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싸운 날 [에세이 01]
어제 쏟아진 폭우가 거짓말 같이 오늘의 부산 하늘은 고요해.
습하지도 않고 덥지도 않게 시원한 바람이 불고 있어.
휴일이지만 늘 똑같은 시간에 울리는 알람을 끄고 일어나
스마트폰만 주야장천 보다가 늦은 오후 시간 밖으로 나와봤어.
지난주에 주문한 책을 찾아 동네서점에 들렀어.
잔잔한 발라드를 들으면서 책도 읽고 이 글도 쓰기 시작해.
지금 시각은 5시 49분. 저녁 시간이 되어가.
어제의 나는 짜증과 분노가 치밀어 올라 그동안의 섭섭함을 당신에게 전부 쏟아냈는데
오늘의 나는 잔잔한 호수 밑에 가라앉아 있는 것만 같아.
밖에서 돌덩이 하나 날아온다면 즉각 파동이 일어날 상태야.
생각해 보면 오전에 약간 기대한 것 같아.
먼저 아무렇지 않게 말을 건네줬으면 좋겠다라고.
그렇다면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일어나서 어제의 약속 따라 우리가 지난날 즐겁게 먹었던
과카몰리를 만들었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어.
대화 없는 오전이 지나 오후에는 혼자가 된 거야.
지금 집에는 아무도 없어. 우리 둘 다 집을 나왔으니까.
이대로면 같이 사는 집이지만 혼자 사는 것 같지 않을까?
한 번도 독립이란 걸 해본 적 없는 나는 이런 날일 때마다 혼자 사는 나를 상상해 봐.
상상을 하기에는 조용한 카페가 적격이야.
내 취향인 잔잔한 노래를 틀고, 내 취향인 테이블에 앉아,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그런
평온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
그 시간을 즐기다 보면 어김없이 끝에는 조용한 카페에도 정다운 무리의 화기애애한 소리가 들려와.
나의 외로움이 두 배가 되어 가. 혼자이고 싶으면서도 혼자이기 싫은 이때,
가라앉은 현실이 수면 위로 올라와. 어떻게 화해하면 좋을까.
다 마신 커피 잔을 정리하고 책과 아이패드를 챙겨 집에 들어가려고 해.
6시 15분. 집에 도착하면 7시쯤 될 거야.
먼저 양파와 파프리카를 씻고 오이, 토마토, 청양고추와 함께 썰 거야.
캔 옥수수는 탈탈 털어서 물기를 빼두고 잘 익은 아보카도를 골라 포크로 으깨야지.
모든 재료가 준비가 되면 볼에 넣고 섞을 거야.
후추와 레몬즙도 첨가해야지.
과카몰리가 다 만들어지면 나쵸를 함께 접시에 담아 당신을 기다려볼까 해.
책을 한 권 읽었다. 민음사에서 23년도에 출간한 《바로 손을 흔드는 대신》이라는 에세이 책이다. 그리고 이 글은 당시 신간이었던 책 홍보겸 진행했던 이벤트 '릴레이 글쓰기' 참여 글이다. 나는 지금까지 민음북클럽 회원을 유지하고 있다. 23년도에는 열심히 북클럽 활동에 참여하였을 때 이고(요즘은 유령 회원이 되었지만), 쓰다:Re 모임에 몸을 담고 있는 나로서 글쓰기 이벤트를 놓칠 수 없었기에 이벤트 응모 글을 작성했다. 때마침 엄마와의 다툼이 있었기도 하다.(소재거리로 승화하기)
《바로 손을 흔드는 대신》은 기존 감성 에세이 책과는 다른 독특한 매력이 있다. 박솔뫼, 안은별, 이상우 작가의 서울·도쿄·베를린 장소가 다른 세 도시에서의 시차와 상상으로 완성되는 교차 일기라는 점이 재밌는 포인트이다. 나는 부산 서점 겸 카페에 앉아 있는 오후 5시경, 서울을 찍고 도쿄를 지나 베를린에 도착했다. 그리고 다시 엄마와의 불화 해소를 요리할 부산 나의 집으로 돌아왔다.
이 글을 쓸 때에는 평어(平語): 단순히 아래로 낮추는 말이 아니라, 나이와 지위에 상관없이 서로를 동등한 주체로 대우하며 사용하는 말을 뜻함. 민음북클럽의 대화법.- 를 이용했다. 나의 경험과 감성을 그리고 엄마와 나의 관계에 대한 해소를 써 내려가기에 알맞다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민음북클럽 이벤트 글로 쓴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에세이를 쓰면 뭐랄까 마음이 치유가 되는 기분이 들고, 내 감정을 해소하여 앞으로 나아가는 해결 법이 되기도 한다는 생각이 든다. 즉, 단순 일기보다 더욱 성장을 지향하는 글쓰기 법이라 생각한다. 좋았던 에세이를 따라 풀고 싶은 얽힌 실타래를 소재 삼아 내 마음을 풀어보는 글을, 이 글을 읽고 있는 그대들도 써보면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