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슬픈 지수 중의 하나가 자살률이다. OECD국가 중 1위.
한 시간에 1~2명꼴로 자살하는 나라.
대부분 삶을 마감하는 사람들의 이유는 생을 이어갈 에너지가 고갈되어 무력감에 젖어버려서일거다.
조금 더 힘을 내지, 조금 더 견뎌주지 하는 마음은 지켜보는 자의 것이다.
최선을 다해 걸어온 그 자리, 바로 거기서 에너지가 제로가 되버린 것이다.
그것이 어떤 에너지이든간에.
그 결핍을 채우지 못해, 영원히 엔진을 꺼버리는 것이 자살이지 않을까.
어제부터 빨간 불이 들어오기 시작한 오일경고등은 오늘 아침에도 여전히 노란불을 켜고 있었다. 경부를 티고 서울로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만남의 광장 주유소(내가 보기에 가장 기름값이 싼 곳)에서 기름을 넣어야지했다.
신나게 경부를 달려 양재꽃시장 정문에 도착했을 때다. 신호에 걸려 브레이크를 밟은 상태에서 기름이 없어 그동안 끄고 오던 에어컨을 가동했다. 그리곤 엑셀을 빫는데 차가 움직이질 않았다. 무척놀랐지만 더위를 먹어 잠시 착각을 일으키나 싶어 ㄸㄴㅌ시동을 끄고 다시 켠 상태로 엑셀을 밟았지만 똑같았다.
차에 문제가 생겼디.
경고등버튼을 눌렀다.
핸드폰을 열어 DB손해보험 출동요청 고객센터를 찾으려니 온 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갑자기 멈춰 선 차로 인해 나와 같은 라인으로 달려오던 차들이 크랙션을 울리며 옆으로 빠지기 시작했다. 간신히 떨리는 손으로 고객센터 출동을 요청하고 차 안에 있으니 지나가던 경찰자가 뒤에 섰다. 경위를 들은 경찰은 담당은 아니지만 안내를 해줬다. 트렁크 문을 열어두고 위험하니 나는 갓 길로 나가 있으라고 했다. 그리고 이 지역 담당 경찰관이 상황종료될 때까지 도움이 될 수 있도록 112로 요청하라고 했다.
얼마나 고맙던지, 연이어 112에서 신고받은 경찰들이 도착해서 보험사에서 올 때까지 상황정리를 해주었다.
하지만 경찰이 시키는 대로 모두 다하고도 출동서비스가 오질 않았다. 신고 후 20여분이 되어서야 기름을 구매한 출동담당자가 도착했다. 그는 차에 앉아 몇 가지를 체크해보더니 연료가 떨어져그렇디고 결론내렸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였다. 차가 고장난 것이 아닌 단순 기름부족시나리오가 그랬다.
보험출동담당자가 갖고온 기름을 넣고 시동을 다시 켜고 엑셀을 밟으니 언제그랬냐는 듯이 차가 쌩하고 나갔다. 30여분의 시간 안에 나는 지옥과 천국을 오간 기분이었다. 그 격정의 시간에 오직 나만 있었다면 나는 아마도 차로로 뛰어들고 싶을 정도의 스트레스를 느꼈을거다. 그 힘든 시간에 나를 도와준 시스템과 사람들, 그것이 순조롭게 돌아가고 있었기에 그 순간을 견뎌낼 수 있었다. 정말 감사한 시간이었다.
서두에 자살률이야기를 끄냈다.
생의 기름이 완전히 고갈되었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자의에 의해 엔진을 끄는 순간, 그것을 우리는 자살이라고 부른다. 그 시간에 갔을 때 마치 기름이 떨어져 당황한 내가 온 몸에 흘러들어오는 공포를 견디며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손을 내밀었듯이 그들도 그랬을거다.
"지금 기름이 떨어져 더 이상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아요"
"너무 힘들어요, 저를 좀 도와주세요"
아마도 다양한 언어로 다양한 사람들 혹은 시스템에 구조신호를 보냈을거다.
그리고 그 신호에 답을 못받은 이들이 조용히 엔진을 영원히 꺼버렸을거다.
죽음까지 생각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삶의 기름이 떨어지는 경험은 누구나 크든 작든 했을거다.
아주 담대한 사람이 있어 스스로 그 어려움을 돌파한 이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지금 기름이 떨어져서 힘들다고, 잠시 자기를 봐달라고, 도움이 필요하다고 크고 작은 목소리를 냈을거다. 그 목소리에 화답한 키다리아저씨가 있었던 사람은 세상을 좀 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살아갈 힘을 얻었을거고 어느 누구도 쳐다보지않는 인생은 스스로를 더 슬픔에 가두고 더 나아가서 불행한 결정을 하기도 한다.
사람도 은행 같을 때가 많다.
내가 신용이 좋고 돈을 잘 벌땐 돈을 더 빌려주겠다고 수시로 연락을 해오지만 신용이 떨어지고 수입이 줄어들면 빌린 돈을 갚으라고 독촉하고 이자율을 높여 더 이상 빌릴 수도 없게 한다.
이러면 안되지만 사람들도 그렇다.
잘나가고 부유한 사람들 주위엔 사람들이 들끓고 도움을 주려고 안달이지만 가난하고 초라한 이들은 오히려 가까이 올까봐 두려워한다.
그게 사람이다.
도로 한 가운데서 기름이 떨어져 차가 서는 경험을 하고나니 이 세상은 나 혼자로 사는 것이 아님을 절감한다. 내가 사고를 치면 나와 동시간의 사람들이 힘들어지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또 한 부류의 사람들이 시스템이 되어 도와주기도 한다. 그덕에 그 부끄럽고 힘든 시간을 나는 통과할 수 있는 것이다.
아프다고 말하지 않아도 미루어짐작하여 서툰 위로라도 건네주고,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못하지만 공감은 해주는 아주 작지만 큰 위로를 우리는 해야 한다.
"몸이 아프다던데 건강은 어때? 같이 밥먹을까?"
"요즘 경기가 안좋은데 장사도 힘들진 않아? 같이 차라도 한잔 마실까?"
문제를 다 들어내 원인부터 해결을 해주지는 못하지만 나 힘들다, 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들 옆에서 가까이 있어주는 것이 참 위로다.
도로 한 가운데서 기름이 떨어져 막막해 주저앉아 울고 싶을 때에
내가 전화로 도움을 청할 수 있고
그저 지나가다 멈춰서 물어볼 수도 있는
그런 시스템과 사람이 있어서 나는 이겨낼 수 있었다.
나처럼 그렇게 막막해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한 이에게 나 또한 도움을 주는, 위로가 되어주는 이로써 그 사람 곁에 서 있어주리라 속으로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