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인도 여행기_ chalakudi river/athirappilly
2020年 2月 17日
아띠라팔리 폭포(athirappilly waterfalls)
아침식사를 마친 뒤 잠시 휴식시간을 갖었다.
그리고 숙소 가까이에 있다는 폭포를 구경하기로 했다.
멀지 않고 가까이 있다는 말이 가볍게 들려서,
가볍게 준비를 마쳤다.
숙소를 나섰다.
태양이 머리 위로 떠오른 한낮의 시간.
문 밖으로 나서자마자
나는 (우리가 도착한 첫날) 선생님이 왜 하필이면 스카프를 선물로 주셨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강한 햇볕 아래 나무와 꽃은 새벽의 모습과 다른 금빛 얼굴로 빛나고 있었지만
그 햇볕은 모자 위로 강하게 내리 꽂혔다.
아..
아무래도 이곳에선 모자가 아무 소용없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선생님이 주신 스카프를 머리 위에 둘렀다.
무언가를 뒤집어쓰지 않고서는 한낮의 햇볕을 당해낼 재간이 없을 듯싶었고
그러기에 스카프는 이곳에서 그 쓰임이 안성맞춤인 아이템이었다.
그러다 문득
영화 속 한 장면이 떠올랐다.
영화 속 인도의 여인들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화려한 색의 옷을 쓰고 나왔다.
'다 이유가 있는 옷차림들이었어...'
스카프는 지난밤에 봤던 것보다 쨍한 붉은색을 띠고 있었다.
나는 이제껏 이런 쨍한 분홍색을 몸에 걸쳐본 적이 없어 어색하게 머리에 썼다 벗었다를 반복했고.
어색한 느낌이 앞서 다시 모자로 바꿔 썼다.
어서 이 붉은색의 강렬함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싶었다.
_
아띠라빨리 폭포는 나름
유명한 곳인지 매표소 앞에는 사람들이 꽤 많았고
입구를 알리는 나무로 만들어 놓은 거대한 문은 테마파크를 연상케 했다.
선생님과 일행들과 천천히 입구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곧 알게 되었다.
숲은 원숭이들의 숲이었다.
도토리나무에 도토리 달린 것과 같이
똑같이 생긴 원숭이들이
똑같이 생긴 나무 여기저기 곳곳에서 굴러 나왔다.
원숭이들은 하나같이 음료수, 아이스크림과 같이 달달한 사람 간식을 손에 쥐고 있었다.
나는 핸드폰을 손에 꼭 쥐었다.
원숭이를 처음 본 것이 아니지만, 이렇게 가까이에서 역동감 있게 움직이는 수많은 원숭이들 사이에 들어와 보니
종족이 다른 인간 세계에 들어와 있는 듯했다.
와다다다다
헛! 촵!
그렇다. 원숭이들은 결코 수동적이지 않았다.
아주 주도적이고 재빠르게 사람들이 들고 있는 간식을 빼앗기도 했다.
사람의 간식을 빼앗고는 자기들끼리도 빼앗겠다고 간식을 들고 있는 원숭이 쪽으로 사납게 몰려들었다.
가지각색의 원숭이들이 있었다.
탄산 음료수를 벌컥벌컥 먹고 있는 원숭이, 막대 사탕을 바자작 깨물어 먹는 원숭이들을 보며
저러다 당뇨에 걸리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이렇듯
폭포로 향하는 길은 사람 반 원숭이 반으로 시끄럽게 정신없었고,
아찔하게 더웠다.
그러고 보니 나는 물도 챙겨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모자 하나에 핸드폰만 쥐고 동네 편의점 나오듯 너무도 가볍게 나왔다.
그늘 아래서
시원한 주스를 마시며
누워있는 눈앞의 원숭이가 부러웠다.
내 체질은 이런 뜨거운 날 땀을 많이 흘리게 만들어져 있다.
무릎에서도 땀이 느껴졌다
뜨거운 햇볕 아래 땀이 흥건하게 더해져
몸에서
김이 나기 시작
게다가 나는 아주 조금만 더워도 얼굴이 빨간색으로 바뀌는 붉은 얼굴족인지라
나는 금방 쪄진 만두와 다를 바 없었다.
