 뒤로 미루는 것이 나의 삶의 태도였다. 

정원도 일부 남겨두면 뭔가 새로운 것을 심어볼 수 있지 않나라는 명분을 들이대며 저렇게 나둔다.

맺고 끊는게 분명하지 못한 내 셩격이 정원관리에서도 들어났다.


아끼는 꽃나무가 심겨진 테두리를 제외하고는 저 허접한 잔디와 잡초는 과감하게 들어내어 처음 먹은 생각을 실현했어야 한다. 

아니면 노동의 강도는 좀 줄어겠지만 난 때마 또 잡초를 뽑느라 툴툴댈거다. 


아니다싶으면 정리하고 새로운 그림을 그려야 한다.

그게 아닐 거라는 건 본인이 가장 잘 안다.

모른 척할뿐이고 스스로 냉정하게 자신을 평가하기가 싫어서이다. 


삶도 사람관계도 자신의 건강상의 문제도 모든게 그렇다.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면 결국엔 밀리는 경우가 많다. 


아니면 과감하게 도려내는 것이 맞다.

예수님도 재물과 예수님을 동시에 섬길 수 있다는 생각은 애초에 하지도 마라고 하셨다.


포기하든지, 하려면 제대로 하든지 해야 한다. 


사람의 기질을 넘어서는 건 경험에서 비롯된 피묻은 교훈이다. 

피를 묻히고야 바꾸는건 한번으로 족하다. 

유사한 경험을 똑 같이 되풀이하는건 어리석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