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토끼와 이무기 [초단편 05]
달에 사는 영물 옥토끼 풍백, 우사, 운사는 신격을 얻기 위해 타인의 안녕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비는 소원을 접수해 떡을 빚는데, 점차 그 수는 줄어들어 공치고 있는 와중 옆 동네 이무기가 어디와 전속 계약을 맺어 공장식으로 여의주를 돌려 신격이 되었다는 소문을 듣게 된다. 어느 날 그 소문의 주인공인 이무기가 여의주 세 개를 들고 옥토끼들을 찾아오는데…
- 쓰다:Re 김회원 님의 11월 글감 주제 「달」 시놉시스
용이 된 이무기 바리가 내민 세 개의 여의주는 각기 다른 빛을 뽐내고 있었다. 빛 별로 의미하는 능력이 달라 이무기들은 자신의 성향에 맞춰 신격으로 올라가기 효과적인 빛을 뿜어내는 여의주를 선택하여 사용한다. 개인주의가 뚜렷한 종족 다운 아이템인 것이다.
“이보쇼. 우리 같은 옥토끼들은 천제께서 하사하신 저기 보이는 커다란 절구통으로 함께 덕을 쌓아가오. 댁들의 요 쬐끄만한 여의주 한 알을 누구 코에 붙이오.”
“에헤이~ 한 번 들어보시오. 듣기만 하는데 뭐 손해가 날 것도 아니잖소? 내 어떻게 빠르게 신격을 얻게 됐는지 궁금하지 않소?”
풍백, 우사, 운사 옥토끼들의 귀가 파닥였다. 옥토끼들은 서로를 바라보다 다시 이무기의 말을 들어보기로 한다.
“아마 그대들도 소문을 들었을 것이오. 이 몸의 승진 에스컬레이터. 이름하야, 전속 계약! 그렇지 않소?”
화려하게 물결치며 본인의 성과를 자랑하는 저 기개 넘치는 이무기의 모습을 보니 풍백, 우사, 운사는 조금 더 당겨 앉아 집중하기로 했다. 그래서 어서 빨리 그 비법이 무엇이란 말인가. 냉큼 털어주길!
“우리 이무기들은 이 휴대성 편한 여의주를 가지고 어디든 갈 수 있지요. 그러나 그대들의 절구통은 무척이나 크고 무거워서 이동할 수 없지 않소? 훤히 빛이 다 드는 자리에 위치해 꼼수도 부릴 수 없는 아주 비효율적인 아이템이란 말이오.”
듣고 있던 풍백이 손을 들고 말한다.
“그래도 우리는 소원을 빚을 수 있는 절구통이 크기 때문에 다수의 소원도 한 번에 접수할 수 있어서 다량적인 면에서는 아주 효율적이란 말이오.”
적절한 타이밍에 들어온 풍백의 말에 이무기는 이때다 싶어서 냉큼 입을 털기 시작한다.
“바로 그거요! 그 절구통의 장점과 이 여의주의 장점을 콜라보하면 아주 놀라운 성과를 단기간에 올릴 수 있다는 말이지!”
알쏭달쏭 한 이무기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옥토끼들을 씩 웃으며 보던 이무기가 그들에게 가까이 당겨 앉으며 소곤소곤 조심스럽게 뒷말을 붙이기 시작한다.
“여보시오. 그대들이 자리한 이 달의 뒷면은 빛 한 줌도 들어오지 않지 않소? 그 말은 즉, 천제의 시야에서 벗어났다는 것이고!”
“그… 그렇소. 뭐 하나 별 볼일 없는 곳인데 왜…?”
“바로 그런 사각지대에서 내 이 여의주를 가지고 ‘지저’ 주민들과 담합을 할 수 있다 이 말이지요!”
놀라 자빠질만한 이무기의 계책에 옥토끼들은 폴짝 뛰었다. 이런 미친놈! 예상한 반응이었던 이무기는 쉿 쉿 혀를 날름 거리며 잠깐만 더 들어보시오 하곤 옥토끼들을 달래 말을 이어간다.
“이건 리스크가 존재하긴 하지만 아주 큰 리스크도 아니지 않소? 누이 좋고, 매부 좋고. 그저 상호 간에 합리적인 커넥션일 뿐이라오. 보소, 지저의 그들은 인간의 탐욕을 모아 승진을 하고 그때 우리는 그 탐욕에 맞서는 선량한 소망을 접수하는 것이오. 서로 조율을 해줘야 존재하는 모두에게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공평하게 행복해진다 이것이오. 즉, 지저 주민들도 이득 보고 우리들도 이득 보고 인간들도 적절한 터치로 발전을 하게 되는 아주 이상적인 Win-Win이란 말이오.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소?”
이무기의 말은 얼핏 듣고 보니 맞는 말인 것 같았다. 그러나 그걸 어떻게 조절해 생산해 낸단 말인가?
“과거 인간계를 생각해 보시오. 이들이 언제 한마음 한뜻이 되어 모두의 안녕을 기원하더이까? 그렇소. 민심. 민심을 자극하는 것이 아주 효과적 이다오. 그 일은 지저 주민들이 물색해 둔 인간들을 아주 잘 꾀어 벌써 준비 중이오. 풍백, 우사, 운사 그대들은 편히 밤의 땅에 수놓은 수많은 소망의 빛들을 쓸어 담아 떡을 빚으면 되는 것이고 적절한 타이밍에 잠깐 절구통의 가동을 멈추면 되오. 지저 주민들의 새 작업이 일어날 때까지 말이지요. 핵심인 그 타이밍은 달의 뒷면으로 가서 이 여의주를 활성화시키면 지저 주민들이 알려줄 것이오. 행운을 비오. 옥토끼 양반들.”
이번 소설은 릴레이 소설로 쓰다:Re 김회원 님의 글을 이어받아 쓴 것이다. 글감 주제는 「잇다」로 11월에 회원님들께서 써온 소설들 중 각 랜덤으로 뽑힌 글의 뒷 이야기를 이어 써 제출하는 방식의 특별한 진행을 하였다. 이어 쓴 소설로 모임을 가졌을 때, 이 글의 앞 이야기를 쓰신 김회원 님도 이런 구성의 스토리 짜임이 만들어진 것에 감탄해주셔 으쓱한 기분을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릴레이 글쓰기란 참 재미있는 작업이기에 글쓰기 모임을 한다면 꼭 한 번 추진해 봄을 추천한다.(이어진 회원님의 글을 망칠 수 없다는 일념하에 더욱 성실하게 글쓰기에 임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시놉시스를 보면 알겠지만, 김회원 님께서 이미 캐릭터 확실한 영물 토끼와 이무기를 만들어 놓아주신 덕분에 모처럼 재미난 글이 탄생할 수 있었다. 그리고 때마침 12월. 작년이 아닌, 24년 12월이다. 그렇다. 그 일이 일어났기에 나는 형형색색 각각의 응원봉들의 안녕을 그리는 그 빛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이 소설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비록 영물인 동물친구들이 좋지 않은 쪽으로 가고 있지만...
문학소설은 작가의 입맛대로 쓰고자 하는 소재를 해석하고 꼬아 반영할 수 있다는 점이 무척 매력적이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래서 장르소설도 좋고, 웹소설도 좋고, 만화책도 좋지만 내가 진정 써보고 싶은 것은 문학소설이다. 순수문학. 이 얼마나 매력적인 황금사과인 것인가. 올해의 황금사과는 누가 가지게 될지 기대된다.