그렇게 인도에 와서 만두의 기분을 알게 되었다.
왜 만두의 두자가 머리도(頭) 자인지도...
저 멀리 서서히 폭포가 보이기 시작했다. 아주 조금 더 힘을 내서 걸어본다.
폭포는 가까이에서 보니 물의 양은 그리 많지 않았어도 확실히 멋졌다.
하지만, 멋지긴 해도 만두가 된 나는
'와-멋지다.' 이상의 감탄과 느낌은 나오지 않았다.
흘러내리는 물의 기운보다 햇볕 아래 암벽에 위태롭게 달라붙어 있는 작은 나무 한그루의
위태로움 쪽으로 눈이갔던 것이다.
'저 나무도 그늘을 원할 것이고 물을 원할 거야..'
어느새 혼자 있던 나는 다른 일행들을 두리번거리며 찾아보았다.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폭포 앞에서 요가 자세를 취하며 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들은 다 우리 일행들이었다.
세상에..
다른 선생님들이 우두커니 서있는 나를 발견하곤,
사진을 찍어주겠다며 어서 이리로 와보라며 고집스럽게 나를 불렀지만
나는 몸이 녹아서 걸을 수가 없었다.
스카프의 쨍한 붉음을 받아들이고 싶었다고해도 이런 식으로 붉음 그 자체가 되어 있으리라고는 상상치 못했다.
그것도 그렇지만 사실 나는 이렇듯 관광명소에서 독사진은 피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왜일까.
어색해서일까. 관광명소에서 독사진은 늘 어색했다. 아마 나는 어색한 자신의 모습이 싫은 건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선생님들은 남는 건 사진밖에 없다며, 끈질기게 저기 서 보라고~서보라고 찍어 주시겠다는 걸
됐다고~됐다고, 극구 사양하던 중에
나는 명당을 발견한다.
나 같은 사람들이 여럿 있었나 보다.
누군가 풀 덤불을 엮어놓은 곳이었다.
덤불을 휘어 엮어서 만들어 놓은 그늘 안에는 앉을 수 있게 통나무도 있었다.
감사한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햇볕이 타는 듯이 뜨거워서 그런가 그늘 아래는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졌다.
신발을 벗어 신발안의 뜨거움을 빼냈다.
뜨거운 발이 내발이 아닌것 같았다.
그다음으로 모자를 벗고 , 다리를 뻗는데 여기야말로 이 폭포 지대에 살아 숨어있는 천국이 확실하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리 뙤양볕이라도 그늘 안에 들어가면 땀이 식는다.
새의 둥지 같은 여긴 천국일까.
모자를 파닥거리며 부채질을 하고 있자니 주위 풍경을 볼 여유도 서서히 생겼다.
달아오른 붉은 얼굴이야 시간이 좀 더 필요하겠지만
마른나무만 눈에 보였는데 폭포의 자태가 눈에 들어왔다.
까만 바위 암벽 사이로 떨어지는 푸른 물은 이 산의 또 다른 모습일 것이다.
‘늘 그렇게’라는 세월이 쌓여 이루어진 검은색 암벽 에서는
앞으로도 늘 그럴 것이라는 단단한 약속 같은 것이 느껴졌고,
그 사이로 떨어지는 물의 파랑에서는 흘러갔다 언젠가 다시 돌아오겠지_하는,
'집착 없음'. 무집착이 느껴져 좋았다. 암벽의 단단한 약속과는 또 다른 부드러운 약속이 느껴졌다.
건기가 지난 다음 이곳은 풀도 물도 바위도 지금과는 또 다른 기운을 내뿜을게 분명했다.
자연은,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고 새로운 건 그래서일 것이다.
버스 앞.
은경 선생님은 왜 사진을 찍지 않는 거냐며 내게 물었다.
"하하하. 아이스크림은 좋아하지만 자주 먹지 않는 이유와 비슷해요."
선생님은 무슨말이냐며 내 어깨를 툭 하고 치셨다.
'그러게요 ㅎㅎ 사실..저는 아이스크림 맨날먹고싶은데 참아요..'
지오가 있는 버스. 에어컨 바람 아래에서 기절하듯 잠들어 버렸다.
땀을 너무 많이 흘려서인지 기절하듯 잠들었던것 같다.
