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와라 인디아
첫 인도 여행기_출발 1.
2020年 2月 16日
출발 당일.
잠깐 눈을 감았을 뿐인데 새벽 4시였다.
_아.. 나 공항 가야지.
새벽녘 이불은 왜 이렇게 더 보들보들하고 포근한 걸까.
당장 이것이 꿈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해서 손가락 발가락을 꼼지락거려 보았다.
_딸 일어나야지.
엄마 목소리가 또랑또랑하게 들리자 현실인게 맞는 것 같아 몸을 일으켰다.
화장실에 들어가 대충 씻고 전날 준비해 놓았던 옷을 주섬주섬 입었다.
어차피 비행기 타면 다시 잘 거니까..
그다지 새벽도 아닌데, 뭐랄까.. 가족들이 잠들어 있는 새벽녘에 움직임은..
어쩐지 일상 같지 않은 느낌을 준다. 깰까봐 소리를 안 내겠다고 발뒤꿈치를 들고 살금살금 움직였는데 어느새 우리 가족은 눈 부비며 다 깨어 있었다.
캐리어를 끌고 현관 앞에 서니 정말 어디로 멀리 떠나는 것만 같이 느껴져 아빠와 포옹을 했다._다녀올게.
아빠는 조심히 잘 다녀오라며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아빠의 이런종류의 미소는 어쩐지 내 마음 한쪽을 찡하게 만들었다.
_
얼마 만에 보는 눈이지.
아직 깜깜한 하늘에서 올 겨울 내내 보지 못했던 눈이 보슬보슬 내리고 있었다.
공항버스는 제시간에 도착했고,
정거장까지 차로 데려다준 엄마와 또다시 찡한 마음으로 포옹을 했다.
_다녀올게.
요동치는 찡한 마음..
이 마음은 도대체 무슨 마음인지 알 수가 없었다.
집을 떠나 동네를 뒤로할 때마다, 가족을 뒤로할 때마다 찡하게 흔들리는 마음에 속이 울리곤 했다
어두운 도로 위로 눈이 고요하게 떨어지고 있었다.
어디론가로 움츠리고 걷고 있는 검은 사람들이 간간히 보이긴 했지만, 대체로 도로는 적막했다.
덤블도어가 나올 것만 같은 검고,가로등만이 빛나는 도로 위를 공항리무진 버스는 빠르게 달려 나갔다.
동네에서 조금 지나왔지만 여전히 평소에 지나다니던 동네 안에 있었다.
아주 익숙한 이 길 위를 지나가면서 여전히 마음은 찡~하고 울리고 있었다.
눈이 쌓이겠는걸...
하지만.
찡한 마음도 잠시.
눈떠보니 공항이었다.
분명 창밖 까만 하늘에서 눈이 내리고 있었는데,
동네를 지나면서 바로 잠이 들었던 것이다.
정신 차려보니 공항이 거대한 안갯속에서 비현실적으로 밝게 빛나고 있었다.
나는 다시 꿈속에 있는 느낌이 들어 서둘러 몸을 움직였다.
거대한 안갯속에서 인천 공항은 아주 인공적으로 빛나고 있었다.
어깨 위에 걸쳐있는 숄을 만지작 거리며 샤이니한 공항 안으로 들어간다.
6:30
7시에 일행들과 만나기로 했으니까. 일찍 도착한 셈이었다.
일찍 도착했으니까. 마음이 여유 있으니까_어쩐지 여유로운 여행자가 된 기분이 들었다.
여행도 좋지만 그 여행이 좋은건
이렇게 비행시간에 앞서 여유있게 공항에 도착해 공항안 카페에 앉아 설레는 마음을 즐기며 마시는 커피한잔 때문일지도 모른다.
가볍지 않은 캐리어를 가볍게 돌돌돌 굴리며 공항 돌아다녀본다.
공항 안은 새벽인지 한낮인지 모를 정도로 이미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고 빠르게 커피 가는 소리가 신선하게 들렸다.
배가 고프지 않았으나 커피 냄새와 진열되어 있는 빵들을 보니 식욕이 생겨
카페 앞에 걸려있는 먹음직스럽게 찍혀있는 바움쿠헨 사진과 똑같은 바움쿠헨을 골라 들었다.
공항 한쪽에 앉아 커피와 신나는 마음으로 빵을 조금씩 뜯어먹으며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뒤, 혜영언니가 보였고,
곧이어 은샘도 모습을 나타냈다.
혜영언니와 은샘이는 자야(선생님)의 지도 아래서 일년전부터 함께 요가를 수련하는 친구들이다.
친구들을 만나니 여행의 실감이 났다.
7시 조금 넘은 시각. 항공사 데스크 앞에서 다른 일행과도 만날 수 있었다.
뵌 분들도 있고 처음 뵙는 분들도 있었지만 다 자야의 소중한 인연들로,
우리들은 공항의 불빛만큼이나 환하게 인사를 주고받았다.
이런기회로 만나게 되어 반가웠으나 아직은 어색했다.
다 함께 즐거운 여행을 향하여 입국심사장 안으로 움직였다.
입안을 멤돌던 바움쿠헨과 커피의 따뜻한 맛이 마음든든했고 손안의 빈 커피컵이 왠지 잘 다녀오라고 말하고 있는것 같았다.
알았어 잘 다녀오께_
커피컵을 재활용통에 버리고 일행을 뒤따랐다.
출발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