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똑똑한 척 하더니

by 그레이스샘

대학친구 딸 결혼식에 들렀다 같이 간 친구들과 수다시간을 가졌다. 우리나이쯤 되면 나 사는 이야기에 이어 자연스러 터지는 것이 자식이야기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나의 고집센 딸 아이 이야기가 나왔다. 명문대 다니는 야무진 딸인데 뭔 걱정이냐는 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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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똑똑한 척 하지만 헛 똑똑이야" 라고 했다.

그랬더니 한 친구가 그랬다.

"하긴 네가 그렇지. 세상 똑똑한 척하면서 실속은 없는...."

함께 한 친구들과 나의 당황함에 그녀는말꼬리를 흐렸다.

급하게 수습은 되었지만 내 마음엔 길게 그 말이 남았다.


내가 평소에 딸에 대해 갖고 있는 그 마음의 원천이 나였다는 것을 짧은 대화에서 깨달았다.


나는 그랬다. 세상 똑똑한 척을 다했다.

누구보다 아는 것 많고 하고 싶은 것 많았던, 그래서 평범하게 교사나 간호사로 살아가는 것이 성에 안찼던 나였다.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나갈 때마다 나는 친구들 앞에서 나의 화려한 변천사를 늘어놓았다. 그 때마다 병원과 학교를 다니는 것이 전부였던 친구들에겐 난 좀 사는 친구쯤으로 여겨졌다.


그리고 세월은 흘러

세상 똑똑한 척하는 삶에 대해 깊은 회의와 후회가 밀려왔던 것이다.

그래서 나를 닮은 내 딸이 그런 삶을 살게될까봐 두려웠다.

알게모르게 딸에게 압력을 주는 그 이유가 바로 나의 지난 날에 대한 안타까움때문이었던거다.

표현은 안했지만, 속으로 아주 크게

'엄마처럼 살면 안돼~~~'를 외치고 있었다.


그 아무도 모를 것 같았던 내 치부를 친구들은 이미 다 알고 있었고 말하지 않았던거다.

그렇게 세상 똑똑한 척하던 나의 추락을 보며 말이다.

교수도 간호부장도 그 무엇하나 변변한 타이틀이 없는 내가 지난 날의 나와 매칭이 안되는 것이니 안타까웠을게다.


하지만 난 친구의 그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알고 뼈아파하는 걸 누군가 알아서 정신이 든게 아니라

'아~ 내가 참 헛똑똑인데 그걸 제대로 인식하고 삶으로 변화를 도모하지않고 살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그랬다.

여전히 세상 아는 것 많은 듯하지만 정작 제대로 알고 챙겨야하는건 등한시하는 습관부터 타인의 지식이나 지적 앞에 겸손하게 수용하지 못하는 교만함까지 내겐 돌아봐야할 허물이 너무 많았다.


조용히 다짐해보았다.

누구를 만나든, 누구의 말이든 겸손한 자세로 듣자.

내가 정말 아는 것이라도, 아주 오랜 시간 숙고하고 탐색한게 아니라면 함부로 말하지 말자.

세상 멍청한척이 아니라 내가 참 멍청하니 나는 더 공부하고 배워야한다는 마음으로 세상을 대하자.


이리 다짐하니 '세상 똑똑한 척'한다고 한 친구를 원망할 마음도, 허술하게 살아가는 듯해 걱정되는 딸에게 조언할 마음도 옅어졌다.


내가 먼저 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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