셧다운 된다는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눈을 떴을 땐 시내 한복판 레스토랑 앞이었다.
영미쌤과 깐난이 먼저 도착해 준비해놓은 레스토랑이었다.
케랄라 음식에 대해 아직 감이 없는지라 선생님이 주문하는 데로 따랐다.
선생님은 골고루 맛보라고 여러 음식을 음식을 주문하셨다.
주스는 차가운 라임 주스로.
차가운 라임주스는 이름자체로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나는 상상했다. 과연 주스는 어떻게 나올까.
두꺼운 얼음이 한가득 담겨있는 아이싱 된 컵에 착즙 된 스타일로 나올까?
아님 라임과 얼음이 함께 갈아지는 스무디 형태의 주스일까~
어느 쪽이건 얼음이 입으로 들어가는 순간을 상상했다.
나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이스 라임주스라 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컵안엔
엄지손톱만 한 얼음 두 개가 스스스 녹고 있는 미지근한 주스가 내 앞에 있었다.
이곳에선 찬물 대신 뜨거운 물(boild water)을 주로 먹는다는 것 또한 놀라웠다.세균때문에 끓여멱는다 하는데 그이유만은 아닐것이다.
이렇게 더운날씨에 보통은.. 각종 차가운 음식들이..
얼음 문화가 발전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머릴 스쳤다.
그런데 아이스는커녕 찬 음료 자체를 잘 마시지 않는 듯하다.
나는 얼음을 좋아한다. 제일 좋아하는게 뭐냐고 물으면 얼음!이라고 말할수 있을 정도로.
냉동실의 얼음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우리 집 냉동실 안에는 다양한 모양의 얼음이 언제나 겟 레디 하고 있었다.
처음엔 딱딱해도 입안에서 씹기 시작하면 쉽게 바스러져 사르륵 시원하게 녹는
얼음을 입안 한가득 넣고 와그작 와그작 씹어먹고 싶었다.
얼음 상상으로 가득한 내 옆으로 홀직원은 조용히 다가와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뜨거운 물을 컵 안 가득히 따라주고 있었다.
라임주스 무리 없이 원샷.
아쉬움은 있지만
그래도 맛있다. 먹고 보니 살짝 미지근한 상태가 몸에 수분이 더 빠르게 충전되는 것 같다,
자야는 더운나라일수록 찬음식을 먹지 않는다 설명해줬다.
더울때 먹는 찬 음식에 배탈이 쉽게 나기 때문이다.
이곳 사람들이 건강을 지키는 방법중 하나 이겠단 생각이 들었다.
손을 씻기로 한다.
어느새 식탁이 음식들로 가득 채워졌다.
비건 비리야니,
소금, 후추, 라임으로만 간을한 신선한 샐러드, 생선이 들어간 커리
생선찜, 야채 사이에 달걀이 들어있는 에그 카레, 뽀로타 등등 처음 맛보는 음식들이 줄줄이 나왔다.
북인도에서는 밀을 주식으로 하는 반면
이곳 남인도에서는 우리와 같이 쌀을 주식으로 삼는다.
처음 맛보는 맛들이 입에 착착 맞는 것도 그래서인가?
옆 테이블
현지인들이 먹는 모습도 눈에
쏙쏙 들어온다.
손가락을 가볍게 움직여
쌀과 커리를 하나로 뭉쳐서
야무지게 입안으로 쏙 넣어 먹는다.
나도 따라 해 봐야지
야무지게 뭉쳐서
입으로
쏙-
......
기술이 필요한듯하다.
빵은 뜯어서 커리를 묻혀 입에 넣기 편한데 밥은 뭉쳐서 입으로 잘 넣기가 힘들었다.
다음번에 재도전.
맛없는 게 없는 것 같다.
미지근한 주스 빼고. 아직 내몸은 더울땐 얼음을 강력하게 원하고 있었다.
단체인지라 하나를 할 때마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고 느렸다.
오토바이 같기도.. 소형 자동차 같기도 한 오토릭샤를 보고 있는데
자야는 일행과 떨어져서 깐난이의 차를 타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자고 했다.
자야는 내 속마음을 항상 기가 막히게 읽는다.
내 생각이 또 새고 있나...
