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더위에 찌든 직장인 [에세이 02]
여름이었다. 고온다습의 대한민국 여름밤, 10여 연차 직장인은 찌든 피로와 무미건조한 감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것은 마치 땀방울에 달라붙어 눌어붙은 머리카락과 같다. 하지만 금요일이 붙으면 조금 달라진다. 직장인의 금요일 여름밤은 힘 빠진 귀갓길 발걸음에 탄력을 건네주는 시원한 맥주 한 캔과 맞먹을 만한 위로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축적되어 온 생계유지 시간의 고됨이 농축되어 고여지고 끝내 무기력함에 번아웃이 일어날지라도 금요일 밤은 언제나 다시 생기가 샘솟는다.
탄성 떨어진 회복력으로 내일을 나기엔 힘이 빠져 약간의 자극을 덧바른다. 그건 죽어 있던 30대의 감성 한 조각. 인터넷 밈으로 「여름이었다.」를 붙이는 순간 감성이 깃든 글이 된다 하여 무미건조해지지 않게 첨가해 본다. 적확하게 표현하자면 (밤)을 넣었어야 했다. 여름(밤)이었다. 적확한 명시의 필요성은 어쩌면 읽을 누군가는 여름날 뜨거운 활력을 떠올릴지도 모르니 변주하는 나의 고집과도 같다.(사실 더욱 적확한 명시로는 '저녁'을 붙이는 것이 알맞겠지만 업무를 마감하는 이 시각, 생기를 뿌려줄 감성 한 스푼은 저녁보다는 밤이 어울렸다.)
나의 여름밤 퇴근 루틴은 이러하다. 힙하고 딥한 'essential; 플레이 리스트'를 켜고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소설 한 자락 읽으며 파스시 날린 감성을 쌓아갈 울림을 집에 도착해 잠들기 직전까지 놓지 않는다. 대체로 건강한 이들은 이 시간 활력을 채울 운동을 한다거나 더 나아가 자기 계발에 힘쓰는 갓생을 살겠지만 그럴 에너지 할 톨 하나 남지 않은 나는 무거워진 육체를 뉠 수 있기만을 소망한다. 그렇게 에어컨 킨 방안 침대 위에서 스마트폰을 보며 여름밤의 감성을 축낸다.
한계까지 치솟은 감성을 자극해 가며 도파민 중독에 빠져 주체하지 못할 때 마지막으로 자기 위로로 달궈진 몸을 달랜다. 그 밤 모아둔 에너지는 쏘아져 절정을 좇아 끝에 이르게 된다. 그때서야 비로소 온종일 긴장했던 육체는 나른해지며 잠에 들 수 있다. 이토록 원초적인 자극으로 깨어나면 머쓱해진 나는 다음 날을 조금 더 직시할 수 있는 원동력을 가지게 되고 피로의 순환은 주기적으로 고였다가 풀렸다 반복되는 삶으로서 찌든 직장인의 인생의 다음날은 돌아가게 된다.
망한 글을 고쳐쓰기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내가 썼지만 정말 읽기 싫었다. 특히 어제와 같이 업무량이 많아 지쳤을 땐 더욱 포기하고 싶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고 연습에는 아주 좋은 재료였다. 이 글은 23년 6월 28일 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 《초급 한국어》 《중급 한국어》 저자이신 문지혁 작가님의 북토크 글쓰기 강연에 참가하기 전, 작가님께 첨삭 요청한 글 한 편의 최종 수정본이다. 원본은 끔찍하게도 엉망이었다. 작가님은 첫 줄을 읽자마자 기가 막혀 1도 보지 않고 넘겼으리라고 생각이 든다. 즉, 내 글은 강연에서 한 톨 등장하지 않았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손봐야 할지 강연 시간 내 볼 수 없다고 판단 됐을 것 같은 쓰레기 글이었음을 3년 차 글쓰기 모임의 이행해 온 지금에서 깨닫게 된 것이다.(당시엔 정말 잘 쓴 줄 알았다.)
스마트폰 메모장을 찾아보니 그 당시 작가님의 강연 내용 일부를 적어 뒀던 것을 발견했다. 내용은 전반적으로 작가님의 유튜브 영상에서나 작가님의 저서 《소설 쓰고 앉아 있네》의 내용과 상통함으로 해당 영상과 작법서 보기를 추천한다. 《소설 쓰고 앉아 있네》는 제목과 마찬가지로 정말 쉽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기에 딱 1년 전 읽었던 책을 나 또한 다시 읽어 보도록 하겠다. 스마트폰 메모장에 쓰여 있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소설의 본분
주인공이 뭘 바라보고 끝나거나 / 깨달으면서 끝나거나 / 다짐하거나로 끝내지 않기
여지 여운을 없앰(?) 독자의 여지와 여운 남겨야 하기 때문에 3대 금기(?)
무슨 뜻인지 모를 무엇으로 어떤 행동을 하게끔 하는 게 중요
강요 X "그래서 너의 생각은 어떠함?" X
복선은 앞에 두기
글에 대한 편견이 없을 때 쓰기
음, 작가님 유튜브와 책을 다시 보기를 한번 더 다짐한다.(위 메모는 이후 다시 수정 하도록 하겠습니다. 23년도 강연이어서 복기가 어렵습니다.) 대충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를 그 무언가는 작법서라는 좋은 교과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기에 우리는 계속 배움으로써 우리의 글쓰기를 한층 더 성장시킬 수 있게 도와주시는 글쓰기 선배 작가님들께 무한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