생각이 안 읽히게 머리 위의 안테나를 접어야 할 것 같았다.
나, 진주, 원빈. 이렇게 셋은 깐난이의 차에 타게 되었다. 앞자리 조수석엔 자야가 탔고.
대형 버스에서 벗어나자 홀가분한 마음이 들었다.
혼자 있음 외롭거나 겁나기도 하지만 혼자가 익숙하고 편한 건 사실이었다.
이런 느낌,
많은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나는 나도 모르게 겉도는듯한 느낌을 받는 건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녔다.
마음속에선 자주
혼자보다 여럿이 어울려도 편함을 느낄 수 있는 둥글한 나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모난 돌이었다.
승용차를 타니
버스를 탔을 때와 다른, 좀 더 가까이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북적이는 사람들
길을 가득 메운 자동차와 버스 길가의 코코넛 껍질들.
그리고 그 사이사이를 잘 피해 빠르게 지나가는 오토릭샤와 모래바람
오토바이, 자전거들. 흔들리는 바나나 이파리.
정말이지 길 위를 빈틈없이 빼곡하게 채우고 있었다.
교통체증이라 부르기도 힘들 만큼 꽉차고 불규칙하고 들쑥날쑥하게.
크렉션을 과하게 울리면서.
거의 모든 차들이 불규칙적으로 크랙션을 울리며 운전을 하고 있었다.
운전자들은 운전 내내 빵빵 크랙션을 습관적으로 울리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깐난이도.
약하게 빵빵 강하고 길게 빵-빵, 스타카토 빵. 빵.
같은 소리 다양한 느낌들. 해서 전체적으로 시끄러움. 혼이 빠질것 같이 정신없음.
이 도로 위를 평온한 얼굴로 운전하고 있는 깐난이가 베스트 드라이버같다.
깐난이 운전하는 걸 자세히 보고 있자니,
크렉션의 용도가 마치 차들마다 ‘나 여기 있어’ 를 외치는 것 같았다.
'나 여기 있으니까 알아서들 잘 피해서와’ 같은, 방어의 수단으로 쓰이고 있었다.
얽히고 복잡한 차들 사이, 도로 위에서 나름의 질서를 유지시켜 주는 것 일지도 몰라.
퍼뜩 내 책상 위 모습이 떠올랐다.
남들이 보기엔 청소도 안 한 것 같고 정신없는 내 책상,허나 그리 보여도 나 나름 청소를 하고 있고 내 나름의 청결을 유지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내 책상 위에는 나름의 유용한 질서가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시끄러울것도 없었다. 편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코코넛 나무들이 계속해서 보였다. 우뚝우뚝 길쭉하게
케랄라라는 이름은 코코넛의 이름에서 온 것이라고 했다.
주 이름으로 붙인 이유를 백번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코코넛 나무는 계속해서 있었다.
줄지어 있는 코코넛 나무들.
보고 있자니 코코넛 나무는 사람이었으면 키도 크고 누가 봐도 잘 생긴 얼굴을 하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모델 겸 영화배우 느낌이랄까. 나의 이런 코코넛 나무에 대한 감상에 , 옆에 있던 진주는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코코넛만큼 많이 있는 바나나 나무, 바나나 나무를 보니 음.. 나무계에 연기파 배우일것 같다.
깐난이가 바나나는 나무가 아니라고 설명한다. 누가봐도 나무가 일 년 풀이라 했다. 거봐 반전연기 대박.
나무처럼 생겨가지고 풀 이래.
아까 까지만 해도 정신없던 크렉션 소리는 귀에 이미 익숙해졌는지 신경 쓰이지도 않았다.
자야는 차 밖으로 머리를 내밀지 말라고 주의를 주었다.
그나저나 우리 어디 가는 거예요?
차를 타고 한참이 지나서 지금 가고 있는 곳이 어딘지 궁금해졌다.
"오늘 밤 우리는 작은 사원 축제에 갈 거야."
지금은 아직 환하지만 곧 있으면 해가 저물 것이다.
축제가 있는 사원?
그렇다 오늘 밤 우리는 작은 사원 축제를 할 예정이다.
_
밥을 아무리 많이 먹어도 삼십 분이면 소화가 되는 매직.
하루가 삼박 사일 같던 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